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원제약의 선견지명? … 美 연구진 “페노피브레이트, 코로나19에 효과 없다”
대원제약의 선견지명? … 美 연구진 “페노피브레이트, 코로나19에 효과 없다”
펜실베이니아 대학 주도 연구팀 701명 대상 다국가·다기관 임상결과 발표

“중증도 점수나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에 위약군과 유의미한 차이 없어”

대원제약, ‘티지페논’ 임상 조기 중단 … “빠른 결단이 더 큰 리스크 막아”
  • 이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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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1.02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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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원제약 본사 사옥
대원제약 본사 사옥 [사진=대원제약 제공]

[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로 주목받던 페노피브레이트 성분이 미국 연구진 주도로 수행한 대규모 임상시험에서 코로나19 환자의 심각한 증상이나 사망을 줄이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제약사인 대원제약도 페노피브레이트를 이용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나섰다가 중도에 포기했는데, 이번 연구 결과를 보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는 평가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페렐만 의과대학(Penn Medicine)은 북미, 남미, 유럽, 서아시아 등 지역 26개 기관의 협력을 받아 지난 2020년 8월부터 올해 4월까지 701명의 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페노피브레이트의 치료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진행한 대규모 임상시험의 결과를 지난달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타볼리즘’(Nature Metabolism)에 게재했다. ‘네이처 메타볼리즘’은 세계적인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의 자매지다.

연구팀은 701명의 코로나19 감염 환자 중 351명을 145mg의 페노피브레이트로 치료하고 350명을 위약으로 무작위 배정했다. 그런 다음 사망, 침습적 및 비침습적 인공호흡기 사용, 입원 기간, 입원까지의 시간, 외래 환자의 증상 중증도 등의 요인과 함께 질병 중증도를 측정하는 새로운 중증도 점수 시스템을 기반으로 환자의 순위를 매겼다.

그 결과, 페노피브레이트 투약군은 위약 투약군과 비교해 중증도 점수나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이러한 결과는 초기 무작위 배정 후 최대 30일까지 거의 차이가 없었다. 시험을 실시한 모든 국가에서 일관된 결과가 나왔을 뿐 아니라 성별·연령·인종·체질량 지수·당뇨병 상태·치료 기간 등의 영향도 받지 않았다.

연구 결과를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일차 평가변수인 페노피브레이트 투약군과 위약 투약군의 심각도 점수 분포(ranked severity scores, 점수가 낮을수록 코로나19 증상이 더 심각함)는 중앙값(P=0.819)이 각각 345(175,453), 347(172, 453)로 매우 유사했다.

연령, 성별, 입원 환자 대 외래 환자 상태, 산소의 기준 흡입 농도/산소 포화도 비율, 인종, 민족, BMI, 기준선 당뇨병 상태 및 국가, 사이트별로 클러스터링한 결과 등을 조정한 뒤에도 페노피브레이트 투약군의 심각도 점수는 대조군보다 0.03 더 높은 데 그쳤다.

이차 평가변수인 30일 동안 기계 환기(침습적 및 비침습적), 체외 막 산소화(ECMO) 또는 최대 가용 호흡 지원이 없는 중환자실(ICU) 외부의 생존 일수와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시한 7개 카테고리의 순위 척도 역시 두 투약군 간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사망자도 페노피브레이트 투약군이 19명, 위약 투약군이 22명으로 비슷(P=0.693)했고, 30일 동안 생존하고 퇴원한 일수도 두 투약군 모두 평균 30일(P=0.834)로 비슷했다.

임상시험 책임자인 훌리오 치리노스(Julio Chirinos)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 페렐만 의과대학 교수는 “코로나19를 유발하는 바이러스인 ‘SARS-CoV2’에 대한 페노피브레이트의 유망한 효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연구 결과는 그것이 COVID-19 환자의 질병 심각성을 줄이거나 나쁜 결과를 예방하는 데 유용한 전략이 아니라는 것을 설득력 있게 보여줬다”고 말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페렐만 의과대학(Penn Medicine) 공동 연구팀이 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페노피브레이트의 치료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진행한 대규모 임상시험의 주요 결과. [사진=네이처 메타볼리즘 홈페이지 갈무리]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페렐만 의과대학(Penn Medicine) 공동 연구팀이 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페노피브레이트의 치료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진행한 대규모 임상시험의 주요 결과. [사진=네이처 메타볼리즘 홈페이지 갈무리]

 

생체 외 실험서는 바이러스 최대 70% 감소 … 실제 임상시험과 대조적 결과

“체외·임상 효능 다를 수 있어 … 엄격한 전향적 무작위 제어 시험 중요성 확인”

페노피브레이트는 혈액 내 비정상적인 고지혈증을 치료하는데 전 세계적으로 흔하게 쓰이는 경구용 약물이다. 다국적제약사 애브비가 개발해 지난 1993년 ‘트리콜’이라는 제품명으로 처음 허가받아 출시했다. 지금도 국내·외에서 여러 제약사가 제네릭 및 개량신약을 개발해 생산하고 있다.

이상지질혈증 치료제 성분인 페노비프레이트가 코로나19 치료제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중순, 영국 버밍엄대학교, 영국 킬대학교 및 이탈리아 산라파엘과학 연구소, 덴마크 코펜하겐대학교 등 공동 연구팀이 사람 세포를 이용해 실시한 생체 외(in-vitro) 실험에서 페노피브레이트가 코로나19의 세포 감염을 최대 70%까지 줄여준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면서부터다.

