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주목할 만한 임상 실패 사례 10건
2022년 주목할 만한 임상 실패 사례 10건
미국 제약·바이오 전문 매체 피어스 바이오텍 선정
  • 이충만
  • admin@hkn24.com
  • 승인 2023.02.23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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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기업들의 의약품 개발 역사는 시대의 트렌드를 반영합니다. 우리 기업들에는 좋은 참고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신약 개발이 어렵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신약 후보물질이 연구 개발을 거쳐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와 천문학적인 비용을 필요로 한다. 신약 후보물질의 약 90%는 전임상 시험에서 인체 대상 임상 연구로 문턱을 넘어서지 못하며, 본격적으로 임상을 개시하더라고 실제 약물이 출시될 확률은 10% 이하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이오 벤처의 경우, 신약 개발은 도박과 비슷하다. 수십 혹은 수백 개의 후보 물질을 찾고 그중에서 가장 가능성이 큰 물질 하나만을 선택해야 하는데, 이러한 선택에 따라 기업의 생존에도 위협을 가할 수 있다.

확률도 적고 연구에 많은 비용이 들지만,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칠전팔기 정신으로 도전을 거듭하고 있다. 블록버스터 신약 개발에 성공할 경우 막대한 수익을 낼 수 있고, 이를 기반으로 또 다른 혁신 신약을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할 수 있다.

미국의 제약·바이오 전문 매체 피어스 바이오텍(Fierce Biotech)이 선정한 2022년도 신약 개발 실패 사례 10건을 정리했다. 이중 8건은 항암제 및 중추신경계 질환과 같은 전통적으로 업계의 선호도가 높은 연구 개발 분야가 차지하고 있다.

스위스 로슈(Roche)는 이 목록에 무려 4건의 실패 사례를 올렸는데, 이는 알츠하이머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한 로슈의 빛바랜 노력이 반영된 것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야심차게 2개의 알츠하이머 신약 후보물질에 대한 임상 막바지 단계에 돌입했지만, 모두 실패로 막을 내렸다. 

다음은 피어스 바이오텍이 소개한 지난해 실패한 10건의 임상 사례이다.

 

임상시험 임상

① 프랑스 사노피(Sanofi) = SERD(에스트로겐 수용체 분해제) 경구제 ‘암세네스트란트’(Amcenestrant)

에스트로겐 수용체 분해제(SERD)는 내분비요법에 불응하는 재발성 HR 양성 유방암에 사용되는 약물로, 에스트로겐이 결합하는 수용체의 분해를 유도하여 유방암 세포로 끌어들이는 수용체의 생성을 억제한다.

이전까지는 영국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의 ‘파슬로덱스’(Faslodex, 성분명: 풀베스트란트·fulvestrant)가 유일하게 상용화된 SERD 계열 약제로, 2002년 미국, 2004년 유럽에서 승인을 받았다. 다만, 피하 주사 방식으로 투약되는 만큼, 복용 편의성이 떨어지는데다 ESR1 변이가 발생할 시 치료 효과가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이에 따라 업계는 복용이 편리한 SERD 경구제 개발에 뛰어들었다. 이중 사노피는 2017년부터 자사의 SERD 경구제 후보약물 ‘암세네스트란트’에 대한 여러 임상 연구를 개시했다. 하지만 ‘암세네스트란트’의 단독요법과 병용요법은 모두 임상에서 유의미한 치료 효과를 입증하지 못하면서 이 회사는 지난해 8월, ‘암세네스트란트’의 개발을 모두 중단한다고 밝혔다.

② 미국 BMS(Bristol Myers Squibb) 및 넥타(Nektar) = IL-2 작용제 ‘벰페갈데슬류킨’(Bempegaldesleukin)

면역관문 억제제는 암 세포가 면역 체계를 회피하는 기전을 저해하여 T세포가 암 세포를 공격하도록 한다. 1세대 화학항암제의 세포 독성 부작용이 없고, 2세대 표적항암제가 암종에 따라 쓰임새가 제한되는 반면, 면역 관문 억제제는 암의 종류와 관계 없이 효과를 보인다. 여러 연구를 통해 기존 항암제보다 치료 효과가 우수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표준 항암 요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런데 이 면역관문 억제제에도 치명적 약점이 있었으니, 바로 ‘Cold Tumor(차가운 종양)’ 암종에는 반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Cold Tumor는 종양 미세 환경에서 조직 내 T세포가 없거나, 극히 드물게 분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면역 관문 억제제에 잘 반응하지 않는다. 대표적인 Cold Tumor는 유방암, 난소암, 전립선암, 췌장암, 뇌암(교모세포종), 흑색종 등이다.

IL-2 작용제 ‘벰페갈데슬류킨’은 Cold Tumor에 염증을 유발하여 조직 내 면역 체계를 활성화하여 면역관문 억제제에 잘 반응하도록 설계된 병용요법 약제이다. BMS는 지난 2018년 넥타와 18억 5000만 달러의 계약금을 지불하여 IL-2 작용제인 ‘벰페갈데슬류킨’의 권한을 확보했다.

