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첫 TIGIT 억제제 등장 언제쯤? ... 로슈 임상 실패로 개발 오리무중
세계 첫 TIGIT 억제제 등장 언제쯤? ... 로슈 임상 실패로 개발 오리무중
새로운 기전 면역관문억제제 로슈 ‘티라골루맙’ 임상 2건 모두 실패

업계 “실패한 면역관문억제제 IDO 억제제 및 IL-2 억제제 뒤 이을 것”

길리어드 아커스 , 내년 TIGIT 억제제 ‘돔바날리맙’ 2상 결과 발표 예정
  • 이충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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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11.07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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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vanced Science 최신호 표지 논문 면역항암제 면역체계
Advanced Science 최신호 표지 논문 면역항암제 면역체계

[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새로운 기전의 면역 항암 신약으로 주목을 모았던 TIGIT 억제제의 등장이 요원해지고 있다. 가장 앞서 나갔으며, 내년에 승인될 것으로 기대 받은 스위스 로슈(Roche)의 TIGIT 억제제 ‘티라골루맙’(tiragolumab)이 최근 임상에서 낙점을 받으면서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던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TIGIT(T-cell immunoglobulin and ITIM domain)는 암세포  표면에 발현되는 수용체로, T세포의 공격을 중지시켜 체내 면역 체계를 회피하도록 한다. TIGIT 억제제는 TIGIT를 억제하여  면역세포의 면역 기능을 활성화시켜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하는 새로운 기전의 면역관문억제다.

TIGIT 억제제가 주목 받는 이유는 기존 면역항암제와 병용할 시 높은 반응률을 보이기 때문이다. 현재 사용되는 면역관문억제제의 반응률은 30%에 그치며, 대장암 및 췌장암을 비롯한 일부 유형의 암종에서는 미국 머크(Merck, MSD)의 PD-1 억제제 ‘키트루다’(Keytruda, 성분명: 펨브롤리주맙·pembrolizumab)에 거의 반응하지 않는다. 하지만 다양한 연구를 통해 PD-1 억제제와 TIGIT 억제제 병용요법은 우수한 항종양 활성을 입증하며 새로운 항암 치료 조합으로 이목을 끌었다.

지금까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면역관문억제제는 ▲PD-1 억제제 ▲PD-L1 억제제 ▲CTLA-4 억제제 3개 유형이 있고, TIGIT 억제제는 아직 승인되지 않았다. 이에 전세계 제약 업체들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연구 개발에 속속 뛰어들었다. 특히, 로슈, 머크, 미국 길리어드 사이언스(Gilead Science) 등 글로벌 빅파마들도 두 팔 걷어 올리면서 개발 열기는 더욱 뜨거워졌다.

이중 가장 앞서는 선두주자는 로슈였다. 로슈는 비소세포폐암에 대한 자사의 TIGIT 억제제 ‘티라골루맙’과 PD-L1 억제제 ‘티쎈트릭’(Tecentriq, 성분명: 아테졸리주맙·atezolizumab)의 병용요법을 평가하는 임상 연구를 3상까지 진행하면서 2023년 세계 최초의 TIGIT 억제제를 선보일 것으로 예측됐다.

하지만, 로슈가 올해 2번이나 ‘티라골루맙’ 임상 3상 시험에 실패하면서 TIGIT 억제제에 대한 기대감은 실망으로 바뀌고 있다. 임상 3상 시험(시험명: SKYSCRAPER-01)은 PD-L1 발현이 높은 국소진행성·절제 불가능 전이성 비소세포 폐암 환자 534명을 대상으로 ‘티라골루맙’ 및 ‘티쎈트릭’ 병용요법과 ‘티쎈트릭’ 단독요법을 평가한 연구였다.

지난 5월에 발표된 연구 결과를 보면, ‘티라골루맙’ 병용요법은 2개의 1차 평가변수 중 1개만을 충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티쎈트릭’ 단독요법 대비 ‘티라골루맙’ 병용요법의 무진행생존기간(PFS)에서 개선점이 관찰되지 않았다.