특히 이스라엘 히브리(Hebrew)대학 생명공학센터 연구팀이 페노피브레이트를 복용한 중증 환자 15명 중 14명은 치료 일주일 이내에 산소 치료를 받지 않아도 될 정도로 상태가 호전됐으며, 남은 1명의 환자도 10일 이내에 상태가 좋아졌다는 소규모 중재적 임상시험 결과를 내놓으면서 페노피브레이트를 활용한 대규모 임상시험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이에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과 이스라엘 히브리대학 등이 후속 연구에 나섰다. 이번 연구 결과는 이중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이 여러 국가 의료기관의 협력을 받아 진행한 것이다. 히브리대학의 연구는 현재 지지부진한 상태로 알려졌다.

펜실베이니아대학 연구팀은 페노피브레이트가 실험실 세포에서와 같은 결과를 인간에게서 달성하지 못한 것에 대해 여러 가지 잠재적인 이유가 있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연구팀은 “코로나19는 복잡하며 세포뿐만 아니라 복잡한 숙주 반응에 대한 독성 영향을 포함한다”며 “따라서 생체 외에서 관찰된 약물의 세포 효과는 전체 유기체에서 광범위한 잠재적 현상으로 코로나19 환자에게 유익한 효과로 해석되지 않을 수 있다. 이번 임상시험으로 코로나19 설정에서 실험실 효능과 임상 효능을 동일시하지 않는 것의 중요성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대원제약, ‘티지페논’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시도

수개월 만에 임상 중단 … “중증화율 대폭 낮아져”

지난해 영국 버밍엄대학, 히브리대학 등의 해외 연구팀들이 페노피브레이트의 코로나19 치료 효능과 관련한 긍정적인 연구 결과를 발표하면서 국내에서도 페노피브레이트 제제를 판매하던 제약사들이 큰 주목을 받았다.

당시 해당 연구 소식이 국내에 전해지자 대원제약, 한국파마, 한국뉴팜, 진양제약, 동구바이오제약 등 페노피브레이트 성분 제제를 보유한 다수 제약사의 주가가 상승했다. 코로나19 치료제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대원제약 ‘티지페논’ [사진=대원제약 제공]
대원제약 ‘티지페논’ [사진=대원제약 제공]

실제 대원제약은 국내 제약사 중 유일하게 자사의 페노피브레이트 성분 제제인 ‘티지페논’을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해 임상시험에 착수했다.

‘티지페논’은 대원제약이 세계 최초로 정제화에 성공한 페노피브레이트콜린 제제다. 난용성 물질인 페노피브레이트에 콜린염을 추가해 친수성을 높이고, 위장관이 아닌 소장에서 약물이 용출되도록 해 체내 흡수율을 높였다. 지난 2020년 101억 원의 원외처방액(유비스트 기준)을 기록하며 2017년 출시 이후 4년 만에 블록버스터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이 회사는 지난해 11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코로나19 확진자 중 병원에 입원했거나 입원이 필요한 중증 환자를 대상으로 ‘티지페논’(프로젝트명 : DWTG5101)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하기 위한 탐색적 2상 임상시험을 승인받아 올해 2월 본격적인 임상시험에 돌입했다.

이후 사우디 시갈라헬스케어그룹과 ‘티지페논’의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공동임상과 관련해 실무협상도 진행하며 개발 의욕을 불태웠다. 대원제약은 3분기 안에 국내 임상2상을 완료하고 곧바로 시갈라헬스케어그룹과 3상 임상에 공동 착수하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연구는 오래가지 못했다. 대원제약은 임상시험을 승인받은 지 6개월여 만에 임상 중단을 선언했다. 시장성이 작아졌다는 것이 공식적인 사유다.

당시 회사 측은 헬스코리아뉴스와 통화에서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해온 ‘티지페논’은 중증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데, 올해 2분기부터 오미크론 변이 확산 등으로 중증화율이 크게 낮아졌다”며 “대부분 감기약이나 대증치료가 가능한 경증환자, 무증상환자로, (‘티지페논’을 중증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하려는) 취지가 약해져서 임상시험을 종료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중단은 국내 제약사로서 쉽지 않은 결정이다. 국가적으로 주목받는 과제여서 회사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대원제약은 빠른 결단을 내렸고, 그 덕에 ‘더 큰 리스크’를 피해 갈 수 있게 됐다.

페노피브레이트가 코로나19 치료에 효과가 없다는 이번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 공동 연구팀의 대규모 임상시험 결과 발표가 바로 그것이다.

대원제약은 중증 코로나19 환자 80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펜실베이니아대학 공동 연구팀이 임상시험에 모집한 중증 환자 701명과 비교하면 11% 수준이다.

이미 대규모 임상시험에서 페노피브레이트가 코로나19 환자의 중증도를 낮추거나 사망률을 낮추지 못한다는 대규모 임상 결과가 나온 만큼, 대원제약이 임상시험을 이어갔어도 이와 다른 결과를 얻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임상 모집 환자 수 차이가 큰 만큼 대원제약이 긍정적인 결과를 얻더라도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결과적으로 대원제약은 이번 대규모 임상 결과 발표에 따른 리스크를 피해 가는 동시에 수십에서 수백억 원에 이를 수 있는 개발 비용을 아낄 수 있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대원제약이 ‘티지페논’ 임상을 중단한 시점과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 공동 연구팀이 페노피브레이트의 임상시험을 완료한 시기가 비슷하다. 대원제약이 임상을 중단한 시점이 조금 더 늦은 편”이라며 “대원제약이 ‘티지페논’ 임상을 중단하기 전에 펜실베이니아대학 공동 연구팀의 임상 결과를 미리 확보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지만, 사우디 시갈라헬스케어그룹과 협업도 하고 있던 만큼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렇다고 하더라도 회사 측의 빠른 결단이 더 큰 위험요소를 피할 수 있게 했다”며 “전화위복이 된 셈”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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