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필수베즈’(Filsuvez, 성분명: 트리테르펜·triterpene)가 희귀 유전성 질환인 수포성 표피박리증 치료제로는 세계 최초로 규제 당국의 관문을 통과했다.
아일랜드의 생명공학기업 암릿 파마(Amryt Pharma)는 유럽 집행위원회(EC)가 자사의 ‘필수베즈’를 6개월 이상 환자의 이영양증 및 접합부 수포성 표피박리증에 대한 치료제로 승인했다고 23일(현지 시간) 밝혔다. 이번 결정은 유럽 연합 전체 회원국과 더불어 리히텐슈타인, 노르웨이에도 적용된다.
수포성 표피박리증은 표피 구성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 변이에 의해 가벼운 외상에도 쉽게 물집이 발생되어 피부와 점막에 통증이 생기는 희귀 유전성 질환이다. 전 세계적으로 50만명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현재 뚜렷한 치료제가 없어 항생제 등의 대증요법만 사용되고 있다.
이번 승인은 이영양증 및 접합부 수포성 표피박리증 상처가 있는 환자 223명을 대상으로 전세계 28개국에서 진행한 다국적 임상 3상 시험(시험명: EASE)의 데이터를 근거로 이뤄졌다.
암릿 측에 따르면, ‘필수베즈’는 위약 대비 우수한 치료 효능을 입증했다. 45일 차에 수포성 표피박리증 상처의 완전봉합율은 ‘필수베즈’군이 41.3%, 대조군이 28.9%로 ‘필수베즈’이 1.4배 가량 우수했다. ‘필수베즈’군은 대조군과 비교해 14일 차에 통증도 감소한 것으로 보고됐다.
이날 조 와일리(Joe Wiley) 암릿 최고경영자는 “유럽의 환자들에게 ‘필수베즈’를 신속히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필수베즈’는 건조된 박달나무 껍질에서 추출한 트리테르펜계열 상처 치유 젤이다. 해바라기유와 베툴린 등이 주성분으로, 베툴린은 항암 작용과 진정 작용, 그리고 노화억제 효과를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서 지난 2020년,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 의약품청(EMA)은 ‘필수베즈’를 희귀 의약품으로 지정했으며, 이듬해 FDA는 패스트트랙 개발 의약품으로도 지정한 바 있다.
한편, 암릿은 지난해 미국 FDA에 ‘필수베즈’에 대한 신약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패스트트랙 개발 의약품 지정에 따라 ‘필수베즈’의 승인 여부는 당초 2021년 하반기에 판가름 날 전망이었으나, FDA는 일련의 이유로 심사 기간를 연장한 데 이어 올해 2월 회사 측에 ‘필수베즈’의 치료 효과를 입증하는 추가 데이터를 요청하며 승인을 거절했다. 당시 10달러 안팎에 머물던 암릿의 주가는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약 40% 폭락했다.
이에 대해 암릿 측은 “FDA의 요청에 응하기 위해 필요한 데이터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2004년 설립된 암릿 파마는 희귀 질환 치료제 개발에 주력하는 아일랜드의 바이오 기업이다. 이 회사는 현재 선천성 전신성 지방이영양증 관련 렙틴 결핍증 보조 치료제 ‘마이알렙트’(Myalept 성분명: 메트렐렙틴·metreleptin)와 경구용 말단비대증 치료제 ‘마이캡사’(Mycapssa, 성분명: 옥트레오타이드·octreotide), 동형접합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보조 치료제 ‘적스타피드’(Juxtapid: 로미타피드·lomitapide) 등의 의약품을 판매하고 있다.
23일(현지 시간), 이 같은 호재에 나스닥에서 암릿 파마의 주가는 전일 종가(6.85 달러) 대비 7.45% 오른 7.36 달러로 상승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