앞서 지난 3월 공개된 확장기 소세포폐암 환자 490명을 대상으로 ‘티라골루맙’과 ‘티쎈트릭’ 병용요법을 평가한 임상 3상 시험(SKYCRAPER-02)의 결과에서도 ‘티라골루맙’ 병용요법은 전체생존율과 무진행생존기간을 비롯해 1차 평가변수에 도달하지 못했다. [아래 관련기사 참조]

일각에서는 TIGIT 억제제가 치료 효과를 입증하지 못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진 IDO 억제제 또는 IL-2 억제제의 뒤를 이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IDO 억제제는 인돌아민 이산소화효소를 억제하여 T세포의 면역 반응을 증가시키고 암세포의 면역 공격을 회피하는 능력을 저해시키는 약물이다. 로슈의 자회사 제넨텍(Genentech)이 지난 2015년 전임상 시험에서 IDO 억제제의 항종양 활성을 입증하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면서 새로운 면역 관문 억제제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임상 연구를 개시한 후 PD-L1 억제제와 병용한 IDO 억제제는 여러 암 유형에서 고작 10%의 반응률만 보였다. 이에 제넨텍은 IDO 억제제에 대한 권리를 매각한 바 있다.

IL-2 억제제 또한 비슷한 행보를 걷고 있다. IL-2(인터류킨-2)는 T세포를 증식 및 분화하는 역할을 하는데, 작용 기전에 개입하여 T세포의 항종양 기능을 유도하도록 개발됐다. 그러나 지난 3월, 미국 넥타(Nektar)가 진행한, 절제불가능 또는 전이성 흑색종 환자를 대상으로 자사의 IL-2 억제제와 미국 BMS의 PD-1 억제제 ‘옵디보’(Opdivo, 성분명: 니볼루맙·nivolumab)를 병용한 조합과 ‘옵디보’ 단독요법을 비교한 3상 연구에서 IL-2 억제제 병용요법이 ‘옵디보’ 단독요법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당시 넥타의 주가는 하루 만에 60% 폭락했다.

 

TIGIT 억제제 개발사들 셈법 복잡 ... 길리어드, 내년 ‘돔바날리맙’ 2상 결과 발표

로슈의 ‘티라골루맙’이 치료 효능 입증에 실패하면서 TIGIT 억제제를 개발하던 제약사들의 셈법은 더욱 복잡해졌다. 아직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낙관론도 있지만, ‘티라골루맙’ 임상이 2건 모두에서 무진행생존기간 연장에 실패하면서 부정적인 시선이 팽배하다.

이러한 가운데, 미국 아커스 바이오사이언스(Arcus Biosciences)는 3일(현지 시간), 길리어드와 공동 개발 중인 자사의 TIGIT 억제제 ‘돔바날리맙’(domvanalimab)의 임상 3상 연구를 축소한다고 밝혔다.

이날 아커스와 길리어드 양측은 “현재 여러 유형의 비소세포폐암(NSCLC)에 대해 진행 중인 임상 3상 시험(시험명: ARC-10)의 설계를 조금 변경할 것”이라며 “이번 변경은 FDA와의 논의 끝에 결정됐으며, 현재 비소세포폐암의 치료 표준을 적극적으로 임상에 적용하여 철저하게 ‘돔바날리맙’을 평가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전했다.

아커스와 길리어드는 ARC라는 연구 개발 프로그램을 통해 여러 유형의 암종에 대한 ‘돔바날리맙’과 PD-1 억제제 ‘짐베렐리맙’(zimberelimab) 병용요법의 유효성 및 안전성을 평가하는 9건의 임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이중 ARC-10은 600명의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것으로, 이전에는 적응증 3개의 비소세포폐암에서 ‘돔바날리맙’ 병용요법과 항암화학요법을 비교하는 것으로 추진되었지만, 이번 변경으로 적응증은 2개로 축소됐고, 항암화학요법이 아닌 ‘키트루다’와 대조 평가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양측 이런 조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시험의 설계를 변경한다는 점은 임상에서 ‘돔바날리맙’이 유의미한 치료 효과를 입증할 수 있는 잠재력을 발견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아커스와 길리어드는 2023년에 비소세포폐암에 대한 1차 치료제로서 ‘돔바날리맙’ 병용요법과 아데노신 수용체 억제제 ‘에트루마데난트’(etrumadenant)를 비교 평가한 임상 2상 시험(시험명: ARC-7)의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해당 연구 결과가 TIGIT 억제제의 향후 운명을 가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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