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시장 GVC 재편 제약산업 운명 가른다
의약품 시장 GVC 재편 제약산업 운명 가른다
  • 임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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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7.2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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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헬코DB] 처방약 전문의약품 일반의약품 전문약 일반약 의약품 진통제 해열제 소화제 제약산업

[헬스코리아뉴스 / 임도이] 최근 제약산업 분야에서도 GVC(Global Value Chain, 글로벌 가치 사슬) 재편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GVC란 제품이나 서비스의 개발, 원료 조달, 중간재 생산과 제조, 공급과 유통 및 판매 등 소비자에게 이르기까지 일련의 과정이 다수의 국가 및 지역에 걸쳐 이루어지는 글로벌 협력 네트워크를 의미한다.

GVC는 세계화의 진전에 따라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기업들은 제품 생산 공정의 최적화·효율화를 위해 점점 다양한 국가들에 걸쳐 다양한 생산 단계를 배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디자인, 생산, 마케팅, 유통 등과 같은 가치사슬 활동이 국제적으로 더욱 분산되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에서 요소수, 반도체 및 자동차 등의 GVC 문제가 크게 불거졌지만, 의약품 분야에서도 GVC가 중요하다. 특히, 코로나19 확산 이후 원자재 조달부터 완성품 수출까지 GVC의 각 단계가 위협을 받고 있다. 제약산업 분야의 GVC 문제는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정치, 경제안보, 기술패권 등 글로벌 통상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따라 심화되고 있다. 이는 우리 기업의 지속적 성장과 수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28일 세계무역기구(WTO)와 세계보건기구(WHO), 한국바이오협회 등 관련 기관에 따르면, 의약품 GVC의 변동에 영향을 주는 국내·외 환경 요인들은 다양하다. 코로나19 감염병의 위협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고유가·고환율, 인플레이션의 위험, 물류비용 상승 등 거시경제적 변화가 크게 영향을 미치지만 각국의 공중보건 대응 정책과 안보·통상정책 강화 등이 의약품 분야의 생산, 유통 및 물류, 교역 등에 큰 혼란을 주고 있다.

국가별 GVC 위기 대응과 GVC가 국내 제약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코로나19 대응 관련 국제 통상조치와 의약품 GVC 영향

코로나19의 확산이 장기화되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한 필수 의료제품의 무역량이 증가하고 있다. WTO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상반기 의료제품의 수출입은 전세계 무역의 6.1%를 차지했다. 2021년 상반기 전세계 의료제품 수출입 총액은 1286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2.4% 증가했다.

코로나19 초창기에 안면 마스크의 무역 증가세에 따라 개인보호용품(Personal Protective Equipment, PPE)는 2020년 하반기에 전년 동기 대비 44.4% 성장했으나, 점차 무역량이 감소하여 2021년 상반기 동안 14.4% 감소했다. 반면, 코로나19 백신 접종 증가에 따라 의약품 무역이 증가하고(2021년 상반기 전년 동기대비 15.1% 상승) 백신 투여에 필수적인 주사기, 알코올 등의 의료용품의 무역량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의료용품의 무역량은 2021년 상반기 기준 전년 동기 대비 34.8% 상승했다.

 

2020년 하반기 및 2021년 상반기 의료제품(제품군별) 무역 성장 [출처: WTO]
2020년 하반기 및 2021년 상반기 의료제품(제품군별) 무역 성장 [출처: WTO]

코로나19 대응을 위해서는 필수 의료제품의 확보가 중요하다. 하지만, 모든 제품을 한 국가내에서 자급하기는 어렵다. 무역의 중요성이 그만큼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따라 각국은 자국에서 조달하기 어려운 필수 의료제품은 수입을 통해 신속하게 공급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자국에서 부족한 제품의 수출을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정책을 취함으로써 이를 해결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국가별 통상 조치들은 의약품 무역과 GVC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각국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백신 및 필수 의료제품에 대한 수출제한이나 촉진, 관세 유예, 인허가 및 검역 관련 조치 등을 실시하고 있다. 2022년 7월 8일 기준 WTO에 통보된 코로나19 관련한 국가들의 통상 조치는 488건에 이른다. 

국가별로 살펴보면, 브라질은 74건, EU 36건, 미국 34건, 필리핀 22건, 대만 21건, 캐나다 18건, 한국 17건 순이다. 한국의 경우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필수 의료제품 확보 및 인허가 등에 대한 조치를 하고 있으며, 관련하여 2022년 7월 14일 현재까지 총 17건의 WTO 통보가 있었다.

여기에는 ‘코로나19 대응 관련 인간의 건강 보호 및 필수용품 부족에 대비한 한시적 수출금지’(2020년 10월 13일), ‘코로나19 등과 같이 직접 실사가 어려운 상황에서 해외 의약품 제조소 비대면 실사 대한 안전성 관리 확보’(2021년 7월 13일), ‘의약품 국가출하승인 지정, 절차 및 방법 규제 개정’(2022년 1월 10일) 등의 조치가 포함된다.

