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 미국 실리콘밸리은행 파산 여파 ‘촉각’
제약업계, 미국 실리콘밸리은행 파산 여파 ‘촉각’
미국 바이오 벤처 절반 가량 SVB와 거래

예치된 자금 접근 못할 경우, 파산 위험 노출
  • 이충만
  • admin@hkn24.com
  • 승인 2023.03.15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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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주가 주식

[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미국 스타트업의 자금줄 역할을 해왔던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 충격에 전 세계 주식·외환시장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제약·바이오 벤처들도 잔뜩 긴장하고 있다. 미국 바이오 벤처의 절반 가량이 이 은행에 예금 대출 고객으로 알려지면서, 붕괴 후폭풍으로 높은 변동성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금융보호혁신국은 10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큰 상업은행인 SVB를 불충분한 유동성과 지급불능을 이유로 폐쇄하고,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를 파산관재인으로 임명했다. 이는 2008년 금융 위기 당시 무너진 워싱턴 뮤추얼(Washington Mutual)에 이은 역대 두 번째 규모의 파산 기록이자 2008년 이후 최대 규모이다.

SVB는 전통적으로 제약·바이오 업계를 비롯해 스타트업 생태계의 진원지로 알려져 있다. SVB는 전년 IPO(기업공개)를 한 미국 내 벤처 기업의 약 50%에 대출, 예금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른바 초기 단계의 벤처에 특화된 은행이다. 이 은행은 초기 단계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이들이 투자금을 예치하면, 이렇게 받은 예금을 다른 스타트업에 대출하는 식으로 운영됐다. 스타트업은 통상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유치하고 여러 차례 펀딩 라운드를 진행하는데, 그 자금은 주로 SVB에 예치됐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미국 금리가 상승하기 시작하면서 금융 시장의 경색으로 자금 조달이 힘들어졌다. 주 고객인 스타트업들의 예금이 줄어들고, IPO도 막히면서 손실을 감수하며 채권을 매도했다. SVB는 위기를 타개하려고 유상 증자를 시도했으나, 오히려 은행의 예금 지급 불능 상태를 우려한 고객들이 대규모로 예금을 인출하는 뱅크런(Bank Run) 사태가 발생하면서 주가가 폭락, 시가 총액의 60%를 쓸어버리더니 결국엔 파산에 이르렀다.

특히, SVB는 미국 바이오 벤처의 대출을 해주던 핵심 은행으로, 제약 업계에 미치는 파장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이 은행은 2021년부터 투자 유치 펀딩 라운드를 진행한 제약·바이오 기업의 절반 이상, 그리고 상장 기업의 70% 이상과 연관되어 있다. 폐쇄 직전 SVB가 보유하고 있던 약 1730억 달러(14일 환율 기준 약 226조 8030억 원)의 예금 중 12%가 제약 업체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당국은 파산 여파가 다른 은행으로 번지는 사태를 막기 위한 선제적인 대응에 나섰다. 미국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공동성명을 내고 예금보험 한도(계좌당 25만 달러)내에서 예금 전액을 보호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문제는 보험에 가입하지 않거나 이를 초과해 예치한 업체들은 자금을 온전히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유전자 치료제 개발 업체인 미국 상가모 테라퓨틱스(Sangamo Therapeutics)는 금요일 긴급 성명을 통해 SVB 은행에 약 3400만 달러(한화 약 445억 4000만 원) 이상의 금액을 예치했으며, 자금을 되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불안감을 토로했다.

미국 바이오 벤처 인피니뮨(Infinimmune)의 와이어트 맥도넬(Wyatt McDonnell) 최고경영자는 미국 제약·바이오 전문 매체 바이오파마 다이브(BioPharma Dive)를 통해 “수십년 동안 SVB는 바이오 벤처와 거래를 유도했지만, 마침내 마주 보게 된 결말은 파산”이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와이어트 맥도넬은 SVB 파산 위험이 커지자 지난 9일(현지 시간), 주요 투자자들에게 우려를 불식시키는 이메일을 일괄 전달한 바 있다.

미국 바이오 벤처 에이비오 엑스(Abio-X)의 제프 조나스(Jeff Jonas) 전 최고경영자는 “이번 사태는 혁신 신약을 개발하는 제약 산업 생태계에 적잖은 영향을 줄 것”이라며 “업체들이 SVB에 예치된 자금에 접근할 수 없다면, 바이오 벤처들의 줄도산은 불보듯 뻔한 일”이라고 우려했다.

바이오 벤처는 수익성이 보장된 캐시카우가 없는 터라 투자금을 기반으로 신약을 연구 개발하기 때문에, 유동적인 자금 확보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자금 접근이 어렵다면 파산 외에 뾰족한 묘수는 없다는 것이다. 

반면, 이번 사태의 여파가 미미할 것이라는 일각의 분석이 있다. 한 업계 전문가는 “수년 간 자금난에 허덕이는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도처에 널려 있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제약·바이오 업종 투자 기조에 신중함이 더해질 것이고, 경쟁력 있는 기업은 살아남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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