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중증 환자 중심 방역체계가 위·중증 환자를 지우고 있다”
“위·중증 환자 중심 방역체계가 위·중증 환자를 지우고 있다”
인의협, 23일 기자회견 열고 정부 방역정책 강도높게 비판

“확진 판정 7일 지나면 사망해도 코로나 사망 아닌 것으로”
  • 박원진
  • admin@hkn24.com
  • 승인 2022.03.23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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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 박원진] 진보적·합리적 의사단체로 알려진 인도주의실천의사협회의(인의협)가 정부의 코로나19 방역정책을 강도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인의협은 23일 오전 11시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서 ‘코로나19  대확산, 전향적 해법 요구’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는 코로나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 돌봄 공백 외면 말고 책임을 다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회견에서 인의협은 현 방역 정책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환자 위주의 현실적인 방역정책을 촉구했다.

인의협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1월 중순 오미크론이 코로나19 우세종이 됨에 따라 방역정책의 방향을 7일 후 격리 해제로 바꾸었다. 이로 인해 감염 7일 후에도 위·중증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이 고통받고 있다. 이 같은 혼란은 작년 12월 말 격리 해제 기간을 20일로 발표했을 때부터 이미 예고되었다.

환자들은 코로나19 감염으로 폐에 염증이 차고, 숨이 가빠서 산소치료를 시작한다. 기관 삽관을 하고 그도 부족하면 기도를 절개하고, 에크모 치료도 받는다. 하지만, 정부는 7일이 지나면 코로나19 감염병은 공식적으로 끝난 것으로 간주했다. 이에따라 7일 경과자는 정부가 발표하는 위·중증 환자의 숫자에서 빠졌다. 7일이 경과해 사망하면,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이 아닌 것이다.

진료기록에는 여전히 코로나19 감염증이 병명으로 적혀있고, 먼저 세상을 떠난 사람의 사망진단서에도 코로나19라는 단어가 적혀있는데,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코로나19 감염병은 아닌 것이다.

인의협은 “더 모욕적인 것은 이 고통에 대해 정부가 ‘기저질환 치료까지 책임질 수 없다’는 답을 전해온 점”이라며 “우리는 기저질환 치료에 대한 책임을 요구한 것이 아니라,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치료받을 권리 보장을 요구한 것”이라고 정부의 책임회피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입장이 무엇이더라도 변하지 않는 사실은 중환자실 환자들은 코로나19의 감염으로 지금 고통받고 있다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세브란스병원 의료진에 코로나19에 감염된 위중증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 의료진이 코로나19에 감염돼 사경을 헤매는 위중증환자를 살기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사진=세브란스병원]

 

“위·중증 환자 중심 방역체계가 위·중증 환자를 지우고 있다”

치명률이 낮고, 전파력이 높은 오미크론 유행으로 방역체계는 위·중증 환자에 대한 적극적 관리체계로 변했다. 3월 내내 정부가 발표한 위·중증 환자 수는 약 1000명을 오르내리고 있지만, 실제 사용중인 병상수는 꾸준이 늘고 있다. 23일 현재 위·중증환자가 사용 중인 병상 수는 1819개로 3월 1일 1324개 보다 495개가 증가했다. 이는 실제 환자와 정부가 발표하는 환자수 사이에 차이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사망사례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정부의 위·중증 환자 수에 포함되지 못했지만, 여전히 코로나19로 위·중증 병상에서 치료받는 환자 수는 800명이 넘어서고 있고, 이들 대부분은 병상을 비울 것을 강요받고 있다. 이미 병상에서 밀려난 환자들의 수를 더하면 그 규모를 추산할만한 자료조차 찾기 어렵다.

인의협은 “이것이 위·중증 환자 중심의 방역체계의 실상이라면, 정부의 공적 책임은 도대체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위·중증 환자의 숫자에서 이들을 지우고, 코로나19 사망자 숫자에서 사람들을 지우는 것이 위·중증 환자 중심의 방역체계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가장 취약한 집단이 제일 위험한 상태에 몰리고 있다”

지난 2년간 코로나19가 일깨워준 것은 우리 사회의 가장 취약한 집단의 취약성을 더욱 가중시킨다는 사실이었다. 그러나 정부의 감염병 대응은 취약한 집단의 취약성을 살피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보건당국은 고령자, 기저질환자가 감염에 취약하다고 하지만 정작 이들을 고려한 조치나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인의협의 주장이다.

