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의료계 내 극심한 갈등을 낳고 있는 ‘간호법’ 제정안이 17일 오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지난 9일 복지위 제1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하고 불과 일주일여 만이다.
이날 전체회의를 통과한 간호법 제정안은 간호사의 처우 개선과 업무 범위 등을 담고 있다. 핵심 쟁점이었던 간호사의 업무 범위는 현행 의료법과 동일하게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 보조’로 규정했다.
원안은 간호사의 업무범위를 ‘의사의 지도 또는 처방 하에 시행하는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로 규정했으나, 의사협회가 ‘간호사의 의사 면허 범위 침범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다시 현재의 의료법과 동일하게 수정했다.
우리는 이번 간호법 처리 과정에서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이 보여주고 있는 ‘나약한 모습’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아니, 좀 더 솔직히 말하면 방관자적 모습이고 아예 무관심한 것처럼 보인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지난 9일 열린 소위 불참에 이어 이번 전체회의에서도 집단퇴장을 통해 민주당 주도의 법안 의결을 사실상 묵인해 버렸다. 국민의힘은 ‘간호·조산법’을 대표 발의한 간호사 출신 최연숙 의원의 소위 참석이 유일하다.
국민의힘측은 간사인 강기윤 의원을 통해 “직역간 갈등을 풀기위한 시간이 필요하다”며 “제1법안소위에 재회부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민주당측 김민석 위원장이 수용하지 않자, 이에 반발해 그대로 퇴장해 버렸다.
이와관련 김민석 위원장은 “여당인 최연숙 의원이 참석한 법안소위에서 진행된 내용에 대해 그동안 여야 모두 별 이견이 없었던 상황에서 국민의힘이 소위로 다시 넘기자고 하는 것은 간호법 처리를 지연시키려는 의도라고 생각 된다”며 불쾌감을 표했다고 한다.
그는 “안건 상정 부분에 대해서도 국회법에 협의를 거쳐서 처리하게 돼 있다. 협의는 합의가 아니라, 위원장이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것인 만큼 상정 과정에 있어서도 문제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김 위원장의 말을 종합하면 여당인 국민의힘이 법안처리를 지연시키기 위해 몽니를 부리고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야당 간사인 민주당 김성주 의원도 법안 처리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9일 열린 법안소위는 민주당 7인, 국민의힘 1인이 참석해 두 시간 동안 논의했고, 만장일치로 의결된 만큼 단독 처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김성주 의원은 “강기윤 의원이 간호법에 대해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고 여러 번 이야기했는데, 말로는 반대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실제로 하자고 하면 피하기만 한다”며 “더 이상 민주당 탓하지 말라”고 반박했다.
우리 속담에 “때리는 시어미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는 말이 있다. 겉으로는 위해 주는 척하면서 속으로 헐뜯는 사람이 더 밉다는 의미다. 최근 국민의힘 의원들이 간호법 처리과정에서 보여주고 있는 행태가 그렇다. 얼핏 보면 간호법 처리를 결사반대하고 있는 의사협회와 간호조무사협회 등 의료계 전체를 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민주당측의 설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국민의힘은 직역간 갈등조정을 이유로 신중한 법안처리를 요청하면서도 의결 등 결정적인 순간에는 동네 불구경 하듯 한 발 빼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법안에 대한 민주당의 주도적 처리를 기습단독처리로 몰아가는 프레임이 여론에 불리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은 아닌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지금 이 순간, 누구보다 답답한 것은 간호법 국회 통과에 비통함을 금치 못하고 있는 의사들과 간호조무사들이다. 국민의힘이 이들의 입장을 10분의 1이라도 헤아린다면 지금처럼 방관자적 모습을 보일 수는 없다.
국민의힘은 이제 더 이상 야당이 아니다. 야당인 시절에도 당시 거대 여당인 민주당의 사법개혁 법안 처리에 맞서 온몸으로 맞섰던 정당이 이제 와서 약자 코스프레를 한다면 이는 국민에 대한 도리도 아니거니와 괜한 오해만 불러올 뿐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주도의 간호법 단독처리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정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