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지혜] GC녹십자가 사상최대 실적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하방압력을 받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시장 예상치(컨센서스)를 밑돈 가운데, 올해 실적도 둔화될 것이란 전망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14일 공시 내용을 보면, 녹십자는 지난해 총 1조 7113억 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대비 11.3% 증가한 수치로, 매출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이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0.3% 증가한 813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도 영업이익은 737억 원이었다. 그러나 당기순이익은 반토막으로 줄었다. 전년 1369억 원에서 49.3% 감소한 694억 원에 불과했다.
특히 4분기 실적은 더욱 좋지 않았다. 15일 증권가에 따르면, 작년 4분기 이 회사의 매출은 4115억 원으로 전년 대비 2.3% 증가했지만, 영업손실은 224억 원으로 적자를 지속했다. 영업손실이 컨센서스를 큰 폭으로 하회한 것이다. 대상포진 백신(CRV-101) 글로벌 임상 진행 비용과 판매관리비 증가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의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15일 보고서에서 “대상포진 백신(CRV-101)의 미국 임상 2상 진입으로 작년 4분기 R&D 비용이 전년 대비 22.7% 증가한 580억 원을 기록했다”며 “4분기 인센티브 지급으로 인한 판관비는 1477억 원으로 전년 대비 5.7% 늘었다”고 말했다.
권해순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초 녹십자가 제시했던 분기별 비용 균등 집행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으로 판단된다”며 “대상포진 백신(CRV-101) 글로벌 임상 진행 비용이 추가(약 100억 원) 집행됐다”고 설명했다.
권 연구원은 “녹십자의 비용 집행 추세를 볼 때 향후에도 매년 4분기 영업손실 추세는 지속될 것”이라며 “4분기 판매관리비는 1~3분기 평균 대비 약 300억 원 증가했고, R&D 비용은 100억 원 증가했다”고 말했다.
증권가는 녹십자의 올해 실적에 대해서도 어두운 전망을 내놓았다. 권해순 연구원은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을 냈고 올해 헌터라제 및 면역글로블린(IVIG)의 ROW(Rest of the World) 중심 해외 판매 증가로 매출 성장은 이어지겠지만 수익성 개선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진투자증권은 이날 녹십자의 목표주가를 각각 16만 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삼성증권 서근희 연구원도 이날 보고서에서 “올해 실적 성장이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녹십자의 목표주가를 15만 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다만, 한국투자증권 오의림 연구원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감소한 헌혈 등으로 면역글로블린(IVIG) 시장은 현재 공급 부족 상황으로 판단된다”며 “IVIG-SN 10%의 FDA 실사 일정 확정(4월)에 따른 불확실성 해소” 등을 이유로 목표주가 18만 원을 유지했다.
녹십자의 어두운 전망은 주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녹십자는 오전 11시 15분 현재 전일(12만 8900원) 대비 3.96%(5100원) 하락한 12만 38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코로나 수혜주로 불리며 한때 40만 원을 넘어섰던 주가가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돌아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