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임도이] 100세 시대를 맞아 귀 건강에 대한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국민의 14%에 달하는 고령사회를 넘어 초고령화 사회(인구의 20%) 진입을 눈앞에서 두고 있다. 그것도 OECD 국가 중 가장 가파르게 노인인구가 늘어나고 있다. 그런의미에서 노인성 치매 발생에 직접적 원인으로 알려진 난청은 우리 사회가 극복해야할 가장 핵심적 질환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대한이과학회(회장 구자원)가 지난 2~3일 개최한 제64차 학술대회 발표 자료를 토대로 난청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4회에 걸쳐 집중 조명했다. [편집자 글]
1. 노인성 난청이 치매의 주범
노인성 난청과 치매 유병률
우리나라는 빠르게 고령화 사회에 접어 들고 있다. 2018년 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 비율 14%) 진입 후 2026년 초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 비율 20%)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 된다. 평균 수명이 증가함에 따라 고령자의 절대적인 수와 총인구 중 고령자의 인구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2009년 질병관리본부와 대한이비인후과 학회가 공동으로 시행한 제5기(2010~2012) 국민건강영양평가조사의 결과에 따르면 70세 이상에서 68.9%의 사람에서 경도 이상의 난청을 갖고 있다. 그중 31%는 중등도 난청으로 보청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치매 역시 매년 그 빈도가 증가하여 2009년 보건복지부 자료에 의하면 65세 이상에서 8.4% 해당하는 42만명이 치매를 앓고 있다고 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노인성 난청으로 진료를 시행한 60대 이상 환자는 2008년∼2013년 사이 연평균 5.5%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기준 진료인원은 28만 명, 총 진료비는 319억 원이 보고됐으며, 전체 진료인원 중 60대 이상이 45%를 차지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전음성 및 감각신경성 난청(진단 코드: H90)’의 건강보험 진료비 지급자료를 보면, 진료 인원은 2008년 22만 2000명에서 2013년 28만 2000명으로 연평균 4.8%씩 증가했다. 남성은 10만 6000명(2008년)에서 13만 2000명(2013년)으로 24.1%(연평균 증가율 4.4%), 여성은 11만 6000명(2008년)에서 15만 명(2013년)으로 29.1%(연평균 증가율 5.2%) 각각 증가했다. 2008년∼2013년 건강보험 총진료비 연평균 증가율은 6.7%, 공단에서 부담한 급여비(보험자부담금) 연평균 증가율은 6.3%로 나타났다.
노화성 난청과 치매의 발생 ... “난청은 인지기능 저하의 독립적인 인자”
‘노화성 난청과 치매의 발생 2018년 JAMA 학술지’에 보고된 바에 따르면, 노화로 인한 청력 손실은 인지 저하, 인지 장애 및 치매를 예측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이 논문은 12개 구의 30여 개의 난청과 인지 저하와 관련된 논문들을 메타 분석해 난청이 인지기능의 위험도를 높인다는 결과를 도출했다. 미국 존스 홉킨스(Johns Hopkins) 의과대학과 국립노화연구소에서 노인성 난청과 치매와의 연관성을 보고한 내용이다.
639명을 대상으로 청력 검사와 인지기능검사를 실시하며 평균 12년 동안 관찰한 결과를 보면 청력이 정상인 경우에 비해 경도 난청(26~40dB)의 경우 치매발생률이 평균 1.89배, 중등도 난청(41~70dB)은 3배, 71dB이상의 고도 난청의 경우에는 4.94배 높게 발생했다. 치매가 발생하는 빈도는 난청이 심할수록 더욱 증가했다.
인지능력은 나이가 들수록 저하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지속적인 외부 자극이 대뇌로 제공되는 것이 중요하다. 외부의 적절한 청각 자극 및 정보가 중추신경계에 전달되고 통합이 되어야 인지 기능 및 판단력이 유지된다. 이 시기에 정확하고 적절한 청각 정보를 받아들이지 못하면 인지기능이 저하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청력저하가 치매를 초래한다는 유력한 가설로 제시되고 있다.
난청과 우울증에 대한 다수의 연구결과들을 보면, 청력 손실의 정도가 심할수록 우울 점수가 증가하였고, 청력 손실로 인해 난청 노인이 일상생활에서 경험하는 주관적 장애 정도가 우울과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최근 연구들을 통해 보청기 착용 여부가 난청이 있는 사람의 우울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밝혀지고 있다.
난청과 치매 관련 근거 자료는 최근 더 많은 연구에서 보고되고 있다. 존스홉킨스 대학의 린(Lin) 교수진이 2011년 JAMA의 ‘신경학 아카이브(Archives of Neurology)’에 보고한 바 있는 난청과 치매의 유병률 조사 연구에서 경도 난청, 중등도, 고도 난청에서 치매 발생의 위험도가 각각 2배, 3배, 5배 정도로 높아진다는 충격적인 연구결과도 있다.
이후 연구팀은 1984명을 대상으로 난청과 인지기능저하 관련 추적 관찰 연구를 통해 난청이 인지 기능저하의 독립적인 위험 인자임을 보고한 바 있다.
린 교수 연구팀은 2015년 국제 학술지 ‘뉴로이미지(Neuroimage)’에 청각이 정상인 대조군에 비해 난청이 있는 환자들의 뇌 볼륨은 청각 관련 중추인 우측 측두엽에서 의미있게 감소했다고 보고하기도 했다.