특히 코로나19 전체 환자 중 위·중증 환자나 사망자 비율이 가장 높은 고령층이 이용하는 요양기관의 돌봄공백이 심각한 상황이다. 오미크론 확산으로 요양병원과 요양시설 내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늘고 있지만 코로나19 치료제 공급이나 전담병원 이송이 원활하지 않아 치료의 사각지대에 놓였다.

질병관리청 방역대책본부는 21일 최근 5주간 요양원과 주야간보호센터 등 요양시설에서 집단감염이 총 410건 발생했다고 밝혔다. 요양시설 집단감염으로 사망자가 증가하는 것뿐만 아니라 요양보호사 확진도 급증해 업무는 가중되고 돌봄에는 공백이 생겼다. 보건당국은 지난 3월 21일 정례브리핑에서 “오미크론 정점 위기를 고위험군 보호에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 가장 취약한 사람들에게 보건 시설, 약품을 비롯한 물품, 의료와 돌봄 서비스를 어떻게 차별없이 접근가능하게 할 것인지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 인의협의 설명이다.

 

“정부의 책임 외면은 곧바로 개인들의 고통으로 이어진다”

일부 예외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격리해제 7일을 경과한 위·중증 환자들과 사망한 이들은 정부의 모든 공적 지원에서 배제된다. 위·중증 치료의 특성상 상당한 수준의 비급여 치료비가 발생하고, 기존의 건강보험체계에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사례도 많다. 격리 해제로 병상을 비울 것을 통보 받고, 전원과 전원을 거듭하면서 그 고통은 온전히 환자와 환자보호자에게 남겨진다.

전원은 곧바로 건강상태의 악화로 이어지기도 하고 치명적 결과를 맞이하기도 한다. 경제적 부담이 커서 재활치료를 포기하기도 한다. 7일 후 예상되는 재난적 치료비용에 대한 두려움으로, 연명치료를 처음부터 거부하는 보호자들도 늘고 있다. 갑작스런 사망으로 황망한 마음에도 코로나19 감염이 아니라는 정부의 답을 듣고 망연자실하는 유가족들의 상당수는 수면제 없이 잠을 이루지 못한다.

그리고 이 고통을 경험하는 이들은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다. 감염으로 인한 고통이지만 7일을 경과했으므로, 더 이상 감염병예방법으로 지원해 줄 수 없다는 것이 정부의 논리다.

인의협은 “감염병예방법은 통치와 면피를 위한 법이 아니라, 국민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법이고, 법은 치료를 국민의 권리로 보장한다”며 “정부가 책임을 피하고 미루는 동안 그 고통은 개인들에게 오롯이 내맡겨진다”고 성토했다.

 

“전향적인 해법을 제시해야한다”

전체 확진자 규모가 커질수록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는 늘어나게 된다. 전체 환자 중 적은 비율이라고 하더라도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생명의 위협을 겪지 않을 수도 있었던 사람들이다. 이미 많은 사람이 생명을 잃었고 지금도 생사의 기로에 있는 환자들이 있다. 더 이상 위기에 방치되지 않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

인의협은 “위·중증 환자를 향해 격리해제 기간까지만 감염병 상태라는 정부의 논리는 재고되어야 한다”고 강하게 촉구했다. 격리해제 이후 건강보험체계 안에서 치료를 보장할 수 있다는 주장도 마찬가지로 재고되어야한다고 했다.

