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팡이 감염 예방 백신은 왜 없을까
곰팡이 감염 예방 백신은 왜 없을까
면역 저하자 수 증가하면서 진균 감염 위험성 높아져

곰팡이, 항진균제 노출되면 내성 생겨 ... 백신 필요성 대두

업계, 감염자수 적고 낮은 수익성 때문에 개발동력 상실
  • 이충만
  • admin@hkn24.com
  • 승인 2023.02.14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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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중독균 곰팡이

[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최근 미국 방송사 HBO를 통해 공개된 라스트 오브 어스(Last of Us) 드라마는 동충하초 균이 인간을 숙주로 삼아 좀비로 만들어 버리는 포스트 아포칼립틱 기획을 다룬 시리즈 물이다. 관객과 평단의 찬사를 한눈에 사로잡은 이 시리즈는 현재 곰팡이 감염에 대한 예방 백신이 없는 사실에 착안하여 제작되었다. 인간을 좀비로 감염시켜 버리는 곰팡이균은 물론 허구에 기반한 상상에 불과하지만, 과학자들은 갈수록 증가하는 곰팡이 감염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곰팡이 감염(진균 감염)은 진균에 의해 감염되는 질환을 말한다. 곰팡이는 전 세계적으로 1200만 종이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이중 인간을 감염시킬 수 있는 균은 200여 종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부분의 감염 유형은 피부 각질층을 통한 표재성 진균 감염으로, 무좀이 대표적인 질환이다. 

체내 의료기기 또는 카테터 삽입 등으로 침습성 진균 감염이 발생할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인체는 균류에 대해 높은 수준의 면역력을 갖추고 있어 건강한 사람의 경우, 특별한 조치 없이 자연적으로 치료한다.

문제는 의학 기술의 발달로 생존 기간을 연장하기위한 면역 억제제를 사용하는 사례가 점점 증가하면서 면역 저하자 수가 급속도로 불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자가면역질환 환자, 장기 이식 수여자 등이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해 면역 억제제를 복용한다.

이에 따라 감염자 수도 늘어나고 있는데,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매년 약 1억 5000만 명이 진균에 감염되고 이중 170만 명이 사망한다. 

보통 건강한 사람은 침습적으로 진균에 감염되더라도 국소에 그치지만, 면역 저하자는 생명에 치명적인 전신 감염으로 발전하여 폐, 눈, 간, 뇌와 같은 기관에 영향을 끼친다. 전신 감염을 일으키는 진균은 ▲아스페르길루스증 ▲칸디다증 ▲모균증 등이 있다.

중증 침습성 진균 감염에 대한 치료법은 입원 치료를 통해 정맥 주사로 항진균제를 투약하는 것이다. 하지만, 곰팡이는 항진균제에 노출되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내성이 생길 수도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칸디다균의 약 7%는 항진균제 플루코나졸(fluconazole)에 내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항진균 저항성을 보인 감염 환자는 주기적으로 여러 종류의 항진균제를 교차 투약하여 치료하는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면역 저하자들이 점점 증가함에 따라, 진균 감염을 예방할 수 있는 백신 개발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임상 시험 참여자 등록의 어려움, 낮은 수익성으로 인해 백신 개발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진균 감염 백신 개발 어려움 산재

가장 큰 문제는 중증 침습성 진균 감염 사례가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라 하더라도 여전히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이미 전임상 동물 시험에서 예방 효능을 입증한 백신 프로토 타입이 존재하지만, 인체 대상 연구를 진행하기 위한 참여자 모집에 난항을 겪고 있다.

캐런 노리스(Karen Norris) 미국 조지아 대학(University of Georgia) 면역학 교수는 “백신을 평가하기 위해 건강한 사람을 의도적으로 감염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적절한 모집단이 구성되기 전까지 그저 기다려야만 하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그는 환자를 모집하는 데 걸리는 시간만 2년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른 문제로는 저하된 인체 면역 체계를 계량화하여 이에 적합한 백신 개발이 어렵다는 것이다. 현재 상용화된 백신은 특정한 세균 혹은 바이러스에 선택적으로 반응하여 체내 면역 체계의 적응력을 유도한다. 하지만 면역 억제제를 복용한 면역 저하자, 항암제 복용 환자, HIV 감염 환자, 선천적 면역 저하자의 각기 다른 면역 체계를 통일된 기준에 따라 측정할 수는 없다. 이에 따라 통일된 진균 예방 백신 개발도 어렵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낮은 수익성으로 인해 개발 동력이 떨어진다는 점이 꼽힌다. 실제로, 1980년대 이후 임상 시험 단계에 진입한 백신 후보는 총 3종이 있다. 이중 2종은 초기 임상 시험에서 예방 효능을 입증했음에도 백신 후보와 항진균제의 예방 효능을 대조 평가하기 위한 다음 단계의 임상을 위한 투자자 모집에 실패하면서 결국 개발이 중단됐다.

존 갈기아니(John Galgiani) 애리조나 의과 대학(University of Arizona College of Medicine)의 밸리 피버 혁신 센터(Valley Fever Center for Excellence) 총괄은 “전문가들은 어떤 진균을 목표로 개발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지 알고 있지만, 백신 개발은 대부분 자금 부족으로 인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며 “진균 감염 예방 백신 개발에 대한 투자금이 지속적으로 유입된다고 가정할 경우, 약 8년 후에 예방 백신이 상용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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