그 사이 흥미로운 연구 결과도 나왔다. 바로 난청을 극복하는 방법이다. Cuoco S. 박사 등이 2021년 과학저널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에 보고한 연구결과를 보면 난청을 지닌 환자에서 보청기를 통한 청각 재활이 인지기능 저하의 지연을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는 6개월간 보청기를 착용한 환자군이 미착용 환자군에 비해 장기 공간 기억 능력이 더 높음을 검증함으로써 보청기를 통한 청각 재활이 인지기능 저하에 기여함을 보여주었다.
인공와우를 통한 청각재활 역시 난청 환자의 인지기능 저하를 방지하고 심지어 경도 인지기능저하 환자의 인지 기능을 정상으로 회복시킬 수 있음이 보고 된 바 있다. 2018년 모스니어(Mosnier) 등의 JAGS 2018:66:1553-61 연구 결과다. 고도 난청 환자 70명을 대상으로 인공와우이식술 이후 약 7년간 추적관찰한 결과, 65세 이상 환자 중 경도인지기능 저하 환자 38명 중 10명이 정상 인지기능을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이비인후과 전문의인 이현진 교수는 “이 같은 연구 결과를 종합해 보면 난청은 인지 기능저하와 치매 발생의 독립적인 인자로 인정받고 있으며, 보청기나 인공와우이식술을 적절히 받아 청각재활을 할 경우 인지기능저하 속도를 감소시키거나 호전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난청 극복, 국가에서 관심가져야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나라의 난청에 대한 정책은 아직 현실적이지 못하거나 국민적 욕구를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나라 장애인복지법은 창각장애인의 청력 정도에 따라 보청기 일측 또는 양측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청각장애 1,2,3급 판정을 받은 인원은 5만 604명, 청각장애 4,5,6 급은 10만 8503명으로 여기서 제외된 40만 9000여 명(72%)이 보청기를 지원받지 못하고 있다. 이렇듯 65세 이상의 노인이 청력 저하는 있다고 하더라도, 청각 장애 판정을 받을 정도의 난청이 아니라면 보청기가 지원되는 정책은 현재까지는 없는 상태이다.
보건복지부에서 제시한 ‘2020년 치매 정책 사업안내’ 따르면 국내의 치매 관련 전문 인력 교육 과정에서도 직접적인 청각 관련 교육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담당업무 교육에도 치매 선별검사 수행 교육 및 신경 심리검사 도구 교육만이 포함되어 있어 앞으로 청력 저하 여부까지 확인할 수 있는 교육 및 검사가 추가되어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유럽연합 7개국은 21명의 연구진이 참여하는 대형 프로젝트 ‘The SENSE-Cog Residential Aged Care Facility Study’를 통해 국가 차원에서 5년간 약 84억 5000만 원의 연구비를 지원하여, 청각 및 시각의 손상을 동반하는 치매 환자에게 적절한 의료적 정책 및 서비스 지원을 위한 근거 기반 연구를 수행해 오고 있다.
프랑스의 치매 관련 국가 정책의 인력 기준 또한 임상심리사, 작업치료사, 정신운동 치료사, 노인학전문가, 사회복지사, 비약물 프로그램 관련 전문 인력(예, 언어치료사, 음 악치료사 등)이 포함되어 다각적 돌봄을 실천하고 있다.
노인성 난청 대표적 치료법은 보청기 사용
전문가들은 노인성 난청의 가장 대표적인 재활 치료법은 보청기를 사용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보청기 착용은 청력을 개선하고 인지기능을 높여 치매 등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청기를 사용한 후 인지기능 점수가 더 높아졌다는 연구 결과는 이미 많이 보고되고 있다. 2011년 발표된 국내 연구에 따르면 보청기를 6개월간 착용한 60, 70대 난청 환자 18명과 착용하지 않은 11명을 비교한 결과, 보청기를 착용한 그룹의 언어 인지기능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국제학술지 ‘임상의학저널(Journal of clinical medicine, JCM)’에 보고된 연구논문에 따르면, 연구에 참가자(62-82세)는 보청기 착용 전 및 착용 후 18 개월 후에 청력, 인지 기능, 언어 지각, 삶의 질, 신체 활동, 외로움에 대해 평가했다. 그 결과, 보청기 착용 18 개월 후 언어 지각 및 삶의 질이 크게 향상되었다. 인지 기능 평가 점수는 뚜렷한 감소를 보이지 않았다. 대상자의 97.3%와 여성의 경우 작업 기억, 시각적 주의 및 시각적 학습에서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개선 또는 안전성을 보였다. 이는 보청기 착용을 통해 청각 재활을 적극적으로 시행하면 인지 저하를 지연시킬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이현진 교수는 “노인 인구의 증가로 노화성 난청, 인지기능장애 및 우울증의 증가는 노인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중요한 건강문제”라며 “난청은 가정 및 사회 생활에 악영향을 미치고, 인지기능 저하와 치매의 발병률까지 높아질 수 있으므로 난청에 대한 적극적인 진단, 치료, 관리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 교수는 이어 “고도 난청으로 보청기를 사용해도 의사 소통이 어려운 경우에는 인공와우 이식수술을 통해 들을 수 있게 해준다면, 고령에서도 인지 기능의 저하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며 “노인들이 사회 활동을 유지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우울증 및 인지 기능의 저하를 최대한 예방할 수 있는 사회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