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출산율 ... “하나의 생명이라도 더 살려야”
위기의 출산율 ... “하나의 생명이라도 더 살려야”
경희대병원 신생아중환자실, 엄마의 자궁처럼 아빠의 손길처럼

1000g 미만의 아이가 2.5kg으로 자랄 때까지 양육과 치료 병행
  • 박원진
  • admin@hkn24.com
  • 승인 2022.12.01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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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 박원진] 우리나라는 출산율이 낮기로 유명하다. 올해 10월 6일 국회예산정책처(예정처)가 발간한 ‘2023년 및 중기 경제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2021년 0.81명에서 2026년 0.69명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2012년만 해도 1.30명이었던 출산율이 반토막이 되는 셈이다.

합계출산율은 가임기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말한다. 예정처가 전망한 2022년 합계 출산률은 0.76명이었다. 

실제로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올해 3분기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0.03명이 줄어든 0.79명에 불과했다. 이는 국회 예정처 전망치(0.76명)보다 0.03명 높은 것이지만,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아래 관련기사 참조>

무엇보다 예정처의 합계출산율 추이는 정부 예상치보다 더 암울한 전망이라는 점에서 그 심각성을 더한다. 통계청은 지난해 발표한 장래인구추계에서 2026년 합계출산율이 0.78명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2024년 0.70명으로 저점을 통과하고 다시 반등하면서 2031년 1.0명까지 점진적으로 증가할 것이란 게 통계청의 전망이었다. 예상은 여지없이 빗나갔다.

예정처는 “앞으로 인구추이의 감소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향후 경제성장 및 재정수입과 지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경희대병원 신생아 전문 소아청소년과 최용성 교수가 인큐베이터속에 있는 미숙아를 진료하고 있는 모습.
경희대병원 신생아 전문 소아청소년과 최용성 교수가 인큐베이터속에 있는 미숙아를 진료하고 있는 모습.

“하나의 생명이라도 더 살리고 더 잘 키워야한다”는 말이 설득력을 얻는 요즘, 자연스럽게 신생아 중환자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경희대학교병원 제5중환자실(신생아)은 미숙아로 태어난 신생아들이 입원해 양육과 치료를 동시에 받는 곳이다. 초미숙아인 이른둥이로 태어난 아이들, 선천성 기형을 가진 채 남들과 조금 다르게 태어난 아이들이 재원하는 이곳에서, 신생아들은 더 강한 아이로 자라기 위해 나름 사투를 벌인다. 

 

양육과 치료를 함께하는 곳 ‘신생아 중환자실’

보통 신생아라고 하면 생후 4주 미만의 아이들을 일컫는데, 생후 5주가 되어도 아직 치료가 필요한 미숙아들이 이곳에서 필요한 모든 치료를 받는다.

경희대병원 최용성 제5중환자실장(소아청소년과 교수)은 “일반적으로 태아는 엄마 뱃속에서 40주를 채우고 나오는데 임신주수 28주 미만으로 세상에 너무 일찍 나온 아이들은 집중적인 치료가 필요하다”며, 국가와 국민들의 적극적인 관심 필요성을 강조했다.

미숙아들은 아직 몸의 모든 기관이 덜 성장한 채로 세상에 나왔기에 장기를 성장시키는 등 더 따듯한 보살핌이 요구된다. 미숙아들은 대부분 1500g 미만으로 태어난다. 간혹 1000g 미만으로 태어나는 아이들도 있다.

 

경희대병원 제5중환자실 최용성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미숙의 상태를  살피며 치료를 병행하고 있는 모습.
경희대병원 제5중환자실 신생아 전문 소아청소년과 최용성 교수와 김해영 책임간호사가 미숙아의 상태를 살피며 치료를 병행하고 있는 모습.

최용성 교수는 “엄마의 자궁에서 태반과 탯줄을 통해 영양을 공급받으며 성장해야 하는 아이들이, 아직 덜 자란 심장과 폐, 위장관, 간 등의 장기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매우 위험하다”며, “마치 전쟁터에 학생이 학도병으로 끌려나온 것과 같은 위험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신생아중환자실은 최대한 엄마의 자궁 환경처럼 온·습도가 유지되는 인큐베이터 환경에서 아이들이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정성을 쏟고 있다. 

경희대병원 제5중환자실은 양수만 먹던 장도 천천히 바깥 세상에 적응하도록 도와주고, 뇌 역시 혹시나 있을지 모를 자연출혈에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갖춰놓는다. 이른둥이 신생아에게는 밥을 먹이는 일 역시 치료 행위다. 삼킴과 호흡을 동시에 못하는 아이들이, 밥을 먹는 도중 혹여나 호흡이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에 의료진의 더 세심한 돌봄과 치료가 필요하다. 양육과 치료가 동시에 이뤄지는 셈이다.

 

1000g 미만 아이가 2.5kg으로 자랄 때

초미숙아들은 이곳에서 길게는 3~4개월을 입원하기도 한다. 28주 미만으로 태어난 아이들이 40주에 태어난 아이처럼 건강하게 퇴원하기 위해서 필요한 시간이다. 그 사이에 아이들은 점점 성장해 체급이 달라지는데, 1000g 미만의 초미숙아가 어느덧 2.5kg으로 성장해 부모를 만날 수 있는 상태가 될 때 이곳 신생아 중환자실 의료진들은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

경희대병원 제5중환자실 김미섭 수간호사는 “신생아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신체 조절 능력이 전혀 없고 늘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다”며, “신생아는 몸으로 자신의 상태를 나타내는 것 외에 어떠한 표현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주치의와 간호사 모두 관찰을 통해 바로 현재 상황을 알아내야 한다”며 “신생아 중환자실 의료진에게 가장 요구되는 능력이 바로 이러한 ‘캐치(catch)’ 능력”이라고 설명했다.

 

경희대병원 제5중환자실 김미섭 수간호사가 아이들의 상태를 살피며 정성으로 돌보고 있는 모습.
경희대병원 제5중환자실 김해영 책임간호사가 아이들의 상태를 살피며 정성으로 돌보고 있는 모습.

제5중환자실의 김해영 책임간호사는 “신생아가 중환자인 경우는 다른 병동을 거쳐 오는 게 아니라 사전정보 없이 바로 이곳에 오게 되므로, 아이의 컨디션에 대해 A부터 Z까지 모두 정확히 알아내야 한다”며 보살핌과 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최용성 교수는 “신생아 중환자실 의료진에게는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된다”며 “여러 변수에 노출된 신생아들을 건강히 자라게 하는 것은 어려움이 따르지만, 그 아이들이 나중에 커서 유치원에 들어가고 초등학생이 되어 축구부에서 공을 찬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매우 뿌듯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작은 아이들을 크게 키우기 위해, 경희대병원 제5중환자실 의료진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소리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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