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들의 의약품 개발 역사는 질병의 역사이기도 합니다. 우리 기업들에는 좋은 참고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미국 BMS(Bristol Myers Squibb)의 적혈구생성자극제 ‘레블로질’(Reblozyl, 성분명: 루스파터셉트·luspatercept)이 유럽에서 3번째 적응증을 확보했다. 특히, 동급 최초 수혈 비의존성(NTD) 베타 지중해 빈혈 치료제로 승인을 받으면서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유럽 집행위원회(EC)는 지난 3일(현지 시간), BMS의 ‘레블로질’을 NTD 베타 지중해 빈혈 성인 환자를 위한 치료제로 판매 허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허가는 유럽 연합의 모든 국가와 아이슬란드, 리히텐슈타인, 노르웨이에도 적용된다.
EC의 허가는 NTD 베타 지중해 빈혈에 대한 임상 2상 시험(시험명: BEYOND)에 대한 데이터를 근거로 했다. 해당 시험은 NTD 베타 지중해 빈혈 성인 환자 145명을 대상으로 2:1 무작위 비율로 ‘레블로질’과 위약을 무작위로 투여한 뒤, 유효성을 대조 평가한 연구로, 시험의 1차 평가변수는 12주 간 혈액 내 헤모글로빈 수치 변화였다.
그 결과, ‘레블로질’ 투여군 총 96명 중 74명(77.1%)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혈액 내 헤모글로빈 수치가 상승한 반면, 위약군 49명은 전부 수치 변화가 관찰되지 않았다.
시험에서 흔하게 관찰된 이상반응은 골통, 두통, 관절통, 요통, 고혈압, 기침, 설사, 인플루엔자 유사 질환, 천식, 불면증, 메스꺼움 등이었다. ‘레블로질’ 투영군의 11.5%는 중증 이상반응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노아 버코위츠(Noah Berkowitz) BMS 혈액질환 사업부 총괄은 “이번 EC의 승인으로 ‘레블로질’은 수혈 의존성과 무관하게 베타 지중해 빈혈 환자에게 제공될 수 있는 치료 옵션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타 지중해 빈혈은 헤모글로빈 사슬의 결핍으로 인해 적혈구 생성에 이상이 생기는 것으로, 주로 상염색체 열성으로 유전되는 희귀 질환이다. 증상으로는 중증 빈혈이 있으며, 적혈구 수혈에 따른 철분 과다로 인해 장기 손상과 같은 합병증이 유발될 수 도 있다.
이 질병은 수혈 의존성과 비의존성 유형으로 분류된다. 수혈 의존성은 정기적으로 적혈구 수혈을 받아야 하는 반면, 비의존성은 정기적인 수혈이 필요하지 않다. 하지만, 빈혈 증상을 방지하기 위해서 때때로 평생에 걸쳐 수혈을 받아야 한다.
현재 수혈 의존성 베타 지중해 빈혈에 대한 치료제는 많이 시판되어 있는 상황다. ‘레블로질’ 이전까지 수혈 비의존성 베타 지중해 빈혈의 치료 표준은 철분 킬레이트 요법이었는데, 종종 철분 과다 현상을 초래하는 부작용이 있다.
‘레블로질’은 적혈구의 생성을 저해하는 Smad2·3 신호 전달 경로를 차단하여 적혈구의 생성을 조절하는 적혈구 생성 자극제이다. Smad2·3 신호 전달 경로는 베타 지중해 빈혈 및 골수 이형성 증후군에서 과도하게 활성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약물 계열 중 NTD 베타 지중해 빈혈 적응증을 확보한 사례는 ‘레블로질’이 전 세계 최초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2019년 11월, ‘레블로질’을 수혈 의존성 베타 지중해 빈혈 치료제로 처음 승인했으며, 이듬해 4월에는 골수 이형성 증후군 빈혈 치료제로 확대 승인했다. EC와 우리나라 식약처도 동일한 적응증에 대해 ‘레블로질’을 품목 허가한 바 있다.
한편, BMS는 EC에 앞서 FDA에 ‘레블로질’의 수혈 비의존성 베타 지중해 빈혈 적응증 확대 신청(sBLA)을 제출했다. 하지만 FDA가 BEYOND 연구에서 ‘레블로질’의 유익성·위험성 프로파일에 대한 의문점을 제기하자, 이 회사는 지난해 7월, sBLA를 철회했다. 당시 회사 측은 미국에서 더이상 ‘레블로질’의 수혈 비의존성 베타 지중해 빈혈 적응증 확대를 추진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아쉬운 쪽이 우물을 파라는 의미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