인의협은 “한국의 건강보험체계가 보편적 건강보장의 가치에 얼마나 미치지 못하는지 잘 알려져 있고, 코로나19 대유행은 전례 없던 공중보건 재난 상황”이라며 “그럼에도 건강보험이라는 기존의 틀 안에서 대책을 찾거나, 지레 대책마련을 포기하고 마는 정부의 자세는 피해자들의 고통을 가중할 뿐”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의의협은 “코로나19 격리해제 기간과 무관하게 위·중증 환자의 안정적 치료는 보장되어야 한다”며 “건강보험이 안되면, 별도의 예산지원을 하거나 필요하면 특별법도 고려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단순하게 치료비 지원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치료 받을 권리를 보장해줘야한다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재택치료 중이거나 요양시설의 고위험군 환자들의 의료접근권을 보장하기 위한 대책이 빠르게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약이 없어서, 병원에 가지 못해서 생명을 잃는 것을 그저 바라보기만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인의협은 특히 요양시설 환자와 돌봄노동자들의 집단감염에 대한 대책도 촉구했다. 돌봄노동자의 과로와 돌봄공백은 노동자와 환자 모두의 건강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인의협은 환자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환자와 가족, 돌봄종사자들에게 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어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인의협은 “코로나19 격리해제 기간과 무관하게 망자의 존엄은 훼손되지 않아야 하고, 유가족들의 애도와 기억의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며 “장례지침을 선장례 후 화장으로 개정하는데 2년이 걸렸지만, 지금 현장에서 이 지침은 무용지물이다. 코로나19 초기 컨테이너 병상을 긴급하게 늘리는 정도의 노력을 장례 현장을 개선하는데 투입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꼬집었다.

인의협은 마지막으로 “사람 중심의 관점으로 방역대응이 이루어져야 하며, 변화하는 질병의 특성을 반영하고, 한정된 의료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환자와 보호자와 망자와 유가족 모두의 고통을 경감하는 것이 정책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아래는 이날 기자회견 참가들의 발언 내용이다. 

발언1=정부 방역 정책 문제 제기 : 한희(희망을 만드는 법, 코로나19 인권대응네트워크)

인의협이 주최한 기자회견에서 한 참가자가 정부 방역정책의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다.
23일 인의협이 주최한 기자회견에서 한 참가자가 정부 방역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어느새부터일까요. 매일같이 수십만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고 수백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기사들이 나오지만 무덤덤한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정부의 브리핑 역시 계속해서 늘어나는 확진자와 위중증, 사망자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 정책보다는 치명률이 줄어들었다, 정점이 곧 지날 것이다와 같은 데이터에 집중한 발표들만이 나오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고통받는 이들은 결코 통계상의 숫자 1이 아닌 우리 옆에 함께 사는 동료시민임에도, 사람이 아닌 숫자만을 보는 방역정책 앞에 코로나19 위중증환자와 사망자, 그리고 그 가족들 모두가 존엄과 평등을 침해당하고 있습니다.

위중증 관리에 초점을 맞춘 전략을 내놓겠다. 지난 1월 3일 방대본은 정례브리핑에서 새로운 사회적 거리두기 체계와 관련하여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전파력이 높은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됨에 따라 위중증률, 치명률에 집중하고 병상운용을 효율화하며, 격리 효율화를 위한 지침을 개정하겠다는 것이 당시 정부의 설명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로부터 2달여가 지난 정말로 위중증 환자 중심의 방역체계가 이루어지고 있습니까. 정부는 2월부터는 코로나19 진단 후 격리기간을 증상유무, 백신접종에 상관없이 7일로 단축했습니다. 7일이 지나면 코로나19 전파가능성이 낮다는 것이 이유입니다. 문제는 전파가능성을 이유로 한 7일이라는 격리기간이 지나면 코로나19 관련 사망 통계에서도 빠지고 이후 치료에 대한 지원 역시도 종료된다는 것입니다. 설령 타인에게 전염될 가능성이 없다 해도 이미 감염된 코로나19로 인한 위중증 상태는 당연히 코로나19로 인한 재난입니다. 그럼에도 정부는 이미 있는 기저질환 치료까지 책임질 수 없다는 모욕적인 이야기까지 하며, 공식적으로 잡히지 않는 수많은 위중증 환자와 가족들이 고통받는 현실과 자신이 해야 할 책임에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태는 어찌 보면 예견된 것이기도 합니다. 코로나19 확산 초기부터 유엔 인권기구와 시민사회단체들은 코로나19의 영향은 차별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음을, 사회적 소수자와 약자들이 더 많은 위험에 노출되기에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함을 이야기해왔습니다. 무엇보다 장애인, 노인, 아동 등 취약집단에 대한 돌봄이 개인과 가족의 책임으로만 지워지는 것에 대한 대책을 요구해왔습니다. 최근의 자료들을 보아도 코로나19로 인한 위중증 환자, 사망자의 대다수가 고령층, 기저질환자이며, 요양병원과 요양원 등 시설에서 집단감염이 계속해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정부는 오미크론 감염으로 인한 사망과 기저질환으로 인한 사망을 정확히 구별하기는 어렵다는 이야기를 하며 상황의 심각성조차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돌봄노동자들은 점차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고 현장에서는 계속해서 돌봄의 공백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2020년 10월 UN은 코로나19와 보편적 건강보장에 관한 정책보고서를 발간했습니다. 해당 보고서의 요지는 명확합니다. 건강이라는 인간의 기본적 권리를 보장하고 모든 이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보편적 건강보장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양질의 보건의료서비스에 대한 동등한 접근과 보건의료의 비용이 사람들을 경제적 위기로 몰아넣지 않을 것을 요구했습니다. 구조적 차별로 돌봄과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고 격리해제를 이유로 수천, 수억이 치료비를 부담해야 하며, 장례현장의 한계로 죽음을 제대로 애도하고 기억할 기회조차 갖지 못하는 지금의 현실이 국제사회의 요구와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 정부는 직시해야 합니다.