하지만, 전이성 흑색종 환자를 대상으로 BMS의 면역관문 억제제 ‘옵디보’(Opdivo, 성분명: 니볼루맙·nivolumab)+‘벰페갈데슬류킨’ 병용요법 대 ‘옵디보’ 단독요법을 평가한 임상 3상 시험을 진행한 결과, ‘벰페갈데슬류킨’ 병용요법은 모든 평가변수를 놓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BMS는 개발을 중단했다.

③ 미국 바이오젠(Biogen) = 근위축성 측삭경화증(ALS) 치료제 ‘BIIB078’

‘BIIB078’은 염증 반응에 관여하는 NF-κB 인자의 결합을 방해해 XPO1 단백질을 억제하고 염증 및 신경 독성 반응을 감소시키는 기전의 약물이다. 본래 미국 캐리오팜 테라퓨틱스(Karyopharm Therapeutics)가 소유하던 약물로, 바이오젠은 지난 2018년 1월, 캐리오팜과 ‘BIIB078’에 대한 계약을 체결하면서 본격적으로 연구 개발에 돌입했다.

하지만, 지난해 3월 바이오젠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1상 연구에서 관찰된 ‘BIIB078’은 위약과 통계적으로 유의한 약동학적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 2차 평가변수를 충족하지 못했다. 이에 바이오젠은 ‘BIIB078’ 개발 프로그램을 전면 중단했다.

④ 스위스 로슈(Roche) = 알츠하이머 치료제 ‘크레네주맙’(crenezumab)

‘크레네주맙’은 베타 아밀로이드(beta-amyloid) 단백질의 신경 독성 저분자 중합체를 중화시키기 위해 설계된 단클론 항체이다. 스위스 AC 이뮨(AC Immune SA)이 발견한 물질로, 로슈의 자회사인 제넨텍은 2006년 AC 이뮨측에 최대 3억 달러의 성과금을 지급하는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로슈는 ‘상염색체 우성 알츠하이머’ 환자 252명을 대상으로 ‘크레네주맙’을 평가한 임상 3상 시험을 개시했는데, 전체 환자 중 약 60%는 44세 전후에 알츠하이머 관련 인지 장애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PSEN1 E280A 변이 유전자를 보유했다. 환자들은 최대 8년간 ‘크레네주맙’과 위약을 무작위로 투여 받았으며, 시험 기간 동안 알츠하이머에 대한 치료 접근법에 대한 정보가 발전함에 따라 ‘크레네주맙’ 용량 또한 증량되었다.

회사 측은 ‘크레네주맙’은 양호한 안전성 프로파일을 보였으며, 탐색적 요인 분석을 통해 작은 수치적 개선이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1·2차 평가변수 모두 위약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개선을 입증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⑤ 스위스 로슈(Roche) = 알츠하이머 치료제 ‘간테네루맙’(gantenerumab)

‘간테네루맙’은 인간 IgG1 단클론 항체로, 피하 투약을 통해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의 집합 형태를 표적하여, 뇌의 면역세포를 활성화하고 아밀로이드 플라그 제거 및 축적을 방지하도록 설계됐다. ‘크레네주맙’과 유사한 작용 기전을 가졌다.

로슈는 ‘크레네주맙’의 실패를 뒤로 한채 ‘간테네루맙’의 임상을 시작했지만, 임상에서 효능을 입증하지 못하면서 또 다시 치료제 개발에 실패했다.

지난해 11월에 발표된 바에 따르면,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2건의 임상 3상 시험(시험명: GRADUATE I 및 II)에서 ‘간테네루맙’이 시험 목표에 달성하지 못했다. 시험의 1차 평가변수는 치료 116주차에 기준선 대비 CDR-SB(임상 치매 등급-항목 합계) 점수 변화로, CDR-SB는 기억, 방향, 판단 및 문제 해결, 사회성, 가족 관계 및 취미, 돌봄 등 6개 영역에 걸쳐 인지 및 기능 변화를 측정하는 지표다.

그 결과, ‘간테네루맙’ 투여군의 CDR-SB 점수는 각 연구에서 기준선 대비 0.31점, 0.19점 감소해 위약군 대비 8%, 6%의 상대적인 임상 증상 개선 효과를 보였다. 하지만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아 1차 평가변수를 달성하지 못했다. 아울러 환자 뇌에 축적된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 제거 수준은 예상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이 회사는 ‘간테네루맙’의 모든 임상 연구를 중단했다.

