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지혜] 면역세포 속 미토콘드리아 기능 이상이 대표적인 자가면역질환 루푸스를 악화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울성모병원 류마티스내과 박성환 교수, 의과대학 의생명과학교실 조미라 교수, 박진실 연구교 연구팀은 ‘크립1’ 단백질이 B 림프구에서 선택적으로 결핍된 동물모델(쥐)을 활용해 B림프구에서의 미토콘드리아 기능 이상이 루푸스 발달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했다. 크립1(CRIF1, CR6-interacting factor 1)은 미토콘드리아 내막에 주로 존재하며 미토콘드리아에서 생성된 단백질이 미토콘드리아 내막에 삽입되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연구 결과, B 림프구에서 선택적으로 크립1이 결핍된 동물모델은 고령이 될수록 루푸스의 표적항체인 혈청 내 항 이중가닥(double stranded) DNA 항체의 양이 증가했고 신장조직 내 염증이 악화됐다.
연구팀은 크립1 결핍 B 세포에서 염증 관련 전사인자의 발현이 증가하며 특히 염증성 사이토카인으로 알려진 인터루킨 17(IL-17) 및 인터루킨 6(IL-6) 증가를 관찰했다. 또한 염증반응이 활성화된 크립1 결핍 B 세포는 T 세포에 작용해 여포 보조 T세포(follicular helper T cell) 발달을 촉진했다.
연구팀은 루푸스 질환 동물모델에 크립1 유전자 치료 시 질환이 개선되는 것을 관찰했고 루푸스 환자의 말초혈액단핵세포에 크립1 과발현 시 인터루킨 17 생성이 감소됨을 확인했다.
전신성 홍반성 루푸스(systemic lupus erythematosus)는 만성자가면역질환으로 항핵항체, 항 이중가닥 DNA 항체 등과 같은 다양한 자가항체를 생성하는 것이 특징이다. 항체를 생산하는 B 림프구의 과활성은 루푸스의 핵심 병인으로 작용한다.
루푸스는 젊은 여성에게 주로 발병하며 국내 환자수는 2만 명 내외정도로 추정되는 희귀난치 질환이다. 신체를 지켜주는 면역세포가 자신의 건강한 조직을 공격해 피부, 관절, 신장, 폐, 뇌 신경 등 몸 전신에 염증 반응을 일으킨다.
얼굴의 나비모양 발진이나 피부의 원인 모를 붉은 반점, 관절통이 흔한 증상이고, 피로감, 탈모, 부종, 미열이 초기증상으로 나타나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소염 진통제, 항 말라리아제로 대표되는 항 류마티스약물, 스테로이드가 치료 약제로 사용되며 뇌신경, 폐, 신장 등 중요 장기증상을 동반한 경우에는 강력한 면역조절제를 투여한다. 루푸스는 악화와 완화를 반복하며 우리 몸의 전신 장기를 공격하는 질환으로 완치의 개념이 없고 전용 치료제가 부족한 상황이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의 에너지 생산을 담당하는 세포 내 기관이다. 미토콘드리아 기능 이상은 노화, 암, 당뇨병 등을 포함한 여러 질병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자가면역질환의 발달에도 핵심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최근 자가면역질환의 병인으로 작용하는 여러 면역세포에서 미토콘드리아 기능 및 작용 기전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박성환 교수는 “루푸스는 내원한 환자 각각의 증상이 모두 달라 천의 얼굴을 가진 질환으로 부를 만큼 진단이 어렵고 치료시기를 놓치고 방치하면 신장, 뇌신경계, 폐, 심장 등 주요 장기에 질환이 침범하여 악화될 수 있으므로 전문가의 빠르고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며 “연구를 통해 면역세포의 미토콘드리아 이상은 자가면역림프구의 활성을 유도하는 문제점이 확인된 바 미토콘드리아 기능과 관련된 유전자 타깃 치료가 차세대 주요 치료제 후보로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조미라 교수는 “크립1 결핍을 통한 B 림프구 내 미토콘드리아 기능 이상이 B 림프구의 과활성뿐만 아니라 T 림프구의 활성에도 작용해 루푸스 발달을 가속화할 수 있음을 증명한 이번 연구로 크립1 활성을 통한 B 림프구의 미토콘드리아 기능 조절이 루푸스를 비롯한 B 림프구 매개 자가면역질환을 개선하는 치료 전략 가능성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류마티스 질환 최고 권위지이며 전 세계 류마티스 질환 전문가 조직인 ‘미국 류마티스 학회(American College of Rheumatology)’의 공식저널 ‘관절염과 류마티즘(Arthritis & Rheumatology)’ 7월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