코로나19 확산 초기부터 현재까지 정부의 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분명합니다. 확진자의 숫자가 얼마나 줄어들었는지, 치명률이 얼마나 낮아졌는지, 통게와 숫자를 이야기하기에 앞서 한 사람 한 사람의 존엄한 삶을 지키고 일상 회복을 지원하며 안타깝게 떠나간 이들을 제대로 기억하고 애도하는 것이 바로 목표가 되어야 합니다. 정점이 곧 다가온다, 끝이 보인다고 말하기 전에 지금도 우리 곁에서 후유증으로 인해 고통받고 과중한 경제적 위기와 돌봄노동으로 힘겨워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듣고 그에 맞춘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어야 합니다. ‘오미크론 정점 위기, 고위험군 보호에 함께’ 어제 질병관리청이 내놓은 오늘의 한마디입니다. 그 말이 공허한 울림이 되지 않도록 자신의 책임을 다할 것을 다시 한 번 전향적인 대책을 촉구합니다.

발언2=코로나19 의료접근권 : 이서영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인권위원회)

 

23일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인권위원회 소속 이서영씨가 코로나19 의료접근권의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다.
23일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인권위원회 소속 이서영씨가 코로나19 의료접근권의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다.

정부는 위기를 위기라고 말하라.

지금 우리는 정부 예측을 한참 뛰어넘는 하루 확진자 수와 최고치의 사망자 수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오미크론을 ‘독감처럼’ 관리할 수 있다는 터무니없는 말을 하며 방역을 더욱 완화하고 있습니다. 이런 잘못된 선택은 감염병 확산에 불을 당기고 있습니다.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검사도 받지 않고 있습니다. 유급병가도 상병수당도 없는 나라에서 격리란 생계의 위협이기 때문입니다. 격리지원금도 얼마 안되고 확진되더라도 국가가 치료를 책임지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사람들은 의심증상이 있어도 숨기기를 선택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보이지 않는 감염도 많을 것입니다. 정부는 이런 실책으로 발생하고 있는 인명피해를 축소해서 이야기하거나, 어쩔 수 없는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닙니다. 지금 한국의 인구대비 확진자 수와 사망자 수는 세계 최고수준인 것은 오미크론 때문이 아니라 정부의 잘못된 선택의 결과입니다.

지금의 최고기록 통계수치들도 엄청나게 축소된 것입니다. 코로나19로 사망해도 통계에 잡히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정부는 코로나19 위중증 환자가 지난해 말 델타 유행 정점 때보다 적다는 걸 강조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격리해제 된 코로나 환자들은 집계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많은 코로나 환자들이 격리병상 밖에서 투병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또 정부는 병상 가동률이 여유가 있다고 홍보하지만 이미 코로나 환자들이 일반병상에서 치료받고 있기 때문에 의미없는 숫자일 뿐입니다. 정부가 발표하고 있는 숫자들은 지금의 위기상황을 너무나 축소해서 의미가 없을 수준입니다.

