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들의 의약품 개발 역사는 질병과 싸워 온 인류의 역사이기도 합니다. 우리 기업들에는 좋은 참고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애브비 본사 전경 [사진=애브비 홈페이지]](/news/photo/202303/332258_213308_347.jpg)
[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바이오젠(Biogen)과 에자이(Eisai)의 ‘레켐비’(Lequembi, 성분명: 레카네맙·lecanemab)와 더불어 2023년에 기념비적인 성과를 달성할 것으로 기대를 받았던 미국 애브비(Abbvie)의 파킨슨병 치료 신약 ‘ABBV-951’의 FDA 승인이 한 차례 좌초됐다.
애브비에 따르면 FDA는 22일(현지 시간), 파킨슨병 치료제 후보물질 ‘ABBV-951’의 신약 승인 신청 건에 대해 접수를 반려했다.
FDA는 ‘ABBV-951’의 유효성 및 안전성에 대해 어떠한 문제도 제기하지 않았지만 ‘ABBV-951’ 제형의 피하 펌프 장치에 대한 추가 정보를 요청했다. 이에 애브비는 가능한 신속하게 신약 승인 신청을 다시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토마스 허드슨(Thomas Hudson) 애브비 연구 개발 총괄은 “가능한 한 빨리 ‘ABBV-951’을 환자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FDA와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킨슨병은 도파민 세포가 부족하여 나타나는 만성 진행성 퇴행성 중추신경계 질환이다. 증상으로는 신체 떨림, 근육 강직, 느린 움직임 등이 있다. 파킨슨병은 현재 의료 기술 수준으로는 완치가 불가능하며, 상용화된 치료제는 증상을 완화하거나 다소 지연시키는 기전을 가졌다.
이 질환은 도파민의 부족으로 인해 자신의 움직임을 조절하는 능력을 잃어버리게 되는게 주요 증상이므로, 체내에 도파민을 공급하는 것이 현재 업계에서 채택하고 있는 치료 접근 전략이다. 대표적인 약물은 레보도파 제제가 있다. 레보도파는 도파민과 화학적으로 유사한 도파민 전구체로, 일반적인 도파민 함유 약물이 혈액과 뇌조직 사이에서 혈뇌장벽(BBB)을 통과하지 못하는 반면, 이 약물 계열은 BBB를 통과할 수 있기 때문에 뇌에서 도파민으로 대사되어 신경세포에서의 이용이 가능하게 된다.
하지만 현재 쓰이는 레보도파 제제는 약효 지속 시간이 4시간 남짓인 경구제라서 1일 3회 복용해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다. 이에 제약 업체들은 약효 기간을 대폭 늘린 제형 개발에 착수했다.
가장 먼저 출시된 장기 지속형 레보도파 제제는 애브비의 ‘듀오파’(Duopa, 성분명: 카르비도파+레보도파·carbidopa+levodopa)이다. 이 약물은 작은 휴대용 주입 펌프를 이용해 소장으로 약물을 직접 투여하는데, 1회 투여로 16시간 동안 효과가 지속된다. 그러나 ‘듀오파’는 소장에 약물 주입 튜브를 삽입하기 위한 수술이 필요하는 만큼, 투약 편의성을 더욱 개선시킨 제품에 대한 미충족 의료 수요가 존재했다.
‘ABBV-951’은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해 줄 새로운 파킨슨병 치료제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약물은 피하로 약물 주입 튜브를 연결하여 휴대용 펌프를 통해 레보도파 제제를 지속적으로 투여할 수 있다.
애브비가 실시한 임상 3상 시험(시험명: M15-736)에서 ‘ABBV-951’은 기존 경구용 레보도파 제제 대비 비열등성을 입증한 것에 이어 더 우수한 치료 효과를 보여주었다. 시험에서 ‘ABBV-951’은 치료 12주차에 경구용 레보도파 제제와 비교할 때, 비자발적인 움직임이 통제되고 있음을 의미하는 On 시간(약효 나타나는 시간)을 크게 증가시켰다. ‘ABBV-951’ 투여군은 평균 2.72 시간인 반면, 대조군은 0.96 시간에 불과했다.
이를 기반으로 애브비는 지난해 5월, FDA에 ‘ABBV-951’의 신약 승인 신청(NDA)을 제출했다. 업계에서는 3상 연구에서 보여준 데이터를 바탕으로 FDA가 무난하게 ‘ABBV-951’을 승인할 것으로 전망했다.
앞서 글로벌 정보분석업체 클래리베이트(Clarivate)는 지난해 12월, FDA의 승인을 받았거나 앞두고 있는 약물 중 오는 2027년까지 연간 10억 달러의 매출을 올릴 가능성이 높은 약물 15개 중 ‘ABBV-951’를 꼽은 바 있다. 당시 클래리베이트는 ‘ABBV-951’이 2027년에 8억 8000만 달러(23일 환율 기준 약 1조 1264억 원)의 판매고를 올릴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이번 FDA의 NDA 접수 반려로 ‘ABBV-951’의 출시 목표 시기는 당초 계획보다 1년 늦은 2024년 중반 경으로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ABBV-951’의 2027년 매출 전망 또한 기존의 컨센서스에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럼에도 업계 전문가들은 ‘ABBV-951’의 성장 잠재력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이날 월스트리트 분석가들은 “‘ABBV-951’의 향후 최고 매출액은 약 10억 달러일 것이며, 20억 달러를 기록할 가능성 또한 존재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