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관 없는 환자, 인공와우 이식효과 세계 최초 입증
달팽이관 없는 환자, 인공와우 이식효과 세계 최초 입증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최병윤 교수 연구팀 성과

달팽이관 옆 전정기관에 인공와우 전극 이식술 연구

4년내 일상대화 가능, 7년내 기형 없는 환자와 동일 수준

달팽이관 무형성증 유발 인자 GREB1L 유전자 변이도 규명
  • 이지혜
  • admin@hkn24.com
  • 승인 2022.06.29 12: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왼쪽부터)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최병윤 교수, 세종충남대병원 이비인후과 김봉직 교수 [사진=분당서울대병원 제공]
(왼쪽부터)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최병윤 교수, 세종충남대병원 이비인후과 김봉직 교수 [사진=분당서울대병원 제공]

[헬스코리아뉴스 / 이지혜] 달팽이관이 형성되지 않은 환자를 대상으로 시행한 인공와우 이식술의 장기 성적 연구 결과가 세계 최초로 발표됐다. 그동안 금기로 여겨왔던 달팽이관 무형성증 환자도 인공와우 전극을 삽입하는 시술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최병윤 교수 연구팀(세종충남대병원 김봉직 교수 공동연구)은 2012년부터 달팽이관 무형성증 환자에게 인공와우를 이식하는 연구를 진행해왔다. 연구팀은 인공와우 전극을 달팽이관 바로 옆에 있는 전정기관에 삽입하는 수술을 시도했을 뿐만 아니라 장기간 추적관찰을 통해 수술의 효과성이 달팽이관에 삽입하는 일반적인 인공와우 이식술과 동등한 수준인 것을 세계 최초로 입증했다.

달팽이관(와우, 蝸牛)은 태아기 때 형성이 되는데 유전이나 약물 또는 다른 기전에 의해 달팽이관에 기형이 발생할 수 있다. 기형이 심하지 않을 경우에는 보청기 치료를 진행하지만 심할 경우에는 보청기로 아무리 소리를 증폭시켜도 들리지 않는다. 청신경에 직접 자극을 줘 말소리를 전기신호로 바꿔 소리를 들리게 하는 인공와우 이식술을 진행한다.

하지만 달팽이관이 형성되지 않은 달팽이관 무형성증 환아는 인공와우 전극이 삽입되는 달팽이관 자체가 존재하기 않기 때문에 인공와우 이식술은 ‘그림의 떡’이었다. 달팽이관 무형성증 환아는 청력 장애는 물론, 언어발달 장애도 나타나는 등 여러 장애를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었다.

연구팀은 달팽이관 무형성증 환자 6명의 전정기관에 인공와우 전극 삽입 가능성과 안정성을 파악하기 위해 와우전정신경의 상태를 검사한 후, 환자별 최적의 전극 위치를 찾아 인공와우를 삽입했다. 연구팀은 ▲CAP 스코어(Categories of Auditory Performance) ▲단어/문장 인식 ▲발음 등 평균 6년간 추적·관찰하며 환자의 청력을 검사했다.

연구 결과, 환자 6명 모두 수술 후 4년 이내 짧은 문장은 입모양을 보지 않고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인 CAP5를 달성했다. 3명은 최고 수준의 청취능력 등급이자 전화통화까지 가능한 CAP7을 받았다.

수술 후 3년 이내 단어·문장 인식과 발음에서도 절반 이상을 인식할 수 있었다. 7년 이내 인공와우 이식술을 받은 기형 없는 환자와 동일한 수준으로 호전됐다.

달팽이관이 없는 환아에게도 인공와우 이식술을 진행하고 추적·관찰한다면 청력 및 언어발달 장애를 조기에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병윤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금기라고 여겨졌던 달팽이관 무형성증 환아 대상 인공와우 이식술의 효과성을 입증할 수 있었다”며 “달팽이관 무형성증 환아에게 성공적인 인공와우 이식술을 하기 위해서는 와우전정신경의 상태와 수술 중 전기적으로 유발된 복합활동 전위를 고려해 전극을 이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또 다른 연구를 통해 달팽이관 무형성증을 유발하는 난청 유전자가 ‘GREB1L(Growth Regulation by Estrogen in Breast cancer 1-Like)’라는 것을 세계 최초 규명했다.

달팽이관 무형성증은 달팽이관의 기형 중 가장 심한 증상이지만 어떠한 유전자가 관련 증상을 야기하는지 밝히는 연구는 아직 없었다. 이에 연구팀은 최신 유전진단기법을 활용해 달팽이관 무형성증의 원인 유전자를 찾기 위한 연구를 시작했다.

연구팀은 분자유전학적진단을 활용해 2012년부터 2019년까지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시행된 421례의 인공와우 이식술 사례를 분석한 결과, 달팽이관 무형성증의 60%에서 GREB1L 유전자 변이를 확인했다. 이 유전자는 우열·분리·독립의 법칙같은 멘델 법칙을 따르지 않는 유전양식을 갖는다는 것도 규명했다.

달팽이관 무형성증 환자의 검사결과에서 GREB1L 유전자 변이가 확인되고 와우전정신경 상태가 나쁘지 않다면 환자는 전정기관에 인공와우전극을 조기에 이식받아 청력과 언어발달의 문제없이 자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봉직 교수는 “GREB1L 유전자의 변이는 달팽이관 무형성증을 야기하는 주된 원인”이라며 “달팽이관 무형성증을 포함한 난청을 야기하는 유전자들을 밝히기 위해 연구를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이번에 발표된 연구 결과들은 이비인후과 분야 SCI급 국제학술지인 ‘Clinical Otorhinolaryngoloy’와 ‘Clinical and Experimental Otorhinolaryngology’에 게재됐다. 분당서울대병원 최병윤 교수는 인공와우 이식술을 780례 이상 집도하는 등 현재 아시아에서 가장 활발하게 인공와우 이식술을 집도하는 의사 중 한 명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회사명 : (주)헬코미디어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매봉산로2길 45, 302호(상암동, 해나리빌딩)
      • 대표전화 : 02-364-2002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슬기
      • 제호 : 헬스코리아뉴스
      • 발행일 : 2007-01-01
      • 등록번호 : 서울 아 00717
      • 재등록일 : 2008-11-27
      • 발행인 : 임도이
      • 편집인 : 이순호
      • 헬스코리아뉴스에서 발행하는 모든 저작물(컨텐츠, 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복제·배포 등을 금합니다.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이슬기 02-364-2002 webmaster@hkn24.com
      • Copyright © 2024 헬스코리아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admin@hkn24.com
      ND소프트
      편집자 추천 뉴스
      베스트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