지금도 코로나19로 많은 환자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요양원, 요양병원에서 감염된 환자들은 적극적인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부분은 그 요양시설에 그대로 갇혀 코호트격리라는 이름의 집단감염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일주일을 격리당하고 나니 폐렴이 악화되어 뒤늦게 일반병상에서 치료하다가 사망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지금 병상이 충분하다고 이야기하는 정부는 이처럼 가장 약한 사람들의 희생을 가리고 있습니다.

의료기관들이 포화되면서 코로나 환자뿐만 아니라 모든 시민의 건강도 위협받고 있습니다. 코로나 환자가 응급상황에 처해도 갈 응급실이 없어서 구급차에서 목숨을 잃는 비극이 일어나고, 코로나 환자가 아니어도 응급실 병상이 없어서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현장은 거의 의료 붕괴입니다.

정부는 지금 상황이 ‘관리 가능하다’는 거짓말을 중단해야 합니다. 위험을 제대로 알려야 합니다. 지금이라도 방역완화를 중단해야 합니다. 재정지원을 늘리고 사회정책을 펴서 거리두기를 하며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또 의료현장을 외면하지 말아야 합니다. 공공병원부터 인력을 충원하고 민간병원에도 인력 고용을 강제해야 합니다. 대형민간병원들도 충분히 동원해야 합니다.

또 국가는 코로나19 환자에 대한 의료비를 책임져야 합니다. 검체채취 이후 7일이라는 얼토당토않은 치료비 지원 기준으로, 오랫동안 코로나19로 투병하는 환자들과 보호자들은 엄청난 의료비 부담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7일안에 완치되는 코로나 중환자가 어디있단 말입니까? 정부는 ‘기저질환 악화’ 운운하는 기만적인 말도 그만두십시오. 코로나19 중환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고령층에서 기저질환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코로나로 기저질환이 악화돼 생명을 위협받는 사람들에 대한 치료도 정부가 책임져야 합니다. 예전에 우리는 미국은 치료비 걱정으로 코로나 치료조차 못 받는다는 말을 들으면서 혀를 찼었는데, 한국도 별반 다를 바 없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사경을 헤매면서 치료비 고통까지 시달려야 하는 상황입니다.

국가는 치료받을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환자들에게, 돌아가시기 전 가족들과 임종면회도 제대로 못하고 화장된 사람들에게, 응급처치를 받지 못해 건강을 위협받은 모두에게 사과해야 합니다. 또 이러한 죽음들이 쏟아져 충분히 애도할 기회조차 박탈당한 시민들에게 사과해야 합니다. 정부는 죽음을 방치하지 말고 생명을 살릴 정책과 재정으로 행동에 나서십시오.

발언3=코로나19 위·중증 피해자 가족 : 마민지(코로나19 코로나19 위·중증 피해자 가족모임) (대독 이명학)

안녕하세요. 저는 코로나로 인해 91일째 병원에 입원 중인 어머니의 보호자입니다. 오늘 코로나19 위중증 환자들이 겪고 있는 현실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저희 어머니는 지난 12월 21일 코로나 확진이 된 이후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 아침, 산소포화도가 55까지 떨어진 상태에서 병원에 입원하셨습니다. 그리고 오늘로 81일째 에크모를 달고 중환자실에서 사투를 벌이고 계십니다.

그런데 정부는 지난 7일 코로나 위중증 피해 보호자들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너희는 위중증환자가 아니다, 바이러스 전파력이 없어 격리해제가 되었으니 코로나 때문이 아니라 기저질환 때문에 중환자실에 있는 거라고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일상 생활을 멀쩡히 하던 한 사람이 코로나에 감염이 된 이후 90일 넘게 중환자실에 누워있습니다. 가족들은 인공호흡기와 에크모를 주렁주렁 달고 병상에 누워있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는 것도 힘이 듭니다. 고위험군을 책임지고 위중증 환자를 중심으로 관리하겠다던 정부는 이제 어머니의 존재를 부정하며 가족들에게 또다시 상처를 주었습니다.

위중증 환자가 바이러스 전파력이 없다는 이유로 더 이상 코로나 환자가 아니라는 정부의 논리를 저는 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합니까? 지금 중환자실에 누워 사투를 벌이고 있는 위중증 환자들이 기저질환으로 치료를 받고 있다는 정부의 논리대로 따지자면, 저희 어머니의 기저질환은 코로나 바이러스입니까?

