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산 예방제 개발 험난한 여정 ... 세계 유일 약물마저 퇴출 위기
조산 예방제 개발 험난한 여정 ... 세계 유일 약물마저 퇴출 위기
조산 비율 증가에도 치료제 개발은 더뎌

임산부에 대한 높은 안전성 등으로 임상 난항

FDA 자문위, 코비스 ‘마케나’ 승인 철회 권고 
  • 이충만
  • admin@hkn24.com
  • 승인 2022.11.14 04: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대서울병원 산부인과 박미혜 교수가 산모 초음파검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이대서울병원]
이대서울병원 산부인과 박미혜 교수가 산모 초음파검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이대서울병원]

[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고령임신 등 다양한 요인으로 조산아 비율은 갈수록 늘어가고 있지만, 치료제 개발은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다. 

조산은 임신 37주 이내, 즉 출산 예정일보다 3주 이상 일찍 분만하는 것을 말한다. 조산으로 태어난 신생아는 뇌, 폐 등의 몸속 주요 장기가 미성숙한 채로 태어나 다양한 신체적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폐포가 완벽하게 생성되지 않아 신생아 호흡곤란 증후군을 겪으면서 태어나자마자 인공호흡기 치료를 받게 되며, 뇌세포가 제대로 성숙되지 못한 탓에 뇌출혈 등 각종 뇌질환이 나타날 수 있다.

조산의 원인은 고령 임신, 인공수정의 증가, 조산의 과거력, 다태아 임신, 짧은 자궁경부길이 등 다양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태어나는 아이들 중 조산아의 비율은 2010년 5.8%에서 2020년 8.5%로 10년 사이 약 3% 가까이 높아졌다. 조산은 신생아 사망원인의 5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는 전세계에서 출생률이 가장 낮은 국가이다. 

그럼에도 조산을 사전에 100% 예측하고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아직까지 없는 게 현실이다. 미숙아의 성장을 돕기 위해 스테로이드 제제 또는 항생제를 투여하지만, 이는 임시 방편에 불구하다.

전세계 보건당국이 각 연구기관에 조산 예방제 개발을 위한 지원금을 제공하는 것도 약물 개발의 시급성이나 필요성이 그만큼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난 2011년부터 PQC(출생전후기 품질 협력) 프로그램을 통해 조산에 대한 임상 연구를 각 주정부와 협력하고 있다.

이밖에도 많은 나라들이 조산예방을 위한 신약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실질적인 성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임상 시험 과정에서 임산부에 대한 높은 안전성 기준, 출산의 지연이 아닌 효과적인 조산 방지 결과를 입증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운데 10여년 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은 전세계 유일의 조산 예방제마저 역사 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FDA 자문위, 코비스 ‘마케나’ 승인 철회 권고 

지난 10월 20일(현지 시간) 소집된 FDA 산하 산부인과, 생식 및 비뇨기과 약물자문위원회는 스위스 코비스 파마슈티컬스(Covis Pharmaceuticals)의 조산 예방제 ‘마케나’(Makena, 성분명: 하이드록시프로게스테론 카프로에이트·hydroxyprogesterone caproate)의 승인 철회에 대해 찬성 14표, 반대 1표로 최종 승인 철회를 권고했다.

‘마케나’는 여성 호르몬 프로게스테론의 인공 형태인 하이드록시프로게스테론를 통해 자궁 경부 수축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정확한 작용 기전은 밝혀지지 않았다. FDA는 지난 2011년 2월, 이전에 한 번의 자연 조산 이력을 가진 임부의 임신 37주 전 조산을 예방하는 약물로 ‘마케나’를 가속 승인했다. 당시 ‘마케나’는 미국 KV 파마슈티컬스(KV Pharmaceutical)가 소유하고 있었다.

가속 승인 절차에 따라 KV 파마슈티컬스는 효능을 확증하는 임상 3상 연구를 시작했어야 했지만, 일련의 이유로 시험은 진행되지 않았고 결국 1년 뒤 파산을 선고, 2014년 미국 AMAG 파마슈티컬스(AMAG Pharmaceuticals)에 ‘마케나’의 권리를 양도했다. 이후 코비스 파마가 2020년 AMAG 파마를 인수하면서 ‘마케나’의 최종 권리는 코비스 파마에게 귀속됐다.

코비스 파마에 인수되기 전 AMAG 파마는 1700명의 임산부를 대상으로 ‘마케나’의 효능을 확증하는 임상 3상 연구(시험명: PROLONG)를 개시했다. 하지만 지난 2019년 발표한 톱라인 데이터에 따르면, 임신 35주 전 조산 발생률은 ‘마케나’군에서 11%, 위약군에서 11.5%인 것으로 나타나 1차 평가변수를 충족하지 못했다. 

당시 AMAG 파마 측은 “이번 결과는 이전 연구 증거와 일치하지 않았는데, 이는 PROLONG 시험 참여자의 대다수가 주로 동유럽 국가 출신인 것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며 “미국에 등록된 환자의 하위 집단에 초점을 맞춘 PROLONG 추가 하위 분석을 수행할 것”이라고 항변한 바 있다.

하지만, 자문위는 해당 연구 데이터를 문제 삼으며 시장 철수를 권고했다. 한 자문위원은 회의에서 “현재 확인된 데이터에 따르면 ‘마케나’는 그리 효과적인 것으로 보이지 않고 사용 이익이 위험성을 능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FDA가 자문위의 권고를 따를 의무는 없지만, 대체적으로 이를 수용하는 편이다. 따라서 ‘마케나’의 시장 퇴출은 시간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업계 전문가들은 ‘마케나’가 시장에서 퇴출된다 하더라도, 성분은 의료 현장에서 오프라벨(허가 외 사용)로 처방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산을 예방하기 위한 치료법으로 짧아진 자궁 경부를 복원시키는 자궁경부원형결찰술을 시행하고 있지만, ‘마케나’의 성분인 프로게스테론은 수술 없이 이를 효과적으로 복원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임신 24주기에 짧은 자궁 경부를 진단 받을 경우, 오프라벨로 프로게스테론 질정제를 사용하기도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회사명 : (주)헬코미디어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매봉산로2길 45, 302호(상암동, 해나리빌딩)
      • 대표전화 : 02-364-2002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슬기
      • 제호 : 헬스코리아뉴스
      • 발행일 : 2007-01-01
      • 등록번호 : 서울 아 00717
      • 재등록일 : 2008-11-27
      • 발행인 : 임도이
      • 편집인 : 이순호
      • 헬스코리아뉴스에서 발행하는 모든 저작물(컨텐츠, 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복제·배포 등을 금합니다.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이슬기 02-364-2002 webmaster@hkn24.com
      • Copyright © 2024 헬스코리아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admin@hkn24.com
      ND소프트
      편집자 추천 뉴스
      베스트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