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 장기이식 실현 가능할까?
이종 장기이식 실현 가능할까?
장기 공급 문제 해결책으로 주목

최근 잇따라 돼지 장기이식 성공
  • 이충만
  • admin@hkn24.com
  • 승인 2022.12.16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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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신체 장기 부전을 앓고 있는 환자를 위한 근본적인 치료법은 기능이 저하된 장기를 다른 장기로 교체하는 것이다. 하지만 장기 이식 대기자에 비해 장기 기증 사례는 턱없이 부족해 이식 순번을 받지 못하고 사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공급 부족의 해결책으로 사람이 아닌 다른 생물에서 유래한 장기나 조직 혹은 세포를 이식하는 이종이식이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 보건부 산하 보건의료 자원 및 서비스 관리국(HRSA)에 따르면, 2021년 한해 미국에서 집계된 장기 이식 대기자는 10만 6937명에 달한다. 이중 간 이식 대기자는 9만 483명으로 가장 많았다. 반면, 실제 기증 사례는 절반도 채 안되는 4만 1355건이었고, 간 이식은 2만 4670건에 불과했다.

미국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 장기이식 대기자는 4만 1334명이었지만 뇌사자의 장기이식을 받은 건수는 고작 442명에 그쳤다.

이는 장기이식을 받기가 하늘에 별따기만큼이나 어려운 현실을 잘 보여준다. 이 때문에 극단전인 시장주의자들은 고질적인 장기 공급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장기 매매 전면 허용을 주장한다. 정부의 통제는 공급 부족을 초래하므로, 시장의 원리에 따라 상품 생산이 이뤄지면 공급 부족 문제도 자연스레 해결된다는 논리인데, 존엄한 생명의 가치를 돈으로 산다는 비판을 의식, 세계 어느 나라도 장기매매를 허용하는 곳은 없다. 

이종이식이 그 대안으로 주목받는 이유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을 해결하면서도 윤리적 문제에서도 비교적 자유롭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실제 이종이식의 현실을 어떨까. 갈수록 장기이식 대기자가 증가하면서 이종이식에 대한 연구·개발은 여느때 보다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최근 소규모 실험 수준에서 이뤄진 이종이식 사례들이 제한적인 성과를 거두면서 상용화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이종이식 효과 입증”

이종이식은 세포, 조직, 장기를 한 종에서 다른 종으로 이식하는 것으로, 자신의 조직을 이용하는 자기이식 혹은 동종이지만 유전적으로 다른 조직을 이식하는 동종이식과 다른 이식법이다. 이종이식은 동물의 장기를 사용하는 만큼 풍족하게 공급할 수 있어 만약 수술이 실패하더라도 재시도하기 쉽다. 

현재 이종이식에 대한 연구는 개코원숭이와 같은 영장류를 비롯해 다양한 동물을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이 연구되는 동물은 역시 돼지다. 장기의 크기와 형태 등이 유전학적, 해부 생리학적으로 인간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1월, 돼지의 심장을 사람에게 이식하는 수술이 세계 최초로 성공하면서 상용화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높여줬다. 심질환을 앓고 있었던 57세의 이 환자는 미국 메릴랜드 대학병원에서 돼지의 심장을 이식받았다. 돼지의 심장은 인체 거부 반응을 줄이기 위해 10가지 유전자를 변형시켰다.

이식 환자는 수술 완료 후 이식 거부 반응 없이 건강하게 회복하였지만, 두 달 후에 사망했다. 사망 후 부검 도중 돼지 심장에서 발견된 돼지 사이토메갈로바이러스(PCMV)가 사망 원인으로 추정됐다.

앞서 미국 뉴욕대 연구팀은 2021년 12월 뇌사자에게 돼지의 신장을 이식하였고, 관찰 결과 약 54시간 동안 신장이 정상 기능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 미국 듀크 대학교 알랜 커크(Allan Kirk) 교수는 “위 사례는 시한부 인생을 앞두고 있는 환자의 생명을 연장시킬 수 있는 이종이식의 효과를 입증한 것”이라며 “현재 과학 기술은 ‘이종이식이 가능한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답을 제공할 수 있는 지점까지 왔다”고 말했다.

 

“상용화까지 오래 걸릴 것”

하지만 이종이식이 상용화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가장 문제는 면역 반응이다. 현재 동종이식 환자도 이식 거부 반응을 예방하기 위해 약 3개월간 면역 억제제를 복용해야 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아무리 유전자 조작을 통하여 이종이식 장기에 대한 면역 반응을 최소화하여도 거부 반응을 완전히 예방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미국 메사추세츠 종합병원의 제이 피시맨(Jay Fishman) 박사는 “이종이식에서 면역 억제제 사용은 현재 시행되고 있는 동종이식 방식보다 더욱 복잡할 것”이라며 “지금 쓰이고 있는 면역 억제제가 아닌 개인 맞춤형 면역 억제제를 개발해야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최근 돼지 심장 이식 사례로 인해 전염병이 또 다른 문제로 떠올랐다. 다른 종의 면역 체계로는 억제되지만, 인체 면역 기능이 작용하지 못할 경우, 이식 장기 내 바이러스에 감염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이종이식을 할 경우 동물의 희생을 요구하기에 동물 윤리에 관한 지적도 제기된다.

이 때문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사실상 이종이식을 허용하지 않는다. 최근 진행된 이식 사례들은 모두 FDA의 동정적 사용 승인을 받아 이루어진 것이다. 동정적 사용이란 생명을 위협하고 장기간 또는 중증으로 나타나는 질환의 적절한 치료제가 없을 때, 개발 중이나 판매 허가를 아직 취득하지 못한 치료제의 사용을 허가하는 제도이다.

제이 피시맨 박사는 “매일 장기 이식을 기다리며 환자들은 죽어가고 있다”며 “이종이식이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인체 대상 임상 시험을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 미로매트릭스(Miromatrix)는 면역 억제제 복용 없이 돼지에서 유래한 인공 신장 이식술을 성공하는 것을 목표로 임상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다만, FDA는 13일(현지 시간), 미로매트릭스의 1상 임상시험계획(IND)을 반려한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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