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정복 최신 무기 면역관문 억제제 개발 중단 사례 증가
암 정복 최신 무기 면역관문 억제제 개발 중단 사례 증가
  • 이충만
  • admin@hkn24.com
  • 승인 2023.03.20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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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기업들의 의약품 개발 역사는 질병과 싸워 온 인류의 역사이기도 합니다. 우리 기업들에는 좋은 참고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MSD ‘키트루다’
MSD ‘키트루다’

[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2018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을 계기로 차세대 항암제로 인기를 끌고 있는 ‘면역관문 억제제’의 개발 중단 사례가 늘어가고 있다. 시장이 포화 상태로 접어듦과 동시에 규제 당국의 관문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인체가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T세포와 같은 면역 체계가 활성화된다. 염증 반응으로 열이 나는 것도 면역 작용에 의해 나타나는 현상이다. 하지만 염증 반응이 과하게 일어나면 자가 면역 질환을 야기하기 때문에 T세포의 기능을 억제하는 단백질(CTLA-4, PD-1), 일명 면역관문을 통해 과도한 면역 반응을 조절해야 한다.

암 세포는 면역관문 수용체에 선택적으로 작용하여 면역 체계의 공격을 차단한다. 이때 면역관문 억제제는 암 세포가 면역 체계를 회피하는 기전을 저해하여 T세포가 암 세포를 공격하도록 한다.

면역관문 억제제는 기존의 면역 반응을 조절하는 방법이라 치료 효과가 길게 지속되고, 1세대 화학항암제의 세포 독성 부작용이 없다. 2세대 표적항암제가 암종에 따라 쓰임새가 제한되는 반면, 면역관문 억제제는 암의 종류와 관계 없이 효과를 보인다. 여러 연구를 통해 기존 항암제보다 치료 효과가 우수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표준 항암 요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가장 먼저 모습을 보인 면역관문 억제제는 지난 2011년 3월, 미국 식품의약국의 허가를 받은 미국 BMS의 CTLA-4 면역관문 억제제 ‘여보이’(Yervoy, 성분명: 이필리무맙·Ipilimumab)이다. 하지만, 현재 관련 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약물은 미국 머크(Merck, MSD)의 PD-1 억제제 ‘키트루다’(Keytruda, 성분명: 펨브롤리주맙·pembrolizumab)이다. 이 약물은 2021년 172억 달러(17일 환율 기준 약 22조 4305억 2000만 원)의 판매고를 올리면서 전체 항암제 매출 순위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키트루다’를 바짝 추격하고 있는 경쟁 약물로는 ▲BMS의 PD-1 면역관문 억제제 ‘옵디보’(Opdivo, 성분명: 니볼루맙·nivolumab) ▲스위스 로슈(Roche)의 PD-L1 면역관문 억제제 ‘티센트릭’(Tecentriq, 성분명: 아테졸리주맙·atezolizumab) ▲영국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 AZ)의 PD-L1 면역관문 억제제 ‘임핀지’(Imfinzi, 성분명: 더발루맙·durvalumab)가 있다.

그런데 최근들어 ‘꿈의 항암제’라 불리며 제약바이오업계의 관심을 모았던 면역관문억제제 개발에 잇따라 제동이 걸리고 있다.

 

21개 면역관문 억제제 파이프라인 개발 중단

미국 실리콘밸리은행 증권(SVB Securities)에 따르면, 지난 2분기(2022년 4분기~2023년 1분기) 동안 제약 업체들은 약 21개의 면역관문 억제제 파이프라인 개발을 중단했다.

대표적인 약물은 중국 이노벤트(Innovent)가 개발한 PD-1 면역관문 억제제 ‘신틸리맙’(sintilimab)이다. 이 약물은 ‘티비트’(Tyvyt)라는 제품명으로 중국에서 호지킨 림프종 등 6개의 적응증을 획득했다. 미국 릴리(Eli Lilly and Company)는 지난 2020년 8월, 이노벤트와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중국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신틸리맙’의 대한 모든 권리를 확보한 바 있다.

릴리는 이후 FDA에 진행성 비편평 비소세포폐암의 1차 치료 라인에서 ‘신틸리맙’+백금 기반 항암화학요법의 신약 허가 신청(NDA)을 제출했다. 하지만 FDA가 중국 임상 데이터만으로 승인할 수 없다며 허가를 반려하자 릴리는 지난해 12월, 이노벤트 측에 라이선스 계약 종료를 통보했다.

스위스 노바티스(Novartis)의 PD-1 면역관문 억제제 ‘티스렐리주맙’(tislelizumab) 또한 개발 중단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 약물은 중국의 베이진(BeiGene)이 개발한 것으로, 노바티스는 지난해 1월, ‘티스렐리주맙’의 북미·유럽·일본 시장의 판권을 양도받는 조건으로 베이진과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노바티스는 비소세포폐암(NSCLC) 및 식도편평세포암(ESCC) 치료에 대한 ‘티스렐리주맙’의 신약 허가 신청을 FDA에 제출했지만, FDA 측은 “코로나19로 인해 중국 내 제조 공장 현장 실사가 불가능하다”며 심사기일을 무기한 연기한 바 있다. 이에 이 회사는 ‘티스렐리주맙’에 대한 FDA 승인 추진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다만, 노바티스는 아직까지 판권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도 중국 준시 바이오사이언스(Junshi Biosciences)와 미국 코히러스 바이오사이언스(Coherus BioSciences)의 ‘토리팔리맙’(toripalimab)도 FDA로부터 퇴짜를 맞은 바 있다.

최근 FDA에서 불승인 처분을 받은 면역관문 억제제들의 공통점은 모두 중국에서 개발된 약물이라는 것이다. 이는 그만큼 중국 제약업체들의 면역관문 억제제 개발 건수가 많다는 의미이기도다.

실제로 중국은 광대한 인구 풀과 비교적 값싼 인건비를 바탕으로 단시간에 많은 양의 면역관문 억제제를 배출했다. 현재 새로운 면역관문 억제제는 종종 중국 업체가 개발하고 이를 중국 외 지역으로 기술 수출하는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FDA가 여전히 중국산 신약에 대해 신뢰를 하지 않고 있어 기술을 도입한 기업의 입장에서 미국 시장 진입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북미·유럽 등 선진국에서 개발하기에는 비용 문제도 무시할 수 없는 노릇이다. 현재 면역관문 억제제는 ‘레드 오션’이기 때문에 후발주자의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틈새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 그러나 어떤 분야이든 ‘개척자’에게는 수많은 실패와 이에 수반되는 비용 증가라는 어려움이 존재한다.

이와 관련 업계의 한 전문가는 “틈새 시장을 공략하려는 기업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자금이 소요된다면, 제품이 임상시험에 성공하더라도 파이프라인 프로젝트를 중단하는 근거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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