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당뇨병 치료제인 SGLT2 억제제가 심부전 치료에도 효능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발표되면서 관련 시장에서 대표 주자인 영국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 AZ)의 ‘포시가’(Forxiga, 성분명: 다파글리플로진·dapagliflozin)와 독일 베링거잉겔하임의 ‘자디앙‘(Jardiance, 성분명: 엠파글리플로진·empagliflozin)의 경쟁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현재 만성 심부전은 좌심실 박출률(LVEF)에 따라 박출률 감소 심부전(HFrEF), 박출률 보존 심부전(HFpEF)으로 나뉜다. LVEF가 40% 이하인 경우 HFrEF, 40% 이상인 경우 HFpEF이 된다.
HFrEF의 경우 스위스 노바티스(Novartis)의 ‘엔트레스토’(Entresto, 성분명: 사쿠비트릴+발사르탄·sacubitril+valsartan)가 탁월한 효과를 보이며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2021년에는 35억 4800만 달러(한화 약 4조 7759억 6280만 원)의 수익을 거둔 바 있다. 노바티스 측은 지난 2월, 2021년 4분기 및 연간 실적 발표회에서 ‘엔트레스토’가 전체 시장에서 30%의 점유율을 차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전체 심부전 환자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HFpEF는 현재 뚜렷하게 사용되는 치료제가 없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해 2월, HFpEF 치료제로 ‘엔트레스토’를 확대 승인했는데, 관련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 연구에서 통계적 유의성을 입증하지 못하는 등 다소 미미한 효능을 보였다.
이러한 가운데, 당뇨병 약으로 시작해 신장약 및 심부전까지 영역을 넓힌 SGLT2 억제제가 HFpEF에 대한 미충족 의료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신약으로 확대되고 있다.
‘자디앙‘, 최초이자 유일한 전체 심부전 치료제 등극
SGLT2 억제제는 신장에서 포도당의 재흡수를 막아 소변으로 포도당 배출을 촉진함으로써 혈당을 낮추는 기전으로, 아스트라제네카의 ‘포시가’와 베링거잉겔하임의 ‘자디앙‘이 대표적 약물이다. 이들 약제는 지난 2014년 당뇨병 치료제로 규제 당국의 관문을 통과하면서 새로운 장을 열었다.
이중 베링거인겔하임의 ‘자디앙‘은 지난 2월, 좌심실 박출률에 관계없이 성인 심부전 환자에 대한 치료제로 FDA의 승인을 받으면서 최초이자 유일한 전체 심부전 치료제 타이틀을 획득했다.
해당 승인은 40세 이상의 성인 심부전 환자 약 6000명을 대상으로 ‘자디앙‘ 10mg과 위약의 효과를 조사한 임상 3상 시험(시험명: EMPEROR-Preserved)의 데이터를 근거로 했다.
시험 결과, ‘자디앙‘은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위험을 29% 낮추었으며, 반복 입원으로 인한 상대적인 위험율을 27%까지 감소시켜 임상 목표를 달성했다. 다만, 심혈관 사망 위험은 9%만 감소시켜 통계적 유의미성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모하메드 이드(Mohamed Eid) 베링거잉겔하임 최고의료책임자는 “이번 승인으로 ‘자디앙‘은 좌심실 박출률에 관계없이 심부전 환자 모두에게 사용될 수 있는 최초이자 유일한 치료제가 됐다”고 말했다.
매출도 이에 호응하고 있다. 지난해 ‘자디앙‘은 전년 대비 29% 증가한 43억 달러(한화 약 5조 8007억 원)를 기록했다.
‘포시가’, ‘자디앙‘ 대비 심부전 사망 위험 감소율 더 높아
아스트라제네카 역시 ‘자디앙‘에 이어 ‘포시가’를 전체 심부전 치료제로 만들기 위한 영향력을 넓혀 나가기 시작했다. ‘포시가’는 지난 2019년 10월, 제2형 당뇨병 환자의 심부전 예방, 이듬해 5월에는 박출률 감소(HFrEF) 심부전에 대해 미국 FDA로부터 확대 승인을 받았다.
앞서 회사 측은 지난 5월, 1만 1000명 이상의 심부전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 3상 시험(Deliver)에서 ‘포시가’가 치료 효능을 입증했다는 긍정적인 톱라인 결과를 발표했다. 특히, 아스트라제네카는 베링거잉겔하임이 진행한 임상 연구 보다 더 많은 환자 수를 대상으로 시행했다는 점을 알리며 ‘자디앙‘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다만 해당 임상 연구는 입원 기간 동안 또는 입원 직후 치료를 시작한 환자에 대한 데이터가 제한적이었다는 분석이 나온 바 있다.
그리고 27일(현지 시간), 아스트라제네카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최된 유럽심장학회(European Society of Cardiology)에서 3상 연구의 전체 데이터와 함께 ‘포시가’는 모든 형태의 심부전에 대한 사망률 이점을 입증한 최초의 심부전 치료제라고 발표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시험 결과 ‘포시가’는 평균 22개월간의 추척 관찰 기간 동안 심혈관 사망 위험을 14% 감소시켰으며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을 29% 줄였다. ‘자디앙‘이 심혈관 사망 9%, 입원 위험 29% 줄인 것을 고려할 때, ‘포시가’가 ‘자디앙‘ 대비 더 우수한 효능을 입증한 셈이다.
매출의 경우, ‘포시가’는 ‘자디앙‘ 대비 다소 낮은 편이지만,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에는 53% 증가한 30억 달러(한화 약 4조 440억 원)의 수익을 거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