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박원진] 주요 선진국들이 뇌질환 치료제 개발 영역에서 치열한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대표적이다.
13일 한국바이오협회가 발간한 이슈브리핑 ‘미-중 뇌연구 기술패권 경쟁 시작되나’에 따르면 美 국립보건원(NIH)은 뇌세포 유형과 이에 접근하는 방식에 대한 이해를 변화시키고 인간 뇌의 복잡한 메커니즘을 밝히기 위한 새로운 대규모 ‘Brain Initiative 2.0’ 프로젝트를 개시한다고 발표했다.
BRAIN(Brain Research Through Advancing Innovative Neurotechnologies) 이니셔티브는 뇌에 있는 860억 개의 세포와 이들 세포간에 형성하고 있는 조(trillions) 단위의 연결망을 이해하기 위해 2014년부터 시작된 프로젝트다.
NIH의 뇌 연구는 1990년에 시작해 2000년 초에 완성된 인간의 유전체를 이루는 염기서열을 해독해 지도로 만든 ‘Human Genome Project’와 견줄만한 프로젝트로 평가되고 있다.
브레인 이니셔티브는 뇌세포 분포를 그린 ‘뇌 지도’를 통해 인간의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질병이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등을 연구하는 것이다. 뇌세포 유형을 파악하는 것은 뇌영역의 구성을 이해하는 데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는 뇌 장애치료에 대한 새로운 접근방식을 제공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Brain Initiative 2.0’의 핵심은 오래전부터 신경과학자들의 목표였던 3차원 형태의 ‘인간 뇌세포 지도’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미국 NIH는 기존 프로젝트에 투자한 24억 달러에 이어 이번에 추가로 6억 달러 이상 투자할 계획이다. 더 멀리는 2026년까지 총 50억 달러를 투자할 예정이다.
유명 대학 및 연구소 과학자 총 출동
‘Brain Initiative 2.0’에는 솔크연구소, 듀크대학교, 브로드연구소 등 미국 전역에 걸친 기관의 과학자들이 참여하게 되며, 성공할 경우 뇌에 있는 모든 세포의 형태와 이들이 어떻게 서로 연계되어 있는지, 질병 발생시 어떤 변화가 있는지, 이 결과를 통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등 신체의 가장 복잡한 기관인 뇌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 정부 또한 ‘중국 뇌 프로젝트(CBP)’에 50억 위안 투자를 개시했다. 국제학술지 SCIENCE는 올해 9월 20일 중국이 신경과학에 대한 야심 찬 기여를 목표로 ‘중국 뇌 프로젝트(China Brain Project, CBP)’를 개시했다고 밝혔다. 향후 5년간 50억 위안(7억 4600만 달러) 규모로 시작되지만 추가로 투자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어 미국의 뇌 연구나 EU의 Human Brain Project와 대등한 수준으로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뇌과학 연구는 당초 2016년부터 추진되는 5개년 계획에 우선순위로 포함되어 있었으나 프로젝트 선정과 예산 배정 등에 있어 많은 논란이 있어 보류되다가 2021년 새로 시작된 5개년 계획에 다시 포함되면서 2021년 말부터 예산을 확보해 투자를 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뇌 프로젝트’는 △인지 기능을 담당하는 신경, △뇌 장애 진단 및 치료, △뇌 기능을 본딴 컴퓨팅 등 세 개 영역에 중점을 두며, 쥐보다 200배 큰 뇌를 가진 마카크원숭이를 대상으로 ‘뇌의 지도’를 만드는 프로그램에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이 궁극적 목표다.
중국은 또 미국과 EU 프로젝트가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을 받은 목표를 보완하기 위해 자국이 강점을 가진 ‘활성화된 뉴런의 뇌 전체 3D 이미징 및 매핑’ 기술을 살려, 뇌의 다양한 세포 유형을 이해하고 식별하기 위한 기초 데이터를 제공할 계획이다.
근본적 치료가 어려운 뇌 질환, 지난 10년간 54개 의약품 출시, 현재 616개 임상개발 중
인간의 뇌는 의학에서 가장 큰 도전 과제 중 하나로 남아 있다.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자폐증, 간질, 정신분열증, 우울증 및 외상성 뇌 손상과 같은 신경 및 정신 질환은 개인, 가족 및 사회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신경과학의 많은 발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신경 및 정신 질환의 근본 원인은 인간 뇌의 복잡성으로 인해 크게 밝혀지지 못하고 있다.
지난 10년(2012년-2021년)간 신경학분야 신약은 54개가 출시되었으며, 현재 개발중인 모든 약물의 10%가 신경학 분야이다. 2020년에 629개였던 신경학 파이프라인은 2021년 616개로 일부 감소됐다. 개발중인 616개의 신경학 약물의 대부분은 알츠하이머병과 파킨슨병에 집중되어 있으며 각각 127개와 96개의 약물을 개발 중이다.
현재 시판중인 알츠하이머 약물의 한계는 병에 대한 근본 원인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증상을 관리하는데 중점을 둔 약물이라는 것이다. 현재 개발중인 신경학 약물의 77%는 저분자(화학합성)의약품이며, 바이오의약품은 16%를 차지하고 있다. 세포치료제 및 유전자치료제와 같은 차세대 바이오의약품은 8%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나 신경학 치료제 개발에 있어 큰 잠재력을 보여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런가운데 일본 에자이(Eisai)와 미국 바이오젠(Biogen)이 공동으로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로 개발 중인 항체 바이오의약품 레카네맙(lecanemab)의 임상 3상 결과가 인지능 감소 속도를 27% 늦춘다는 결과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난해 명확한 인지능 개선에 대한 효과가 없으나 FDA 허가를 받아 큰 논란이 된 아두카누맙(aducanumab)과는 달리 레카네맙(lecanemab)은 1795명의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대상으로 18개월간 수행한 임상 3상 결과 인지능과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 수치에 대한 평가지표에서 통계적으로 의미있는 결과를 도출해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아래 관련기사 참조]
이밖에도 스위스 로슈는 간테네루맙(gantenerumab)에 대한 임상3상 결과를 올해말 공개할 예정이다. 미국 일라이릴리도 도나네맙(donanemab)에 대한 임상 결과를 내년에 발표할 예정으로 미충족 의료 수요가 높은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등 뇌질환 치료제 개발에 대한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