통상조치 분야별로 살펴보면, TBT(Technical Barriers to Trade) 233건, SPS(Sanitary and Phytosanitary Measures) 126건, 시장접근(Market Access) 87건, 농업 32건, 무역촉진(Trade Facilitation) 10건, TRIPS 5건, 상품이사회 3건, 정부조달 3건 등으로, 필수 의료제품에 대한 인허가 및 기술과 관련한 TBT 및 검역과 관련한 SPS 관련 통보 건수가 많다.

 

국가별 코로나19 관련 WTO 통보 분야 및 국가별 통보 건수 [출처=WHO]
국가별 코로나19 관련 WTO 통보 분야 및 국가별 통보 건수 [출처=WHO]

 

의약품 GVC 상황 살펴보니 '아찔'

포스트 코로나 시대 전세계 산업의 GVC 재편은 제약산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내 제약 기업에서도 원료를 제때 공급받지 못하거나 운송 문제로 생산에 차질을 빚거나 중단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의약품 GVC 변동에 영향을 주는 대표적인 원인은 ‘현지 생산 지연’ 등이 많다. 이밖에도 ‘국내·외 원료 수급 지연’, ‘물류(항공, 해상 등) 지연 또는 중단’ 등의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이같은 상황의 가장 큰 원인은 개발, 생산, 유통 등의 지역적 불균형을 들 수 있다. 예컨대, 원료의약품(API)의 경우 2019년 기준 글로벌 생산에서 아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60.5%에 달할 정도로 코로나19 이전 중국과 인도에 의존하는 비중이 컸다. 원료의약품 생산은 다른 의약품 생산에 비해 큰 기술을 요하지 않는 노동력 중심의 특성을 갖고 제조시 유해물질 발생으로 인해 글로벌 제약사들이 중국이나 인도에 생산을 위탁하는 구조가 많다. 이들 국가에 생산 차질이 생기면 전세계 GVC 체제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전세계 원료의약품(API) 생산 비중(2019년) [출처: European Fine Chemicals Group]
전세계 원료의약품(API) 생산 비중(2019년) [출처: European Fine Chemicals Group]

백신의 경우를 살펴봐도 코로나19 백신의 공급 현황은 개발, 생산, 교역 및 유통과 관련하여 지역적 불균형에 대한 논의를 반증시키고 있다. 2022년 7월 19일 기준 전세계적으로 122억 3000만 도스의 백신이 투여되고 현재에도 매일 443만 도스의 백신이 접종되고 있다. 세계 인구의 66.8%가 최소 1회 이상의 코로나19 백신을 맞았지만 저소득 국가(low-income countries)의 경우 19.4%가 최소 1회의 접종을 받았다. 백신 생산 국가와 수출량 및 점유율 등을 비교해 보면, 개발, 생산, 그리고 실제로 접종되는 국가가 모두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생산 국가별 수출 백신 수량 및 점유율 (기준 2022년 5월 31일) [출처=WHO]
생산 국가별 수출 백신 수량 및 점유율 (기준 2022년 5월 31일) [출처=WHO]

백신 개발 및 생산은 복잡하고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다. 연구개발 능력은 미국이나 유럽 등 소수의 국가나 기업에 집중되어 있으나 원료 공급 등은 GVC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전세계 국가들의 상호의존도가 그만큼 높다는 얘기다. 백신 및 필수 의료제품의 연구개발, 원료 조달, 제조·생산부터 인허가, 유통, 판매 과정에서의 복잡한 글로벌 공급망은 무역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이에따라 복잡한 통상 문제 등이 제기되기도 한다.

예컨대,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백신 등의 TRIPS 협정 지식재산권 유예(Waiver) 논의가 그것이다. 지난 2020년 10월 인도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코로나19 대응 관련 필수 의료제품에 대한 지식재산권을 유예하자는 의견을 제시했고, 2022년 3월에는 미국, EU, 남아공, 인도 등 4개국이 코로나19 백신의 지식재산권 면제 등 사항에 잠정적으로 합의한 바 있다.

이후 WTO는 2022년 6월 12일부터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12차 WTO 각료회의'에서 해당 내용에 합의하며 코로나19 백신의 지식재산권 완화에 대한 내용을 담은 각료선언과 각료결정을 채택했다.

화이자는 코로나19 백신 생산을 위해 280개 이상의 재료가 필요한데 19개국 86곳에서 조달한다고 한다고 밝힌 바 있으며, 최근 mRNA 백신에 사용되는 지질나노입자라든지 백신 생산 과정에서 필요한 튜빙, 플라스틱 백 등 약 100개가 넘는 원부자재가 백신 생산에 있어서 부족 현상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같은 GVC의 문제는 공급업체뿐만아니라 여러 하도급, 협력업체, 운송 및 물류업체, 특히 항공 화물 및 콜드체인 등의 운송 제약에 따라 다양한 리스크가 가중된다.

