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미국 인사이트(Incyte)의 FGFR 억제제 ‘페마자이어’(Pemazyre, 성분명: 페미가티닙·pemigatinib)가 미국, 유럽에 이어 일본에서도 추가 적응증을 손에 넣었다. 반면, 아직까지 국내 식약처의 허가는 획득하지 못했는데, 국내 판권을 보유한 한독은 연내 이를 출시하고자 속도를 낸다.
인사이트는 27일(현지 시간), 일본 후생노동성이 ‘페마자이어’를 FGFR1 유전자 재배열을 가진 재발성·불응성 골수성 림프성 신생물(MLN) 환자에 대한 치료제로 승인했다고 밝혔다. 신생물은 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성장한 것으로, 종양과 같은 의미로 쓴다.
앞서 후생노동성은 이전에 치료 전력을 가진 FGFR2 유전자 융합 및 재배열을 가진 절제 불가능한 국소 진행성·전이성 담관암에 대한 표적 치료제로 ‘페마자이어’를 처음 승인한 바 있다.
이번 후생노동성의 승인은 FGFR1 재배열 재발성·불응성 골수성 림프성 신생물 환자 28명을 대상으로 ‘페마자이어’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한 임상 2상 시험(시험명: FIGHT-203)의 데이터를 근거로 했다. 시험에서 환자들은 21일간 매일 13.5mg의 ‘페마자이어’을 투여 받았다.
시험 결과, 전체 환자 중 17명이 완전반응률을 나타냈다. 부분 반응을 포함한 전체 반응률 62.5%로, 시험의 목표를 달성했다. 반응 기간은 최소 44일에서 최대 1년 이상이었으며, 평균 중위값은 104일이었다. 시험에서 관찰된 가장 흔한 이상반응은 고인산혈증, 탈모, 구내염 등이었다.
‘페마자이어’는 암 세포의 신호 전달 경로를 활성화하는 티로신 키나아제 수용체인 섬유모세포성장인자수용체(FGFR)를 억제하도록 설계됐다.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집행위원회(EC)는 지난 2020년에 담관암 치료제로 ‘페마자이어’를 처음 승인했으며, 이후 FDA는 지난해 8월, MLN 치료제로 확대 승인한 바 있다. [아래 관련기사 참조]
FGFR 단백질은 세포막 수용체로서 세포의 성장, 침윤, 전이, 생존 및 분화를 조절하는데 돌연변이가 발생하면 다양한 암을 유발한다. FGFR 돌연변이종에 따른 암의 경우 기존 치료제들에 내성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이중 FGFR1 유전자 재배열 MLN은 혈액암의 일종인 희귀질환이다. FGFR1 유전자가 존재하는 영역이 절단되어 또 다른 염색체 단편과 융합한 염색체 이상으로 발병한다. 그간 뚜렷한 치료법은 없었고, 예후도 매우 불량하다. 하지만 생존 기간을 연장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는 치료법은 동종 조혈모세포 이식밖에 없는 실정이다.
FGFR 억제제는 기존 항암제에 내성을 보이는 FGFR 변이 암에 대해 새로운 치료법을 제시한 표적 항암제이다. 대표적인 약물은 미국 J&J(존슨앤존슨, 얀센)의 FGFR 억제제 ‘발베르사’(Balversa, 성분명: 에르다피티닙·erdafitinib)로, 이 약물은 2019년 4월 FDA로부터 FGFR 변이 방광암 치료제로 허가를 받으면서 전 세계 최초 FGFR 억제제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다만, 현재까지 FGFR 억제제 중 두 가지 이상 적응증을 확보한 약물은 ‘페마자이어’가 최초이자 유일하다.
이처럼 ‘페마자이어’는 2020년 승인 이후 미국, 유럽, 일본에서 적응증을 순차적으로 늘리면서 행보를 넓혀가고 있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는 획득하지 못한 상태이다. 식약처는 지난 2021년 페미가티닙(‘페마자이어’)을 희귀의약품으로 지정한 바 있다.
전통적으로 해외 약물 수입 판매를 주력으로 하고 있는 한독은 지난해 4월, 인사이트와 국내 허가 승인 후 이를 출시하고 배포하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페미가티닙의 국내 판권을 손에 넣었다. 한독 측은 현재 FGFR 변이 국소 진행성·전이성 담관암에 대한 ‘페마자이어’의 신약 승인 절차를 진행하고 있으며, 오는 4월 국내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