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임해리] 난소암은 난소에 발생하는 악성종양이다. 국가 암등록자료에 따르면 난소암은 매년 2500명 가량이 진단된다. 10만 명당 발생율은 6.5명 정도로 그리 높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사망률은 부인암 중에서 가장 높다. 2018년 한해에만 난소암으로 1200명이 넘는 여성이 사망했다. 연간 신규 발생 환자수 대비 절반 정도가 사망하는 셈이다. 그런가운데 난소암 발병률은 최근 계속 증가하고 있다. 보통 50-70세에 호발하는 암이지만 30대 발병율도 빠르게 늘어가고 있다. 고려대 구로병원 산부인과 조현웅 교수의 도움말로 난소암에 대해 알아보았다. [편집자 글]
가족력, 유전적 변이 있다면 고위험군 ... 임신·출산 경험 없으면 위험도 높아져
난소암의 발생원인은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난소암 발생 위험을 높이는 여러 인자들은 알려져 있다. 첫 번째로 가족력이다. 부모 또는 가까운 친척이 난소암에 진단된 경우 난소암 위험성이 증가할 수 있다.
두 번째는 본인의 병력인데 BRCA1/2 또는 린치증후군과 같은 유전적 변이를 가지는 경우, 또는 난소암, 자궁암 또는 대장암 등 과거병력이 있는 경우이다. 이전 자궁내막증 병력도 난소암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
이 외에도 출산을 한 번도 한 적이 없는 경우나 임신이 잘 안되는 경우도 난소암 위험을 높일 수 있다. 기타 식습관, 비만도 관련이 있으며 10년 이상 프로게스테론 없이 에스트로겐을 복용한 경우도 난소암 위험을 높일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젊은 여성에서 난소암 발생이 증가하는 원인은 아직 확실히 밝혀지지는 않았다. 다만, 임신 또는 출산을 하는 여성이 줄고 있는 점과 고지방 및 고칼로리 식품을 섭취하는 식습관, 비만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난소암은 임신 또는 출산을 하지 않아 지속적으로 배란을 하는 경우 위험도가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초기 증상 없고, 진행돼도 증상 경미 ... 3기 생존율 30%로 낮아, 초기 진단 중요
난소암은 초기 증상이 거의 없다. 초기에 진단된 환자들은 대부분 산부인과 정기검진에서 우연히 병변이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난소암은 상당히 진행이 되어도 증상이 경미하며 주증상은 복통, 복부팽창, 질출혈, 위장장애, 소화 장애 등이 있을 수 있다. 난소암은 1기에 진단되면 5년 생존율이 약 90%에 달하지만, 3기의 경우 30% 정도로 뚝 떨어진다. 증상이 없어도 정기적 검사를 통한 조기발견이 중요한 이유다.
다학제 진료로 수술·항암치료 계획 세워야 ... 재발 난소암, 적극적 수술로 생존율 향상
고대 구로병원 산부인과 조현웅 교수는 “난소암은 전통적으로 예후가 나쁘고 치료효과가 떨어지는 암”이라며 “일단 난소암이 의심되면 산부인과 부인종양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난소암의 기본적인 치료는 병기에 상관없이 개복수술을 통해 가능한 모든 종양을 제거한 후 항암치료를 하는 것이다. 다만 초기의 경우 항암치료를 하지 않거나, 환자가 미혼이거나 임신이 필요한 경우 한쪽 난소만 제거하고 경과관찰을 하는 경우도 있다. 초기이거나 병변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지 않으면 복강경 수술이나 로봇수술도 제한적으로 시행된다.
난소암은 수술을 통해 종양을 완전 절제 하는 것이 환자의 좋은 예후와 깊은 관련이 있다. 하지만 완전 절제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종양이 복강내에 광범위하게 종양이 퍼지기 때문인데, 위, 소장, 대장, 횡경막, 간, 비장까지 침범하는 경우가 흔하다.
이 때문에 전문의들은 “수술 전이든 수술 이후든간에 다학제 진료를 통해 수술계획과 치료계획을 세우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조현웅 교수는 “난소암에서 유전체 검사가 중요해지면서, 환자의 임상정보, 조직검사 병리정보, 유전체 검사 정보를 가지고 종양내과 전문의, 산부인과 부인종양 전문의, 병리과 의사 등이 모여 환자에게 최선의 치료법을 제공하는 분자종양 다학제가 활성화 되고 있다”며 가급적 다학제 치료가 가능한 의료기관의 이용을 권고했다.
최근 발표된 연구에서 난소암 재발 시 종양의 완전절제가 가능하다고 판단되면, 수술을 시행하고 항암치료를 하는 것이 수술없이 항암치료 하는 것보다 생존율이 높은 것으로 보고되었다. 수술시 재발한 종양 조직을 통해 항암제 내성, 유전자 변이에 대한 검사를 시행할 수 있어 향후 항암치료에도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난소암은 최근 새로운 표적치료제와 치료법의 등장으로 생존률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난소암 환자의 약 50% 정도는 DNA 복구기능과 관련된 유전자 변이가 관찰되는 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BRCA1/2 변이다. 난소암의 15-20% 정도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런 변이가 있는 난소암의 경우 표적치료제(PARP 저해제)에 큰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 최근 발표된 연구에서 BRCA변이가 있는 난소암 환자에서 수술 및 1차 항암치료 후 표적치료제로 유지치료를 했을 때 무병생존기간을 40개월 넘게 연장할 수 있음이 확인됐다.
주기적 검사로 조기에 발견 ... 고위험군은 BRCA 변이 검사로 예방
그러나 난소암을 예방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은 아직까지 없다. 자궁과 난소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골반 초음파 검사와 혈액 검사(CA-125)를 주기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난소암의 조기진단에 도움이 되는 정도다. 5년 이상 경구피임약 복용, 난소절제술 또는 자궁적출술을 받은 경우, 출산과 모유수유 등이 난소암의 위험성을 낮추는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모든 여성에게 권고되는 것은 아니다.
다행히 난소암 발생 위험이 높은 고위험군 여성에서는 난소암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BRCA 변이가 있는 경우 DNA 복구 기능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유방암, 난소암 등 암 발생 위험이 증가하므로 난소와 난관을 절제하면 암 발병을 예방할 수 있다. BRCA 검사를 받아야 하는 대상은 가족력이 있는 경우와 본인이 난소암 또는 BRCA 변이 위험이 높은 유방암을 진단받은 경우다. 부모가 BRCA 변이를 가지고 있는 경우 자녀에게 변이가 유전될 확률은 50%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