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화 노린 자가면역질환 신계열 약물 개발 잇따라 실패
차별화 노린 자가면역질환 신계열 약물 개발 잇따라 실패
갈라파고스 · GSK 등 야심찬 도전에도 효능 입증 못해
  • 이충만
  • admin@hkn24.com
  • 승인 2022.11.18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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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미지에서 T세포 수용체가 아래쪽에 있고, 위쪽에 위치한 주요 조직적합성 복합체가 가운데 노란색인 항원을 나타낸다. (사진=황원묵 A&M대 생명공학과 교수)
체내 면역 세포와 표적 항원 (사진=황원묵 A&M대 생명공학과 교수)

[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분야에서 새로운 기전의 약물들이 차별화를 노리면서 잇따라 개발 경쟁 대열에 합류했지만, 성과를 얻지 못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자가면역질환은 체내 면역 체계가 외부 항원이 아닌 우리 몸을 공격해 생기는 질환이다. 종류로는 아토피 피부염, 제1형 당뇨병, 건선, 류머티스 관절염 등이 있다. 근본적인 치료법은 다른 면역계에는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이상 면역 반응을 줄이는 것이지만, 아직까지 이러한 치료법은 개발되지 않았다. 현재 쓰이는 대부분의 치료법은 증상 완화를 위한 면역 억제제를 사용하는 것이다.

면역 억제제는 면역 및 염증 반응을 유발하는 특정한 인자를 차단하는 기전으로, △사이토카인 또는 면역 세포의 활성을 억제하는 생물학적제제와 △신호전달경로 특정 단백질 효소를 표적하는 소분자 약물로 나뉜다. 가장 대표적인 면역 억제제인 ▲미국 애브비(Abbvie)의 ‘휴미라’(Humira, 성분명: 아달리무맙·adalimumab)와 ▲프랑스 사노피(Sanofi)의 ‘듀피젠트’(Dupixent, 성분명: 두필루맙·dupilumab)는 생물학적 제제이고, 투약 편의성으로 주목 받고 있는 JAK 억제제는 소분자 약물이다.  JAK 억제제의 대표적 약물은 ‘린버크’(Rinvoq, 성분명: 유파다시티닙·upadacitinib)이다. 

상용화된 생물학적 제제의 표적 항원은 종양괴사인자 알파(TNF-α), 인터류킨, 제1형 인터페론 등의 사이토카인이다. 이중 인터류킨은 업계의 가장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 표적으로, 현재 자가면역질환에서 혜성으로 떠오르고 있는 ‘듀피젠트’가 인터류킨을 표적하는 기전을 보유했다.

이러한 가운데, 새로운 항원을 표적하는 약물 개발도 이어지고 있다. 일부 기업이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기존 제품과 차별화된 신계열의 치료제 개발에 뛰어드는 것이다.

예를 들어, 벨기에 갈라파고스(Galapagos)는 지난 2019년 신계열 약물인 SIK(Salt-inducible kinase,염분 유도성 키나아제) 억제제 ‘GLPG3970’ 개발에 본격적으로 착수한 바 있다. 회사 측은 궤양성 대장염과 류머티스 관절염 환자를 대상으로 약 3건의 임상 연구를 진행했다.

하지만, ‘GLPG3970’는 류머티스 관절염에 대한 임상 2a상 시험에서 위약 대비 효능 입증에는 실패하면서 신약 개발의 어려움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갈라파고스 측은 해당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개선된 SIK 표적 화합물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GSK(GlaxoSmithKline)도 기존 제품과의 차별화를 목표로 새로운 기전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오틸리맙’(otilimab) 개발에 돌입했다. 그러나, 올해 아쉬운 3상 연구 결과가 발표된 이후 회사 측은 결국 개발을 포기했다.

 

‘오틸리맙’, 블록버스터 기대주에서 실패작으로

‘오틸리맙’은 자가면역질환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염증성 사이토카인인 GM-CSF을 표적하는 약물이다. 본래 독일 모포시스(MorphoSys)가 개발한 것으로, GSK는 지난 2013년 6월, 모포시스와 최대 4억 4500만 유로(한화 약 6200억 6300만 원)에 달하는 라인선스 계약을 체결하여 ‘오틸리맙’의 권리를 확보했다. 회사 측은 ‘오틸리맙’에 대해 향후 10억에서 20억 파운드의 최고 매출액을 거둘 수 있는 차세대 블록버스터 의약품으로 기대하기도 했다.

‘오틸리맙’의 개발은 2상 연구에서부터 약간의 잡음이 감지된 바 있다. 2018년에 발표된 류머티스 관절염에 대한 임상 2상 결과, 주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것이다. 이에 GSK 측은 “일부 환자에게서 관찰된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증상 개선이 있었다”고 항변하며 다음 임상 단계를 강행했다.

그러나 ‘오틸리맙’은 3상에서도 위약 대비 통계적 유의성을 입증하지 못했다. 지난 10월 27일 발표된 바에 따르면, 3건의 임상 3상 중 2건의 연구에서 1차 평가변수인 미국류마티스학회 반응기준인 20% 이상 개선된(ACR20) 비율은 위약군 대비 ‘오틸리맙’ 투여군이 더 높았지만, 다른 1건에서는 차별성을 입증하지 못했다.

당시 GSK 측은 “이번 데이터를 살펴보면, ‘오틸리맙’이 기존 제품 대비 탁월한 치료 효과를 보여줄 것으로 전망되지 않는다”며 “보건 당국에 신약 승인 신청을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개발을 포기한 셈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비록 제한적이나 ‘오틸리맙’이 치료 효능을 입증했음에도 GSK측이 개발 포기한 것과 관련 “현재 출시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들의 효능이 점차 우수해짐에 따라 시장 기대치 또한 커지고 있는데, GKS는 ‘오틸리맙’이 이러한 기준에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안전성 우려가 제기되지만 JAK 억제제는 투약 편의성을 무기로 관련 시장에서 점유율을 늘리고 있고 사노피 ‘듀피젠트’는 아토피 피부염 치료 분야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데 반해, ‘오틸리맙’의 치료 기전은 아직까지 명확하게 증명되지 않은 만큼 무리한 승인 추진은 위험성이 크다는 것이다.

GSK는 ‘오틸리맙’의 최종 3상 임상 결과를 내년에 발표한다는 계획인데, 이때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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