정부는 고위험군을 중심으로 관리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병원에 입원하기 전 산소포화도가 계속 떨어진다고 보건소와 지정 병원에 알렸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머니는 병원에 이송되지 못했습니다. 전화통화를 하다가 어머니의 목소리가 이상하다는 것을 발견한 것도, 구급차를 불러 병원에 입원시킨 것도, 정부가 아니라 개인인 제가 나서야만 가능했습니다. 정부가 정말 고위험군을 중심으로 관리하고 있는 것이 맞습니까? 일주일 사이 멀쩡하던 사람이 위중증 환자가 되는 과정에서 국가는 단 한번도 안전망이 되어주지 못했습니다.

지난 12월 정부는 격리해제 일자를 20일로 단축시켰고 행정명령을 내려 위중한 환자들을 병원 밖으로 내몰았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7일 뒤에 병원을 나가라고 합니다. 그렇게 격리해제를 시키고 나면 그 환자는 이제 코로나 환자가 아니라고 합니다. 저희 어머니는 음압병실 안에서 음압병실 밖으로 옮겨졌을 뿐인데 코로나가 완치된 거라고 합니다. 질병관리청 어플에 들어가 보니 어머니 앞으로 코로나 완치확인서가 발급되어 있었습니다. 그 사이 어머니는 상태가 더 악화되어 에크모를 달았고 지금도 병원에 누워 생사를 오가고 있는데, 정부는 코로나가 완치되었다며 위중증 환자의 현실을 외면하고 있습니다.

지금 정부는 환자의 건강과 회복을 중심으로 격리해제 기준을 정하지 않았습니다. 위중증 환자에게는 격리해제 기준이 곧 안전하게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위중증 환자 숫자를 줄이는 데만 집중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코로나 위중증 환자를 음압병동 밖으로, 전담병원 밖으로 쫓아내고, 코로나 환자라는 이름을 지워버려 이들을 보이지 않는 존재로 만들고 있습니다.

격리해제가 되면 위중증 환자 숫자가 줄어드니 마치 위중증 환자들이 퇴원을 한 것처럼 보입니다. 그리고 격리해제 이후 병원에 남아있는 사람들이 마치 기저질환 치료를 위해 퇴원하지 않고 있는 사람들인냥 호도하여, 안 그래도 일상이 무너져버린 환자와 가족들에게 그 책임의 화살을 돌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정부가 지켜준다 말하던 고위험군과 사회적 약자, 취약계층들이 보호받기는 커녕 이 사회적 재난의 책임을 떠맡고 있는 형국입니다.

정부는 코로나 치료는 무상으로 지원한다, 코로나로 사망하면 장례지원금을 지급한다며 마치 모든 것을 책임질 것처럼 말합니다. 또한 위중증 병상 가동률이 낮다며 이 모든 상황을 컨트롤하고 있는 것처럼 말합니다. 하지만 정부는 격리해제 날짜가 지났으니 당신은 더 이상 코로나 환자가 아니다, 격리해제 날짜가 지났으니 당신은 코로나로 사망한 것이 아니라며 발뺌하고 있습니다. 환자의 건강과 회복이 아니라 일정하게 정해진 격리해제 날짜가 지나면 정부는 아무 책임도 지지않겠다는 것입니까?

정부에게 묻습니다. 호흡이 안 되어 에크모를 하고 세 달째 투병 중인 저희 어머니가 왜 코로나 환자가 아니라는 것입니까? 진단서와 치료경과기록에는 코로나로 인한 급성호흡부전과 폐섬유화로 치료를 받고 있다고 적혀 있습니다. 이 모든 원인이 코로나가 아니고 도대체 무엇이란 말입니까? 폐 기능을 제외한 다른 이상이 없어 회복을 기다리며 하루하루 버티는 환자의 존재를 지워버리고, 그 책임을 오롯이 개인에게 돌리는 정부의 무책임한 태도에 위중증환자의 보호자들은 피눈물을 흘리며 분노하고 있습니다. 이제 정부 당국은 음압병실 밖으로 내몰렸을 뿐 여전히 치료를 이어가고 있는 위중증 환자들의 존재를 인정하고 코로나19라는 사회적 재난에 대해 끝까지 책임져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발언4=코로나19 사망자 유가족 : 장조아 (유가족)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 유가족이 정부의 방역정책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 유가족이 23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정부의 방역정책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안녕하세요.

