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지난달 27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제1법안심사소위원회가 한층 진전된 간호법 조정안을 마련하자, 의료계의 긴장 수위도 더욱 높아지는 모습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제1법안심사소위는 이날 회의에서 3개 간호법안에 대한 조문별 축조심사를 통해 상당 부분 의견접근을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따라 간호계가 그토록 염원하던 간호법 제정안은 팔부능선을 넘어 제1법안심사소위 통과를 목전에 두게 됐다.
그래서인지 간호협회는 상당히 느긋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협회는 2일 “일부 조항이 삭제되는 등 다소 아쉬움은 있으나, 법안심사소위가 마련한 간호법 조정안을 존중한다는 의미에서, 지난해 11월부터 진행해 온 간호사 결의대회와 수요 집회 등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겉으로 보기에는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지만, 이보전진을 위한 일보후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참에 법안을 먼저 제정하고 부족한 부분은 차차 개선해 나가는 것이 현명하다는 전략일 수 있다는 얘기다.
소위에 올려진 간호법 관련 법안은 총 3개다.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의원(보건복지위원장)과 국민의당 서정숙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간호법안’과 국민의당 최연숙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간호·조산법안’이다.
이들 3개 법안은 지난해 3월 각각 발의된 이후 같은해 11월 24일과 올해 2월 10일에 이어 이날 세 번째 심의가 진행됐다. 이날 심의 참석자들은 모두 간호법 제정 필요성에 대해서는 더 이상의 논의가 불필요하다는데 의견을 같이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시간의 문제 일뿐 간호법 제정이 초읽기에 들어갔음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소위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간호법 제정안 심의에 돌입해 두 차례 정회 이후 오후 7시 30분까지 마라톤 심의를 통해 구체적인 조정안을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 조정안은 ▲간호법 우선적용 규정 삭제 ▲간호사 업무범위 현행 의료법대로 유지 ▲간호조무사 보조업무 및 요양보호사 관련 조항 삭제 ▲간호사등의 권리 및 처우 개선 등을 담고 있다.
회의 말미에 몇몇 위원들 사이에 “간호법의 전체적인 틀이 성안됐다”며 “당일에 결론을 내자”는 의견도 나왔으나, ‘관련 단체의 이해를 구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정부 제안에 따라 당일 소위통과는 이뤄지지 않았다. 소위는 관련 단체의 의견을 구하는 과정에서도 ‘성안된 간호법안의 전체 틀과 내용을 유지한다’는 전제조건을 달아,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조정안의 변질 가능성을 차단했다.
여야 3당이 모두 합의한 조정안이 마련되면서 앞으로 간호법 제정을 향한 발걸음은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비록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 의결 절차가 남아 있지만, 간호법 제정이라는 큰 흐름을 바꾸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이처럼 급박하게 돌아가면서 그동안 간호법 제정을 결사 반대했던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 단체는 비상이 걸렸다. 의협은 2일에도 ‘간호단독법 저지 비상대책특별위원회’ 명의의 보도자료를 내고 “국민 건강 위협하는 간호 악법(惡法), 즉시 폐기하라”며 날선 반응을 보였다.
의협은 “간호법이 특정 직역만을 위한 법이며, 공정을 해치고 의료 현장을 와해하는 법일 뿐”이라며 “법안처리 강행 시 의협을 비롯한 10개 단체는 극한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수위를 한층 끌어 올렸다.
간호법 제정을 두고 연일 날선 반응을 보이고 있는 의료계의 모습은 많은 국민들에게 2년 전 여름, 코로나 정국의 한 중심에서 진행됐던 의료계 총 파업을 연상케 한다. “혹시 또 파업?” 국민들은 의료계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낼 때마다 이런 불안감을 감추지 못한다.
의사협회과 간호협회는 모두 현재 진행되는 법안 제정의 필요성과 반대의 이유로 국민보건 문제를 들고 있다. 한쪽은 “고령화 시대를 맞아 간호·돌봄에 대한 국가와 사회의 책임을 강화하고 동시에 신종감염병 등 국가적 재난에 대처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법”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다른 한쪽은 “우리나라의 보건의료체계를 무너뜨려 국민생명을 위협하는 법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니, 정작 국민들 입장에서는 어느 쪽이 맞는 말인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양측의 주장은 한치 양보없이 오랜시간 평행선을 달려왔다. 의료계의 핵심 인력인 의사와 간호사가 싸우면 결국 그 피해는 국민들에게 돌아가기 마련이다.
간호법이 제정되든 그렇지 않든 국민들에게 중요한 것은 건강권을 지키는 것이다.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일은 막아야 한다. 의사협회와 간호협회는 직역의 이해관계를 떠나 이번 사태를 다시 한 번 더 냉정하게 바라봐야한다. 양 직역에 영향을 미치는 그 어떤 결정도 국민건강에 우선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