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 신약 ‘레켐비’ 정식 승인까지 산 넘어 산
알츠하이머 신약 ‘레켐비’ 정식 승인까지 산 넘어 산
FDA, ‘레켐비’ 가속 승인 ... 정식 승인 여부 올해 말 결정

美 시장 보험 등재, 안전성 우려 등 산적한 현안 해결해야
  • 이충만
  • admin@hkn24.com
  • 승인 2023.01.10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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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츠하이머 치매 [출처=Alila Medical Media 유튜브 영상]
알츠하이머 치매 [출처=Alila Medical Media 유튜브 영상]

[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애듀헬름’(Aduhelm, 성분명: 아두카누맙·aducanumab) 실패 이후 2년간의 우여곡절 끝에 새로운 알츠하이머 치료제 ‘레켐비’(Lequembi, 성분명: 레카네맙·lecanemab)가 다시 등장했다. 개발사 또한 ‘애듀헬름’과 동일한 미국 바이오젠(Biogen)과 일본 에자이(Eisai)다. 연초부터 탄생한 알츠하이머 신약 소식에 치매 정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애듀헬름’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6일(현지 시간), 바이오젠과 에자이가 공동 개발한 항베타 아밀로이드 항체 기반 알츠하이머 치료제 ‘레켐비’를 가속 승인(Accelerated Approval) 했다.

가속 승인이란 중증 질환 혹은 아직까지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은 의료상 요구가 많은 질환을 대상으로 신약 후보물질들에 대해 임상 시험이 끝나기 전에 조건부 시판을 허가하는 제도다. 보통 2상 연구 데이터의 대리 결과 변수(Surrogated End Point)를 근거로 허가한다. 가속 승인을 받은 약물은 향후 임상 3상 확증 시험을 통해 약효를 입증해야 정식 승인을 받을 수 있다. 

‘레켐비’의 이번 가속 승인은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 800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2상 시험(시험명: Study 201)의 데이터를 근거로 했다. 해당 시험에서 ‘레켐비’ 투여군은 알츠하이머 종합점수(ADCOMS) 기준 대조군 대비 뇌 용적 감소 및 질병 진행이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양사는 이번 ‘레켐비’의 정식 승인 전환을 위해 꼼꼼히 준비한 모양새다. 에자이 측은 FDA의 가속 승인 직후 ‘레켐비’ 정식 승인을 위한 생물학적 제제 허가 신청(BLA)을 제출했다. FDA는 이 자료를 토대로 올해 연말쯤 최종 승인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신청서에는 1795명의 알츠하이머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임상 3상 시험(시험명: CLARITY AD)의 데이터가 포함되어 있다. 해당 시험 결과, ‘레켐비’ 투여군의 인지 저하 속도는 위약군 대비 2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양사는 오는 1월 23일에 미국에서 ‘레켐비’를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레켐비’에게는 시장에서 완전히 상용화되기 위한 관문이 아직 남아있다. 특히, 실패한 약물로 이름을 남긴 ‘애듀헬름’이 이러한 관문을 넘지 못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진 만큼, ‘레켐비’의 성공 여부는 여기에 달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보험 등재 여부

‘애듀헬름’의 시장 철수에 결정적인 사건은 보건의료재정청(CMS)의 보험 등재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CMS는 미국 보건부 산하 기관으로, 미국의 공공 의료 보험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CMS는 지난 2021년 6월, ‘애듀헬름’ 승인 이후 공공보험 급여 적용을 위해 전국급여결정(NCD) 분석을 시행한 바 있다. NCD는 의료항목 및 서비스가 보험 가입자들에게 중대한 임상적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 학계의 견해가 엇갈리거나 또는 새로운 항목 및 서비스 도입으로 메디케어 프로그램에 큰 영향이 있을 경우에 진행된다.

