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의회, 실효성 논란 ‘가속심사’ 제도에 칼 빼들었다
美 의회, 실효성 논란 ‘가속심사’ 제도에 칼 빼들었다
1992~2021년까지 전체 50% 의약품 승인 철회돼

최근 가속 승인 후 FDA 권한 강화 규정한 법안 발의

“기존과 다를 바 없어 ... 채찍·당근 병행한 개혁 조치 필요”
  • 이충만
  • admin@hkn24.com
  • 승인 2022.12.22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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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의회 [사진=픽사베이]
미국 의회 [사진=픽사베이]

[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미국 하원에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가속 심사’(Accelerated Approval) 제도를 정조준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앞서 지난 3월에는 가속 심사를 통해 허가된 의약품을 강제 철회시키는 가속 승인 무결성법(Accelerated Approval Integrity Act)이 제안된 바 있다. ‘가속 심사’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제도 개혁을 향한 의회의 칼날이 정교해지는 모양새다.

FDA는 심각하고 위험한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약물을 빠른 시간안에 개발해 환자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신속 심사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질병의 심각성 및 미충족 의료 수요에 따라 ①패스트 트랙(Fast Track) ②혁신 신약(Break Throught) ③우선 심사(Priority Review) ④가속 심사(Accelerated Approval) 등 총 4개 제도를 도입했다.

이중 가속 심사는 중증 질환이나 아직까지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은 의료상 요구가 많은 질환을 대상으로 신약 후보물질들에 대해 임상시험이 끝나기 전에 조건부 허가를 내주는 제도이다. 임상 효능을 측정하려면 매우 오랜 시간이 소요될 수 있으므로 신약의 효능에 대한 적합한 결과 대신 대리결과변수(Surrogated End Point)를 바탕으로 승인하기 위해 도입됐다.

가속 심사 제도는 1980년대에 유행하던 HIV 감염에 대응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당시 HIV 감염의 치사율은 100%였으며, 1990년까지 HIV 감염으로 인한 사망자는 10만 여명에 달했다. 이에 미국 정부는 의약품의 신속한 허가 방안을 마련할 필요성을 인식하고 FDA는 의약품의 허가 심사 규정을 새로 마련하였다. 이 규정은 차후 가속 심사 제도를 도입하는 데 토대가 되었다.

본래 에이즈 치료법 개발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열렸지만, 지난 10년 동안 가속 심사 제도를 통해 허가된 의약품들은 대부분 항암제였다. 헬스코리아뉴스 취재 결과, 지난 2021년 1월부터 2022년 6월 30일까지 FDA가 가속 심사를 통해 승인한 적응증은 모두 29개이며, 이중 항암요법은 20개인 것으로 확인됐다. 새롭게 허가를 받은 신약은 17개로, 이 중에서도 11개는 항암제였다.

그런 와중에 시판 후 3상 확증 시험에서 의약품의 유효성 또는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연이어 발생하자 가속 심사 제도 자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니 비크스-리드(Ginny Beakes-Read) 미국 암젠(Amgen)의 글로벌 규제 및 R&D 정책부 총괄과 그의 연구팀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1992년부터 2021년 12월 31일까지 가속 심사 제도를 통해 승인된 의약품 중 약 50%가 확증 연구 후 유효성을 입증하면서 완전 허가로 전환됐다. 이는 전체 의약품 중 50%는 효능 입증에 실패하고 시장에서 철수했다는 의미이다.

실효성에 의문이 지속되는 중 가속 심사 제도 우려에 쐐기를 박는 사건은 지난 2021년 6월, ‘애듀유헬름’(Aduhelm, 성분명: 아두카누맙·aducanumab)의 가속 승인이었다. 미국 바이오젠(BioGen)과 일본 에자이(Esai)가 공동 개발한 ‘애듀유헬름’은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최초의 근본적 치료제로 많은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았지만, 약효 논란을 일으키며 결국 시장에서 사라졌다.

