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대웅제약이 출시를 준비 중인 당뇨병 치료 신약 ‘엔블로’(이나보글리플로진)가 메트포르민과의 병용요법에서 아스트라제네카의 블록버스터 당뇨병 치료제 ‘포시가’(다파글리플로진) 대비 비열등성을 입증했다. 특히 일부 지표에서는 ‘엔블로’-메트포르민 조합이 ‘포시가’-메트포르민 조합보다 우수한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나 초기 시장 공략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대웅제약은 최근 대한당뇨병학회의 공식 국제학술지인 ‘diabetes & metabolism journal’(DMJ)를 통해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 메트포르민을 추가했을 때 ‘엔블로’와 ‘포시가’의 효능 및 안전성을 평가한 임상3상 시험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임상시험은 국내 환자 200명을 대상으로 메트포르민 요법과 함께 ‘엔블로’ 0.3mg(101명) 또는 ‘포시가’ 10mg(99명)을 무작위로 투여했을 때 ‘엔블로’가 ‘포시가’보다 비열등(비열등성 마진 0.35%)하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한 것이다.
임상 결과에 따르면, 1차 평가변수인 24주차에서 당화혈색소(HbA1c) 변화량은 ‘엔블로’ 투약군이 –0.80%, ‘포시가’ 투약군이 –0.75%였으며, 당화혈색소 0.7% 미만을 달성한 환자의 비율은 각각 61%와 62%로 유사했다. 24주차에 조정된 공복 혈장 포도당의 평균 변화도 ‘엔블로’ 투약군이 –32.53mg/dL, ‘포시가’ 투약군이 –29.14mg/dL로 유의미한 차이는 없었다.
연구진은 “(메트포르민 병용 시) ‘엔블로’는 24주차에 HbA1c의 평균 감소 측면에서 ‘포시가’와 비교해 열등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HbA1c 감소 효과의 견고성은 민감도 및 하위군 분석 모두에서 검증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에서 눈에 띄는 점은 ‘소변 포도당-크레아티닌 비율’(UGCR)의 증가 수치와 인슐린 저항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HOMA-IR’(homeostasis model assessment of insulin resistance)의 감소 수치다.
SGTL-2 억제제는 신장에서 포도당의 재흡수를 막아 소변으로 포도당이 배출될 수 있도록 촉진해 혈당을 낮추는 기전의 약물이다. 소변 내 포도당 배출량이 많을수록 약물의 효과가 강력한 것으로 평가되는데, ‘엔블로’-메트포르민 병용요법은 UGCR이 60.48로, ‘포시가’-메트포르민 병용요법(44.94)보다 유의미하게 높았다.(P<0.0001)
‘HOMA-IR’ 감소 수치는 ‘엔블로’-메트포르민 병용요법이 –1.85, ‘포시가’-메트포르민 병용요법이 –1.31로, ‘엔블로’-메트포르민 병용요법이 인슐린 저항성을 더 많이 낮췄다.(P=0.0041)
췌장 베타 세포의 기능 지표인 ‘HOMA-β’는 ‘엔블로’-메트포르민 투여군이 52.32(베이스라인 45.53, 변화량 6.9), ‘포시가’-메트포르민 투여군이 56.67(베이스라인 44.44, 변화량 11.93)로, ‘포시가’-메트포르민 병용요법군의 HOMA-β 변화 수치가 더 높았으나, 유의미한 수준은 아니었다.(P=0.2545)
전체 치료 과정에서의 이상반응 발생률(TEAE)은 ‘엔블로’-메트포르민 투여군이 24%, ‘포시가’-메트포르민 투여군이 22%로 비슷했다. 대부분의 강도가 경미했으며, 의도한 치료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다만, 약물이상반응(ADR) 발생률은 각각 1.0%, 7.1%(P=0.0341)로, ‘포시가’-메트포르민 투여군에서 ADR이 더 자주 나타났다.
연구진은 “‘엔블로’는 주성분 용량이 0.3mg로 ‘포시가’(10mg)보다 훨씬 낮은 용량에서도 강력한 효과를 발휘한다”며 “특히 ‘HOMA-IR’의 상당한 감소는 강조할 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엔블로’ 최초의 국산 SGLT-2 억제제
국내 시장 주도권 가져올지 ‘주목’
‘엔블로’는 국산 신약 36호이자, 국내 제약사가 개발한 최초의 SGLT-2 억제제다. 국내 SGLT-2 억제제 계열 당뇨병 치료제 시장은 글로벌 제약사의 신약들이 장악하고 있는데, 대웅제약은 ‘엔블로’를 자체 개발하며 이들 글로벌 제약사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엔블로’는 지난해 11월 30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현재 급여 및 약가 협상을 진행 중으로, 올해 안에 단일제와 메트포르민 복합제를 출시한다는 목표다.
특히 올해 상반기 SGLT-2 억제제 계열 당뇨약의 병용요법 관련 보험 급여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복합제 상용화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엔블로’와 메트포르민 복합제는 임상시험을 완료했고, ‘엔블로’와 제미글립틴(제품명 : ‘제미글로’)을 합친 복합제는 현재 임상1상 시험을 진행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SGLT-2 억제제 시장의 성장세가 매우 가파른 가운데, 국내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글로벌 제약사의 신약들은 줄줄이 물질특허 만료를 앞두고 있다”며 “대웅제약이 ‘엔블로’ 단일제와 복합제 출시로 관련 시장에서 주도권을 빼앗아 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