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시우] 담도암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액체 생검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진단 정확도가 무려 93%에 이른다. 담도암 환자의 생존률 향상에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오늘의 메디컬 핫뉴스를 정리했다. [편집자 글]
담도암 조기진단 액체 생검 기술 개발 ... 세브란스 연구팀
담도암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액체 생검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진단 정확도가 무려 93%에 이른다. 담도암 환자의 생존률 향상에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방승민·조중현 교수 연구팀과 하버드 의과대학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임형순 교수 연구팀의 공동 연구성과다.
21일 의료계에 따르면, 지금으로써 담도암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정확한 방법은 없다. 현재 조기진단을 위해 사용하는 표준 검사인 혈중 CA19-9 검사 진단율은 70%에 불과하다. 진단 시점에서 수술이 가능한 경우는 30% 정도로 낮고 불량한 예후로 이어진다. 담도암 5년 생존율은 30% 미만이다.
담도암 표준 확진법은 췌담도 내시경 검사에서 조직을 떼어내 검사를 시행하는 침습적 방법인데 진단율이 낮아 검사를 반복해야 하는 등 불편이 있다.
액체 생검 기술은 체액에서 종양 표지자를 검출해 암을 진단하는 비침습적 기술로 암 조기진단이나 조직검사로 확진이 어려운 암 분야에서 개발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담도암 역시 액체 생검 연구 필요성은 높지만 특이 표지자가 없어 개발이 쉽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담도암이 의심되는 환자 담즙에서 특이적인 종양 표지자를 도출하고 담도암을 보다 정확하게 진단하는 액체 생검 진단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먼저 담도암에서 발생하는 종양 표지자를 알아보기 위해 정상 세포와 담도암 세포에서 추출한 세포외소포체를 비교했다. 암에서 유래한 세포외소포는 암세포를 대변하는 단백질과 핵산, 지질 물질들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액체 생검을 통한 암 진단에 있어서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생체 물질이다.
연구팀은 담도암 유래 세포외소포에서 MUC1, EpCAM, EGFR 단백질의 발현이 높은 것을 밝혔고 세 단백질은 실제 환자 조직에서도 많이 발견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어, 세포외소포에서 발현하는 단백질을 분석하기 위해 하버드 의대 연구팀이 개발한 FLEX(fluorescence-amplified extracellular vesicle sensing technology) 센서칩 기술을 활용했다.
FLEX 센서칩 기술은 정상세포와 암세포 유래 세포외소포가 섞여 있는 체액에서 암세포 세포외소포의 광학 신호만을 크게 증폭해 분석 정밀도를 향상시킬 수 있는 기술이다. 기존 세포외소포 분석 기술은 수천~수만개 이상의 세포외소포가 존재할 때만 검출 신호를 얻을 수 있었지만 FLEX 센서칩 기술은 소량의 세포외소포만으로도 분석할 수 있다. 반도체 생산 기법을 사용해 대량 제작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연구진은 환자 담즙에서 세포외소포를 추출한 후 FLEX 센서칩 기술을 사용해 세가지 표적 단백질의 발현을 분석했고 실제로 양성 질환 환자에 비해 담도암 환자의 담즙에서 표적 단백질이 더 높게 측정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번에 개발한 액체 생검 진단 기술은 기존 진단법보다 높은 정확도를 자랑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액체 생검 진단 정확도는 93%로, 동일한 환자 2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혈액검사(69%)는 물론 췌담도 내시경 조직검사(71%)에 비해 우수했다.
조중현 교수는 이날 헬스코리아뉴스에 “이번 연구를 통해 담도암 진단 표지자를 발굴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기존 방법보다 높은 진단 정확도를 자랑하는 액체 생검 진단 기술을 하버드 의과대학과 개발할 수 있었다”며 “연구팀은 검사의 정확도를 검증하고 환자의 편의를 개선하기 위해 더 많은 담도암 환자의 담즙과 혈액을 이용한 액체 생검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 IF 17.521)에 게재됐다.
수술 중 실시간 혈관 및 암 동시 탐색 사용 가능성 입증
기존의 암수술 방법은 암조직의 완전한 절제를 위해 정상부위까지 광범위하게 절제한다. 하지만 최근 수술 후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정상조직은 최대한 보존하고 암부위만을 절제하는 정밀 암수술 기법이 시도되고 있다.
정밀 암수술은 정상조직의 절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수술 중 형광영상시스템을 사용한다. 수술 전 형광조영제를 체내에 주입해 실시간으로 정확하게 암병변을 확인하면서 정확히 암 부위만 절제하는 방식이다. 현재까지는 형광조영제로 인도시아닌 그린이 유일하게 임상에서 사용 가능하나, 암표적형광조영제가 아니어서 실제 임상에서 적용이 거의 불가능하다.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흉부외과 김현구·최학수 교수(하버드 메디컬 스쿨) 연구팀이 공동으로 진행한 다른 파장대의 근적외선 형광 조영제 2가지(ZW700-PEG, cRGD-ZW800-PEG)가 수술 중 실시간으로 혈관과 암을 동시에 탐색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 했다.
김현구 교수팀이 개발한 형광 조영제 ‘ZW700-PEG’과 ‘cRGD-ZW800-PEG’는 생체 주입 시 혈장을 통해 신장으로 빠르게 제거되기 때문에, 주변 정상 조직 대비 표적 부위의 형광 신호가 강하게 나타나고 독성이 낮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많은 종류의 암 세포에 과발현 되어 있다고 알려진 integrinv에 결합하는 리간드인 cRGD를 사용함으로써, cRGD-ZW800-PEG은 암 세포를 특이적으로 표적 가능하다.