 

GVC, 다른 나라는 어떻게 대응하나?

국가, 국제기구 또는 기업들은 GVC 변동에 대응하기 위해 리쇼어링(Reshoring), 다변화(Diversification), 지역화(Regionalization) 등의 정책을 추진하며 GVC 재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GVC 대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회복탄력성(resilience) 개념으로 이는 충격을 최소화하고 빠르게 GVC를 원상회복할 수 있는 역량을 의미한다.

#미국의 대응

주요국의 대응 현황을 살펴보면, 우선 미국의 경우 코로나19 이후 산업별로 중국 등 해외의존도를 줄이고 미국 중심의 GVC 재구축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 중에 있다. 미국은 필수 의약품의 미국 내 생산보장을 위한 행정명령 13944를 발표(2020년 8월)하고, 기존의 ‘Buy America’ 정책을 강화한 ‘Made in America’(행정명령 14005)를 발동하여(2021년 1월 25일) 정부조달시 미국산 물품의 우선구매를 높이는 자국 중심의 GVC 재편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21년 2월 24일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중요한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해 행정명령 14017호에 서명했다. 이 행정명령은 의약품 및 원료의약품을 포함한 4개 주요 제품 부문의 공급망 취약성을 파악하고 회복력을 강화하기 위한 100일간의 검토보고서를 작성하게 하고, 2021년 6월 ‘Building resilient supply chains revitalizing American Manufacturing and fostering broad based growth’(미국 제조업 활성화 및 광범위한 기반 성장 촉진을 위한 탄력적 공급망 구축) 보고서를 발표했다.

미국은 이 보고서에서 의약품 수급의 문제를 국가안보와 의료주권의 문제로 인식하고 공급망 개혁의 필요성을 내세우고 있다. 미국 보건부(HHS) 산하 질병예방대응본부(ASPR)는 올해 5월 23일, 미국 정부 최초로 필수 의약품 공급망 및 제조 탄력성 평가를 발표하고, 앞서 지난 2월 24일에는 행정명령 14017호에 따른 GVC 및 공급망 안정화 노력을 평가하고 보고서를 발간했다. 의료 분야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코로나19 백신의 개발 및 접종 지원, 감염병 대응과 관련한 노력을 언급하고 있다.

#EU의 대응

EU는 2021년 2월 18일 ‘신통상정책’을 발표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중요성이 강조된 의약품 및 필수 의료제품에 대해서도 해외 의존도를 낮추고 비상시 접근성을 높이고자 공급망 다변화 및 역내 생산강화를 통해 회복탄력성 증진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또한 EU 집행위원회는 2020년 ‘EU 신제약산업 전략(Pharmaceutical Strategy for Europe)’을 수립하였는데, 이 전략은 유럽 제약산업 강화, 디지털 전환 지원, 연구개발 투자, 희귀의약품 수요 충족을 위한 적정약가 정책을 통해 환자의 의약품 접근권을 향상시키고, 공급망의 회복탄력성, 위기대응 능력을 고조하여 제약산업에서 EU 글로벌 영향력을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일본의 대응

일본은 현재 ‘인도 태평양 지역에서 공급망 강화 사업, ‘GVC 구축을 위한 일본 기업의 공급망 대응촉진을 위한 해외인증, 국제체제 구축 사업’, 백신 생산체제 강화를 위한 바이오의약품 제조거점 정비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특정국 의존도가 높은 제품이나 부품소재 생산거점의 일본 내 회귀에 관한 보조금 지급 등도 추진하고 있다.

 

한국의 대응과제

우리나라 제약산업은 해외 수출이 중요하고 제품 생산을 위해 원료의 해외 수입 비중이 높다. 때문에 전세계 GVC 변동 등과 같은 국제적 환경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이후 국가들의 통상 조치나 GVC 변동과 관련한 정책적 변화 등도 제약산업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코로나19와 같은 공중보건 위기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따른 보건 안보의 위협도 GVC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응도 하나의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이주하 책임연구원은 “미국과 EU 등의 주요국들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의약품 GVC 관련 선제적인 대응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주시해야 한다”며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의약품 공급망 다변화와 자국의 생산역량 강화 등으로 의약품 분야는 특히 공중보건 위기 대응과 산업 진흥이라는 두 가지 측면을 모두 바라봐야 한다는 어려움 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의약품 분야에서도 해외 원료의존도가 높거나 GVC 변동에 큰 영향을 받는 품목을 조기에 파악해서 큰 피해가 없도록 대처하고 국가별 GVC 재구축 현황이나 의약품 관련 정책 및 제도를 파악하여 맞춤형 수출 전략을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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