⑥ 스위스 로슈(Roche) = SERD(에스트로겐 수용체 분해제) 경구제 ‘지레데스트란스’(Giredestrant)

SERD 경구제 개발에 뛰어든 여러 업체 중 로슈도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로슈도 사노피에 이어 실패의 쓴맛을 봤다. 로슈는 지난해 4월 진행한 ‘2022년 1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자사의 SERD 경구제 ‘지레데스트란스’(Giredestrant)가 진행성·전이성 HR 양성 HER2 음성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 2상 시험에서 무진행 생존기간 개선에 실패하여 1차 평가변수를 충족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임상 데이터는 밝혀지지 않았다.

⑦ 미국 NGM 바이오파마슈티컬스(NGM Biopharmaceuticals) 머크(Merck, MSD) = 황반변성(AMD) 관련 지도 모양 위축(GA) 치료제 ‘NGM621’

‘NGM621’은 보체3(C3) 단백질의 활성을 억제하도록 설계된 인간 면역글로불린G1(IgG1) 단클론 항체이다. NGM 바이오파마슈티컬스가 보유하던 약물로, 머크는 지난 2015년에 NGM 측과 제휴 관계를 체결하면서 ‘NGM621’의 권리를 확보했다.

하지만, 212명의 황반변성(AMD) 관련 지도 모양 위축(GA)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임상 2상 시험(시험명: CATALINA)이 실패한 것으로 나타나자 머크는 지난해 10월, ‘NGM621’의 개발에 손을 뗐다. 시험 결과, 치료 52주차에 ‘NGM621’ 투여군은 위약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한 질병 진행을 감소시키지 못했다.

⑧ 미국 화이자(Pfizer) = 코로나19 치료제 ‘PF-07304814’

화이자는 이미 코로나19 백신 ‘코미나티’(Comirnaty) 및 코로나19 치료제 ‘팍스로비드’(Paxlovid, 성분명: 니르마트넬비르·nirmatrelvir)로 코로나 관련 의약품 시장을 주름잡고 있었다. 그러나, ‘팍스로비드’가 경증 코로나19 치료제로 사용이 제한된 만큼, 중증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착수했다.

‘PF-07304814’은 코로나19로 인해 입원한 중증 감염 환자를 위해 설계된 정맥 주사 제형 치료제였다. 회사 측은 ‘PF-07304814’이 다양한 바이러스 변이에도 잘 반응할 것으로 기대한 바 있다. 하지만, 초기 임상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검토한 이후 성공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 ‘PF-07304814’의 개발을 포기했다.

⑨ 스위스 로슈(Roche) = TIGIT 면억관문 억제제 ‘티라골루맙’(tiragolumab)

TIGIT(T-cell immunoglobulin and ITIM domain)는 암세포  표면에 발현되는 수용체로, T세포의 공격을 중지시켜 체내 면역 체계를 회피하도록 한다. TIGIT 억제제는 TIGIT를 억제하여 면역세포의 면역 기능을 활성화시켜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하는 새로운 기전의 면역관문억제다.

TIGIT 억제제는 기존 면역 항암제와 병용할 시 높은 치료 반응률을 보이면서 새로운 면역 항암 요법으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기존의 면역관문 억제제의 반응률은 30%에 그치며, 대장암 및 췌장암을 비롯한 일부 유형의 암종에서는 거의 반응하지 않는 반면, 전임상에서 TIGIT 억제제 병용요법은 우수한 항종양 활성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로슈가 지난해 2번이나 자사의 TIGIT 억제제 ‘티라골루맙’ 임상 3상 시험에 실패하면서 TIGIT 억제제에 대한 기대감은 실망으로 바뀌고 있다. PD-L1 발현이 높은 국소진행성·절제 불가능 전이성 비소세포 폐암에 대한 임상 3상 시험(시험명: SKYSCRAPER-01)에서 ‘티라골루맙’ 병용요법은 2개의 1차 평가변수 중 1개만을 충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확장기 소세포폐암 환자 490명을 대상으로 ‘티라골루맙’과 ‘티쎈트릭’ 병용요법을 평가한 임상 3상 시험(SKYCRAPER-02)의 결과에서도 ‘티라골루맙’ 병용요법은 전체생존율과 무진행생존기간을 비롯해 1차 평가변수에 도달하지 못했다.

⑩ 미국 바이오헤이븐(Biohaven) = 척수소뇌성 실조증(SCA) 치료제 ‘트로릴루졸’(Troriluzole)

‘트로릴루졸’은 현재 ALS(근위축성측색경화증) 치료제로 사용되는 사노피 ‘리루텍’(Rilutek, 성분명: 릴루졸·riluzole)이 전구약물(Prodrug: 약물 투여 후에 생체 내에서 화합물로 변화되는 것)이다.

바이오헤이븐은 척수 소뇌실조증(SCA)과 강박장애(OCD)에 대한 임상 3상 시험을 실시했지만, 주요 평가변수를 달성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뇌 손상 수준에 대한 반정량적 평가를 기반으로 하는 임상 척도인 f-SARA, 신체 균형, 언어 등에서 위약 대비 개선점이 관찰되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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