김현구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직접 개발한 형광조영제 (ZW700-PEG, cRGD-ZW800-PEG)가 수술 중 혈관과 암을 실시간으로 구별 및 탐색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고, 이를 통해 수술 시간 및 암 재발률의 감소와 암 환자의 생존율 증가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며 “향후 뇌교종, 흑색종, 대장암, 두경부암, 전립선 암 등 다른 종류의 암에서도 cRGD-ZW800-PEG이 적용가능한지 스크리닝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연구결과를 담은 논문 ‘Ultralow Background Near-Infrared Fluorophores with Dual-Channel Intraoperative Imaging Capability’는 Advanced Healthcare Materials(IF11.092)에 게재 됐다.
“당뇨 전단계-대사증후군 동반 시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 커져”
당뇨병 전단계 환자에게서 대사증후군이 동반될 경우 심혈관질환 발생의 위험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용인세브란스병원(병원장 김은경) 내분비내과 장슬아, 김철식 교수팀의 연구결과다.
당뇨병 전단계는 공복 혈당이 100~125mg/dl 또는 당화혈색소가 5.7~6.4%로 정상 범위는 벗어났지만 당뇨병으로 진단될 정도로 높지 않은 경우를 말한다. 전 세계적으로 당뇨병 전단계 환자가 증가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건강검진을 통한 당뇨병 전단계 및 대사증후군 진단이 늘고 있다. 2022년 대한당뇨병학회 자료에 따르면 국내 30세 이상 성인 약 10명 중 4명(44.3%)이 당뇨병 전단계에 해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간 대사증후군이 있는 환자에게서 심혈관질환의 위험이 증가한다는 것은 알려져 있었으나, 당뇨병 전단계 환자에게 대사증후군이 동반되는 비율과 대사증후군 동반에 따른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의 차이를 밝힌 연구는 드물었다.
연구팀은 당뇨병 전단계 환자에게서 대사증후군 유무에 따른 심혈관계 질환 발생 위험성의 차이를 연구했다.
연구에는 단일기관에 내원한 환자 중 당뇨병 전단계에 해당하는 273명과 정상 혈당군 197명의 데이터를 활용했다. 당뇨병 전단계 환자는 대사증후군 진단 여부에 따라 두 그룹으로 나누어 대조군과 함께 경동맥 초음파 검사상 경동맥 내중막 두께, 경동맥 경화반(혈관 내막 죽종 주변에 생기는 단단한 섬유성 막) 유무를 비교해 경동맥 죽상경화증 노출 위험을 파악했다.
연구 결과, 당뇨병 전단계 환자 중 대사증후군이 동반된 경우는 32.6%로 나타났다. 이 경우 대사증후군이 없는 환자보다 평균 및 최대 경동맥 내중막 두께가 유의하게 높은 모습을 보였다. 경동맥 경화반이 존재하는 비율도 2.45배 높았다. 이러한 결과는 연령, 성별, 체질량지수 및 저밀도 콜레스테롤과 같이 경동맥 죽상경화증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임상 인자들을 보정한 후에도 유의했다.
이번 연구는 대사증후군이 당뇨병 전단계 환자의 경동맥 내중막 두께 및 경동맥 경화반의 존재와 독립적으로 관련이 있음을 시사한다. 즉, 당뇨병 전단계 환자에게서 대사증후군이 동반된 경우 추가적인 심혈관질환의 위험성에 대해 더 높은 관심과 주의가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장슬아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당뇨병 전단계 환자의 유병률이 증가하면서 임상적인 연구가 더욱 중요시되고 있다”며 “앞으로 당뇨병 전단계 환자군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주제의 연구를 수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대사증후군 및 관련 장애(Metabolic Syndrome and Related Disorders)’ 12월 호에 게재됐다.
“심근경색, 약제에 따라 뇌졸중·심부전 발생 위험 달라져”
급성심근경색 환자의 복용약제별 예후를 분석한 결과 안지오텐신 전환효소 억제제(ACEI)를 복용한 그룹이 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ARB)를 복용한 그룹보다 뇌졸중과 심부전 발생 위험이 각각 62.5%, 47.2%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심혈관센터 나승운 교수, 고려대 심장혈관연구소 최병걸 교수 연구팀은 2011년 11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급성심근경색증 환자의 예후 및 관리 지표 개발을 위한 전향적 추적 관찰 연구(KAMIR-NIH)’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환자 중, 고혈압을 진단 받지 않은 65세 이상 심근경색 환자 1380명을 복용 약제에 따라 두 그룹(ACEI 복용 그룹 872명, ARB 복용 그룹 508명)으로 나누어 3년간 추적 관찰했다.
두 그룹 환자의 예후를 역확률가중치(inverse probability weighting, IPTW)를 적용해 비교 분석한 결과, 뇌졸중과 심부전 발생 환자가 안지오텐신 전환효소 억제제(ACEI)를 복용한 그룹에서는 각각 1.2%, 2.6%이었던 반면, 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ARB)를 복용한 그룹에서는 각각 2.9%, 4.5%로 나타났다. 두 그룹 사이의 혈압강하효과 및 혈압조절에서 차이는 없었다.
나승운 교수는 “심근경색증 이후에 사용되는 약제는 이번 연구에서 분석한 두 가지가 일차적으로 선택되어져 왔는데, 특히 고령 환자에서 두 약제의 효과를 직접적으로 비교한 연구는 매우 제한적이었다”며 “심근경색 이후의 적절한 약제 선택은 환자의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매우 주의를 요하는 부분이다. 가파르게 증가하는 고령인구를 고려할 때 이에 대한 연구가 앞으로도 더 활발히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병걸 연구교수는 “심근경색증, 고혈압 치료에서 모두 사용되는 두 약제가 환자 개인별 특성에 따라 효과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적응증을 세분화하여 효과를 검증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Heart and Vessels’ 최신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