이 때문에 미 하원 에너지상업위위원회 프랭크 팰런(Frank Palone) 위원장은 인터뷰를 통해 ‘애듀유헬름’ 사태를 꼭 집으며 올해 3월, ‘가속 승인 무결성법’ 입법 계획을 발표했다.

이 법안은 가속 승인 이전 제약 업체 측에서 확증 임상 연구를 미리 계획하고 개시하도록 FDA와 제조사간 계약을 강제화하고 승인 시점에 FDA에 연구 진행을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아울러 업체에서 5년 이내에 3상 확증 시험을 완료하지 못할 경우 FDA가 가속 승인을 철회할 수 있도록 하는 강제 조치를 추가했다. 다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9월 최종 법안서명에서 이를 제외했다.

그런가운데 ‘가속 승인 무결성법’ 보다 덜 엄격하지만 가속 심사 제도의 개혁을 담은 법안이 최근 발의됐다. 그러나 이 법안 또한 FDA의 가속 승인 철회 조치를 규정한 만큼, 제도를 향한 칼날은 여전히 날카롭다.

 

가속승인 후 FDA 권한 강화 규정한 법안 발의

해당 법안은 옴니버스(Omnimmus)라는 12개의 연간 지출 법안에 포함돼 있다. 연간 지출 법안은 미국 상원에서 먼저 표결을 거쳐 이번 주 말 하원에서 표결에 부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안나 에슈(Anna G. Eshoo) 미국 민주당 소속 보건 소위원회 의장은 “이번 법안은 FDA의 업무 수행 능력을 크게 개선시킬 수 있다”며 “특히, 가속 심사 경로를 통해 승인된 약물 및 생물학적 제제의 안전성과 효능을 더 잘 보장하기 위한 제도 개혁 사안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 법안을 구체적을 살펴보면, FDA는 임상 3상 확증 시험을 설계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되며 제약사는 확증 시험 진행 상황을 180일마다 보고해야 한다. 이 조항은 효과가 있다는 확증 임상 시험을 실시하지 않고 치일피일 미루면서 조건부 허가 하에 의약품을 시판하는 꼼수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체 가속승인 의약품의 일관된 정책 시행을 위해 감독위원회도 설치된다. FDA는 우수종양학연구센터(Oncology Center for Excellence), 생물의약품평가연구센터(Centers for Biologics Evaluation and Research), 의약품평가 및 연구센터(Center for Drug Evaluation and Research)의 대표자들을 포함하여 약 7명의 관계자로 구성된 위원회를 1년에 최소 3회 이상 정기적으로 소집하고 의약품 및 제도 전반에 대해 논의한다.  

마지막으로 효능 입증 실패에 따른 강제 철회 규정도 담고 있다. 법안은 가속 승인된 의약품이 확증 임상에서 효능 입증에 실패할 경우, 업체 측이 FDA와 회의를 요청할 수 있는 기회 및 공개 논평 절차를 명확히 규정했다.

하지만, 여전히 가속승인 철회 절차가 길고 복잡하여 기존 관행과 다를 바 없다는 평도 나온다. 현재 승인 철회는 3상 임상 확증 시험 완료 이후 데이터를 바탕으로 산하 자문위원회 투표 과정을 걸쳐 이루어 진다. 이러한 과정은 보통은 3년~4년이상 소요되며, 효능 입증에 실패했더라도 자문위 회의 절차를 거치면 의약품의 시판 기간은 수 개월 더 연장된다.

이와 관련 로버트 캘리프(Robert Califf) FDA 국장은 지난 2월, 미국 제약·바이오 전문 매체와 인터뷰를 통해 “가속심사제도는 마땅한 치료 옵션이 없는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는 데 도움을 주고 있지만, 관리 감독이 부실하여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FDA에 조금 더 강력한 승인 철회 권한을 부여하는 대신 의약품 시판 후 유효성 및 안전성 데이터 확보 또는 임상 시험 지원 등의 혜택을 통해 업체들의 신약 연구 개발 의욕을 북돋아 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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