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한미약품이 아세틸-L-카르티닌을 활용한 새로운 약물 개발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세틸-L-카르티닌은 임상재평가 조건을 만족하지 못해 시장 퇴출이 확정된 성분으로 약물 재창출 연구를 통해 시장 재진입이 가능해질지 주목된다.
한미약품은 아세틸-L-카르니틴, 감마리놀렌산, 비티스 비니페라 추출물 등 3개 성분을 포함하는 동맥 경직도 개선용 조성물에 대한 특허 등록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들 복합 조성물을 통해 동맥경화, 고혈압 또는 고지혈증을 치료, 예방 또는 개선하는 것이 발명의 골자다.
아세틸-L-카르니틴(Acetyl-L-carnitine)은 뇌 혈류량 개선 및 뇌세포의 노화 및 변형 방지에 효과를 가진 것으로 알려진 물질이다. 이미 20년 넘게 사용돼 온 약물이지만, 지난 2013년부터 8년 넘게 진행한 임상재평가 결과 유용성을 입증하지 못해 최근 ‘뇌혈관 질환에 의한 이차적 퇴행성 질환’ 적응증 삭제가 결정됐다. 해당 적응증은 아세틸-L-카르니틴 성분 제제가 보유한 유일한 효능·효과였던 만큼, 이번 적응증 삭제 결정은 사실상 허가 취소를 의미한다.
감마리놀렌산은 18개의 탄소를 가진 오메가-6(n-6) 다중 불포화지방산으로, 주로 블랙커런트, 달맞이꽃 등의 식물 종자유에 존재하는 물질이다. 비티스 비니페라 추출물(포도씨 및 포도엽 추출물)은 정맥류, 림프부종, 혈액순환 개선 목적으로 전문의약품으로 사용되고 있다.
한미약품은 2007년 3월부터 2019년 4월까지 총 12년 1개월 동안의 의무기록을 후향적으로 분석, 이들 성분을 포함하는 조성물이 동맥 경직도 개선을 통해 심혈관 질환의 발생 위험을 완화할 수 있는 방안으로 매우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을 찾아냈다.
회사 측은 맥파전달속도(PWV) 검사를 통해 측정한 혈관 경직도가 생물학적 나이 이상의 소견을 보이는 환자 중 다림바이오텍의 ‘에보프림연질캡슐’(감마리놀렌산), 한림제약의 ‘엔테론정’(포도씨건조엑스), 한미약품의 ‘카니틸정’(아세틸-L-카르니틴염산염) 등 3개 약물을 최소 1년 이상 함께 복용한 환자를 선정해 후향적 연구를 진행했다.
총 1186명의 대상자 중 모든 조건을 만족하는 119명을 대상으로 상완(팔뚝)에서 발목까지의 맥파전달속도(baPWV)를 분석한 결과, 오른쪽 baPWV(cm/sec)는 1633.15±271.20(기저시점)에서 1537.16±274.84(95.99±202.96 감소)로, 왼쪽 baPWV는 1598.64±267.95에서 1519.00±289.32(79.63±224.60 감소)로 모두 유의하게(P<0.001) 감소했다. 이러한 결과는 성별과 관계없이 일정하게 확인됐다.
특히 감마리놀렌산, 비티스 비니페라 추출물, 아세틸-L-카르니틴 3제를 복용한 환자군은 1제 또는 2제만 복용한 환자군보다 baPWV 감소 효과가 4~5배 가량 우수한 것으로 나타나 세 가지 성분을 모두 합쳤을 때 시너지 효과가 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baPWV 측정법은 동맥의 경직도를 확인할 때 사용하는 방법으로, 속도가 느릴수록 혈관이 건강하고, 속도가 빠를수록 혈관이 딱딱해져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이 높은 것으로 판단한다.
다만, 이번 연구에서 동맥 경직도와 연관된 건강 관련 지표인 혈압과 혈중 저밀도콜레스테롤(LDL) 및 중성지방(TG) 감소 효과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은 아쉬운 점으로 남았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감마리놀렌산, 비티스 비니페라 추출물, 아세틸-L-카르니틴 등 3제 복용 환자군의 사지 수축기·이완기 혈압 감소폭은 각각 1~5mmHg로, 대표적 항고혈압 약제인 안지오텐신 전환효소 억제제(ACEI, 12.5/9.5mmHg), 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ARB, 7.8/5.1mmHg), 칼슘 채널 차단제(CCB, 15.3/10.5mmHg), 베타 차단제(BB, 14.8/12.2mmHg)보다 낮았다.
그러나, 통계적 유의성을 판단하는 P값이 모두 기준점인 0.05보다 낮았던 만큼, 회사 측은 이들 성분 복합제를 혈압의 상승이 없거나 혈압이 낮은 환자의 동맥 경직도 개선을 위한 약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DL과 TG 감소폭은 각각 3.27±38.56mg/dL(P값=0.638), 4.11±126.62mg/dL(P값=0.552)로 기저시점보다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으나, P값이 0.05보다 크게 높아 통계적 유의성을 만족하지는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한미약품이 공개한 파이프라인 중 이들 성분 복합제가 확인되지는 않고 있다. 현재로서 실제 상용화로 이어질 가능성은 미지수”며 “다만, 이미 상용화된 용량으로 약물 재창출 연구를 진행할 경우 임상을 매우 빠르게 진행할 수 있는 만큼 향후 파이프라인 추가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