그 결과 CMS 측은 2021년 9월, “‘애듀헬름’은 임상시험에 참여한 경우에만 메디케어 보장을 받는다”고 밝히며 급여 등재를 거부했다. CMS는 최종 검토 당시 1만 여개의 공개 의견과 250개의 동료 검토 문서를 고려하여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

양사는 당시 ‘애듀헬름’의 연간 약가를 5만 6000 달러(9일 기준 환율 약 6960만 8000 원)로 책정했지만, 너무 비싸다는 비판에 2만 8000 달러(한화 약 3480만 4000 원)로 다시 책정했다. 약 절반으로 줄였지만, 공공 보험에 등재되지 못한 약물에 대한 대중의 수요는 전혀 없었다. 2021년 한해 ‘애듀헬름’은 300만 달러(한화 약 37억 2900만 원)에 수익을 거두는 데 그쳤다. 이에 회사 측은 ‘애듀헬름’의 사업을 아예 접어 버렸다.

아울러 CMS는 지난해 4월, 항베타 아밀로이드 항체 약물에 대한 깊은 불신을 드러내기도 했다. CMS 측은 “항베타 아밀로이드 항체 기반 알츠하이머 치료제의 보험 등재는 임상 시험 참여자에게 제한된다”고 못 박았다.

이번 승인과 관련 CMS는 지난 6일 자체 성명을 통해 “‘레켐비’에 적용된 규제 조치에 대해 논의한다”고 밝혔으나, “‘레켐비’가 정식 승인을 받기 전까지 보험 적용 범위 확대는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레켐비’의 연간 약가는 2만 6500달러(한화 약 3292만 6250 원)일 것으로 추정된다. 약 3000만 원에 달하는 높은 약가로 인해 보험 등재 여부가 ‘레켐비’의 상용화에 있어 중요한 관건이 될 전망이다.

 

여전한 안전성 우려

‘레켐비’는 ‘애듀헬름’처럼 안전성 우려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실제로 ‘레켐비’는 임상 시험 도중 3명이 약물 관련 이상반응으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지(Science)가 지난해 11월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두 번째 사망자인 65세의 여성 환자의 경우, 지난해 10월 말 뇌졸중, 뇌 혈관성 부종 등의 뇌 영상 비정상 증상(ARIA)이 나타났고 결국 뇌출혈로 사망했다. 뇌졸중을 치료하기 위해 표준 혈전 치료제인 조직 플라스미노겐 활성제(tPA)를 투약한 직후 출혈이 시작된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의 시신을 부검한 결과, 사망 환자는 알츠하이머병과 관련된 뇌 아밀로이드 혈관증(CAA)을 앓고 있었다. 학계는 CAA로 취약해진 혈관벽의 평활근을 뇌의 베타 아밀로이드 응집체가 대체하고 있는 도중 ‘레카네맙’이 이를 제거하면서 혈관벽이 더욱 취약해졌고 tPA을 투여한 순간 혈관벽이 파열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임상 참여 환자들의 사망 원인을 뇌 영상 비정상 증상(ARIA) 때문으로 보고 있다. ARIA는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에 축적되는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에 대한 항체 치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뇌의 변형을 말한다. 이로인해 임상 시험에 참가한 환자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뇌출혈 등 뇌의 증상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레켐비’에는 항아밀로이드 항체 관련 뇌 영상 비정상 증상(ARIA)에 대한 경고 문구가 삽입되어 있다.

이반 청(Ivan Cheung) 에자이 미국 지사 최고경영자는 미국 제약·바이오 전문 매체 피어스 파마(Fierce Pharma)와 인터뷰를 통해 “질병 정복에 다가서기 위해서는 결정적인 방아쇠가 필요하다”며 “다소 위험성 있는 시도에도 불구하고 사례가 축적되면서 질병에 대한 이해 수준이 높아지고 더 개선된 약물 개발을 앞당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레켐비’는 약효가 그 위험성을 능가한다고 생각한다. ‘레켐비’를 통해 알츠하이머 환자들은 삶의 질을 개선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업계 전문가들은 ‘레켐비’가 정식 승인으로 전환될 경우, 연간 최대 매출액이 수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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