가속 승인 칼날 예리해지는 FDA ... ‘임브루비카’ 적응증 2건 취하
가속 승인 칼날 예리해지는 FDA ... ‘임브루비카’ 적응증 2건 취하
임상 3상 확증 결과, 유효성 입증 실패 ... 매출 타격 불가피

AZ ‘칼퀀스’ 및 베이진 ‘브루킨사’도 FDA 심사대 줄줄이 대기
  • 이충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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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4.11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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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기업들의 의약품 개발 역사는 질병 치료의 트렌드를 반영합니다. 우리 기업들에는 좋은 참고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한국얀센의 경구용 희귀 혈액암 치료제 ‘임브루비카 캡슐140mg’(이브루티닙).
한국얀센의 경구용 희귀 혈액암 치료제 ‘임브루비카 캡슐140mg’(이브루티닙).

[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가속 승인 의약품에 대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칼날이 갈수록 예리해지고 있다. 실효성 논란으로 가속 심사 제도가 미국 의회의 심사에까지 오르면서 외부 압력이 점점 강해짐에 따라 여러 제약 업체들이 줄줄이 자발적으로 적응증을 철회하고 있다. 약 10여년 간 미국 애브비(Abbvie)의 자금줄이 되어 주었던 블록버스터 의약품 ‘임브루비카’(Imbruvica, 성분명: 이브루티닙·Ibrutinib)도 예전보다 엄격해진 FDA 칼날을 피하지 못하고 최근 적응증을 취하했다. 

애브비는 지난 6일(현지 시간), 자사의 BTK 억제제 ‘임브루비카’의 외투세포 림프종(MCL)과 변연부 림프종(MZL)의 적응증을 자진 철회한다고 밝혔다. 이는 올들어 항암제 중 FDA의 가속 승인을 취하한 첫번째 사례이다.

BTK 억제제는 면역세포 중 하나인 B 세포 및 골수 세포의 기능을 조절하는 브루톤 토로신 키나아제(BTK, Bruton's Tyrosine Kinase) 억제제로, 상용화 이전부터 항종양 효과를 인정받아 왔다. 혈액암 분야에서 눈에 띄는 효능을 입증하면서 차세대 치료제로서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BTK 억제제의 서막을 알린 건 미국 애브비(AbbVie)의 자회사 파마시클레스(Pharmacyclics)와 미국 J&J(존슨앤존슨, 얀센)이 공동 개발한 ‘임브루비카’다. FDA는 지난 2013년 11월, ‘임브루비카’를 이전에 1회 이상 치료를 받은 외투세포림프종(MCL) 환자에 대한 치료제로 가속 승인함에 따라 전 세계 최초 규제 당국의 승인을 받은 BTK 억제제가 됐다.

당시 ‘임브루비카’는 임상 2상 시험에서 확인된 대리결과변수(Surrogated End Point)를 바탕으로 가속 승인을 획득했다. 승인의 근거로 활용된 2상 연구에서 111명의 MCL 환자 약 66%는 ‘임브루비카’ 치료 후 임상적으로 암이 축소되거나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생존율 또는 질병 관련 증상의 개선은 입증되지 않은 상태였다. 

‘임브루비카’는 이후 2017년 1월 재발성 또는 불응성 MZL 치료제로 FDA의 가속 승인을 또 한번 확보했다. 해당 승인의 근거는 단일군 2상 시험에서 나타난 ‘임브루비카’의 전체 반응률(ORR)이었으며, 향후 대조군을 포함한 대규모 3상 연구를 실시하여 대조약 대비 통계적 유의성을 입증해야 했다.

그러나, MCL와 MZL에 대한 2건의 임상 3상 시험에서 ‘임브루비카’는 시험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MCL의 경우, SHINE 3상 시험에서 대조약 대비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25% 감소시켜 1차 평가변수를 충족했지만, 전체 생존율을 개선시키지 못했다.

MZL를 평가한 임상 3상(시험명: SELENE)에서는 ‘임브루비카’ 투여군과 대조군의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의 유의미한 차이조차 보고되지 않아 시험에 실패했다. 애브비는 향후 개최되는 학술회의에서 SELENE 연구의 구체적인 데이터를 발표한다는 입장이다.

이날 루팔 타카르(Roopal Thakkar) 애브비 최고의료책임자는 “임상시험 결과에 실망했지만, 전 세계의 혈액암 환자에서 ‘임브루비카’의 치료 유효성에 대한 확신은 굳건하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결정으로 ‘임브루비카’의 매출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약물은 가장 먼저 BTK 억제제 시장을 선점하면서 단숨에 블록버스터 의약품으로 등극했다. ‘임브루비카’의 지난 2021년 매출액은 54억 달러에 달했는데, 이는 2021년 기준 전체 의약품 매출 7순위였다.

