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지혜] 항암제 의약품 시장에서 복제약의 시장 진입을 차단하기 위한 다국적 제약사간 담합행위가 적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3일 항암제 복제약 출시를 막기 위해 담합한 다국적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AZ)와 알보젠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6억 4500만 원(잠정)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복제약사인 알보젠 측이 오리지널 의약품 제조사인 아스트라제네카 측으로부터 3개 항암제(졸라덱스, 아리미덱스, 카소덱스)에 대한 국내 독점유통권을 받는 대가로 그 복제약을 생산·출시하지 않기로 합의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과징금은 아스트라제네카측에 11억 4600만 원, 알보젠 측에 14억 9900만 원이 부과됐다.
공정위에 따르면, 아스트라제네카는 항암제 졸라덱스·아리미덱스·카소덱스 등 3개 의약품에 대한 판촉·외주화를 추진하던 2016년 5월 경, 알보젠 측이 국내에서 2014년부터 졸라덱스 복제약을 개발하고 있는 것을 인지했다.
알보젠 측은 당시 10여 개 유럽 국가에서 졸라덱스 복제약을 출시한다고 발표해, 아스트라제네카 측에는 위협으로 인식됐다. 복제약 출시가 오리지널 의약품 약가의 인하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의약품은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급여의약품과 그렇지 않은 비급여의약품으로 나뉘며, 최초로 허가된 오리지널 의약품과 오리지널 의약품과의 동등성이 입증되어 출시된 복제약(제네릭)으로 구분된다.
급여의약품의 복제약이 최초로 출시되면 오리지널 약가는 기존 약가의 70%, 복제약가는 기존 오리지널 약가의 59.5%로 책정된다. 세 번째 복제약이 출시되면 오리지널과 복제약가는 기존 약가의 53.55%로 책정되는 등 복제약의 출시는 오리지널 약가에 큰 타격을 안긴다.
아스트라제네카 측은 복제약 출시 금지 조건을 담은 이번 사건 계약을 대가로 잠재적 경쟁자인 알보젠 측의 복제약 생산·출시를 저지하고자 했다. 알보젠 측도 계약기간 내 복제약 생산·출시 금지를 전제로 협상했다.
알보젠 측은 이 사건 계약을 복제약 출시 금지의 대가라고 인식하며 더 좋은 계약 조건을 얻으려 했다.
<아스트라제네카 측 내부 이메일 발췌>
This issue is an anti-trust issue in terms of doing a deal with a Gx with the intent or even just the outcome of removing the only potential Gx competitor |
(국문번역) |
<알보젠측 내부 메일 발췌>
Non-compete: they want to block our own Gosereline, which is expected – here we need to trade off this point against better terms at least for Zoladex; FYI: We have hit AZ significantly in CEE with our Gosereline – they are discontinuing Zoladex in Poland and Bulgaria, other markets to follow |
(국문 번역) |
양측은 이런 협상 과정을 거쳐 지난 2016년 9월 말 알보젠 측 복제약의 생산·출시를 금지하는 대신 오리지널의 독점 유통권을 알보젠 측에 부여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알보젠 측은 아스트라제네카 측의 오리지널 의약품인 졸라덱스 등에 대한 국내 독점 유통권을 받는 대가로 2016년 10월 1일부터 2020년 12월 31일까지 계약기간 동안 국내에서 해당 의약품의 복제약을 생산·출시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아스트라제네카 측은 알보젠 측에 졸라덱스 등의 국내 독점 유통권을 부여하고 알보젠 측은 졸라덱스 등을 국내에서 독점 판매하는 대신 그 복제약을 생산·출시하지 않음으로써 합의를 실행했다. 이렇게 해서 벌어들인 매출만 800억 원에 달했다.
다만 양측 간 합의는 계약 만료일인 2020년 12월 31일 이전인 2018년 1월 12일에 파기돼 담합은 종료됐다.
알보젠 측은 아스트라제네카 측과의 합의를 이유로 졸라덱스 복제약 출시 일정을 계약 만료 시점(2020년 12월 31일) 이후(2021년 1월)로 미루는 등 합의를 적극적으로 실행했다. 알보젠 측은 졸라덱스 등의 복제약을 현재까지 출시하지 못했다.
공정위는 이 사건 담합으로 복제약 출시가 금지돼 약가가 인하될 가능성을 차단하고, 복제약 연구·개발 유인도 감소시켜 제약시장의 혁신을 저해했다고 판단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를 통해 잠재적 경쟁자의 시장 진입을 저지하는 합의도 경쟁 제한적 합의로서 위법함을 분명히 했다”며 “국민의 생명과 밀접히 관련된 항암제 의약품 시장에서의 담합을 시정해 의약품 시장의 경쟁질서가 확립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