하지만, 시장 경쟁 심화로 수익성이 점점 악화되는 가운데, 적응증까지 철회되면서 실적에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AZ ‘칼퀀스’ 및 베이진 ‘브루킨사’도 심사대 줄줄이 대기

‘임브루비카’가 일부 적응증을 취하하면서 이제 MZL에서 사용될 수 있는 유일무이한 BTK 억제제는 중국 베이진(BeiGene)의 ‘브루킨사’(Brukinsa, 성분명: 자누브루티닙·zanubrutinib)가 됐다. 하지만, ‘브루킨사’ 또한 MZL 적응증을 가속 심사 제도를 통해 확보한터라 FDA의 칼날을 여전히 남겨두고 있는 상황이다.

FDA는 지난 2021년 9월 이전 치료 전력을 가진 MZL 환자를 위한 치료제로 ‘브루킨사’를 가속 승인했다. 해당 승인의 근거는 단일군 2상 연구에서 확인된 ‘브루킨사’의 전체 반응률(ORR)이었다.

앞서 ‘브루킨사’는 2019년 11월, FDA로부터 MCL 치료제로 가속 승인을 받은 바 있다. 따라서 베이진 측은 ‘브루킨사’의 승인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 2건의 임상 3상 시험에서 ‘브루킨사’의 유효성을 입증해야 한다. 이 회사는 MCL 3상 데이터를 오는 2027년 2월, MZL의 경우 2028년 10월까지 FDA에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이밖에 경쟁 약물인 영국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 AZ)의 ‘칼퀀스’(Calquence, 성분명 아칼라브루티닙·acalabrutinib)도 지난 2017년 10월 MCL 치료제로 FDA의 가속 승인을 받은 만큼, AZ는 오는 2024년 11월까지 ‘칼퀀스’의 정식 승인 전환을 추진할 예정인데, 지금까지의 상황을 보면 결과는 장담할 수 없다.

 

FDA, 가속 심사 실효성 논란에 심사 강화

한편, FDA는 가속 심사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이 절차를 통해 승인받은 의약품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해 미국 하원에서는 가속 심사 제도를 정조준하는 법안이 발의된 바 있다.

FDA는 심각하고 위험한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약물을 빠른 시간안에 개발해 환자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신속 심사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질병의 심각성 및 미충족 의료 수요에 따라 ①패스트 트랙(Fast Track) ②혁신 신약(Break Throught) ③우선 심사(Priority Review) ④가속 심사(Accelerated Approval) 등 총 4개 제도를 도입했다.

이중 가속 심사는 중증 질환이나 아직까지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은 의료상 요구가 많은 질환을 대상으로 신약 후보물질들에 대해 임상시험이 끝나기 전에 조건부 허가를 내주는 제도이다. 임상 효능을 측정하려면 매우 오랜 시간이 소요될 수 있으므로 신약의 효능에 대한 적합한 결과 대신 대리결과변수를 바탕으로 승인하기 위해 도입됐다.

하지만, 시판 후 3상 확증 시험에서 의약품의 유효성 또는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연이어 발생하자 가속 심사 제도 자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니 비크스-리드(Ginny Beakes-Read) 미국 암젠(Amgen)의 글로벌 규제 및 R&D 정책부 총괄과 그의 연구팀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1992년부터 2021년 12월 31일까지 가속 심사 제도를 통해 승인된 의약품 중 약 50%가 확증 연구 후 유효성을 입증하면서 완전 허가로 전환됐다. 이는 전체 의약품 중 50%는 효능 입증에 실패하고 시장에서 철수했다는 의미이다.

실효성에 의문이 지속되는 중 가속 심사 제도 우려에 쐐기를 박는 사건은 지난 2021년 6월, ‘아듀헬름’(Aduhelm, 성분명: 아두카누맙·aducanumab)의 가속 승인이었다. 미국 바이오젠(BioGen)과 일본 에자이(Esai)가 공동 개발한 ‘애듀유헬름’은 알츠하이머병 치매에 대한 최초의 근본적 치료제로 많은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았지만, 약효 논란을 일으키며 결국 시장에서 사라졌다.

이에 따라 FDA는 시판 후 추적 감시 활동과 함께 약물 심사에 대한 고삐를 한층 조이는 모습이다. 최근 FDA로부터 승인 철회통보를 받은 세계 유일의 조산 예방제인 스위스 코비스 파마슈티컬스(Covis Pharmaceuticals)의 ‘마케나’(Makena, 성분명: 하이드록시프로게스테론 카프로에이트·hydroxyprogesterone caproate)도 그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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