저는 코로나19로 인한 사망환자 유가족 입니다.

저는 지난달 코로나19로 인해 가족을 잃었습니다. 저는 저의 슬픔만을 호소하기 위해 이 자리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갑작스럽게 고인이 되어버린 아버지에 대한 슬픔과 애도를 표하기도 전에 국가 및 의료기관의 탁상공론식 행정지침으로 인해 씻을 수 없는 상처와 피해를 받았습니다. 또 이러한 피해를 받은 유가족이 너무나 많다는 것을 저 스스로가 유가족이 된 지금에서야 깨달았습니다. 저는 현정부와 의료기관이 코로나19로 인한 사망환자 및 유가족을 어떻게 처리하고 있는지에 대해 지금이라도 공론화하여, 여러분들이 혹시라도 유가족이 된 이후에서야 이런 끔찍한 사실들을 알게되지 않게 하고자 이 자리에 섰습니다.

우선, 코로나19 확진 중 사망한 환자는 선화장 후장례 절차를 따릅니다. 즉 코로나19를 이겨내지 못하고 사망한 환자는 더이상 비말을 통한 전파능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전파의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간주하고 유가족으로 하여금 선 화장을 진행한 후 장례를 치르도록 하게 하는 것입니다. 이 경우에 유가족들은 다음과 같은 어이없는 상황들을 맞이하게 됩니다. 첫째, 가족의 사망선고시에 고인의 시신확인도, 얼굴확인도 하지 못합니다. 심지어 병원은 씨씨티비조차 공개하지 않아 고인이 사망한 상황을 지켜보지 못합니다. 둘째, 해당 고인의 유가족이 격리중이라면 그 가족들은 임종확인도 못하게 됩니다. 셋째, 고인의 시신에 수의도 입히지 못하고 병원복을 입은채로 또는 알몸인 채로 그대로 비닐봉지에 둘둘말려 화장되는 것을 지켜봐야 합니다. 넷째, 화장이 진행되는 동안 유가족은 창문너머에서 바라보기만 해야합니다. 유가족과 똑같은 방호복을 입은 간호사는 시신 곁을 지키면서 쉴새없이 제 가족의 시신에 소독용 살균제를 뿌려대는 것을 보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을 느껴야 합니다. 병원은 제 가족의 치료, 사망선고, 화장에 이르는 모든 절차 내내 제 가족을 그저 병균취급, 바이러스 취급하며 감염병 전파 방지에만 급급하며, 고인과 유가족은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존엄도 존중받지 못한채 이 모든 것들을 견뎌야 합니다. 병원에서는 이 모든 것들이 국가에서 국민을 위한 방역 지침이라고 설명하기 때문에 저희는 이 모든것들을 그저 받아들여야 합니다.

코로나19 확진자는 첫 증상발현일 이후 20일이 경과하면 현재 증상의 유무 및 증상의 수준에 상관 없이 전원이나 전실을 하게 됩니다. 다시 말해, 중환자실에서 치료가 필요함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지침”이기 때문에 더이상의 집중치료도 받지 못하고 이동하게 됩니다. 여기서 일반 시민들이 놓치는 점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반병동에서도 충분한 의료적 조치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착각”합니다. 아닙니다. 일반병동에서는 중환자실보다 집중적인간호와 치료를 받기어렵고, 치료에 필요한 CRRT, ECMO 같은 기계들은 중환자실 환자가 아니면 이용할 수 없습니다. 심지어 저희 아버지가 계셨던 병원은 “코로나19 치료 전담병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기사에 의료장비가 있다는 사실과는 달리 필요한 기계가 없어 아버지가 치료를받아보지못하고 죽어가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으며,

심지어 간호사가 단체 퇴사한 상황이라며 의료진으로부터 충분한 조치 또한 받지 못했습니다.

저는 현재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근무중인 간호사입니다. 그래서 당시 저희 아버지가 어떤 상황이었는지, 또 어떤 조치가 필요한지 일반 시민들보다는 정확히 알 수 있었습니다. 정말 투석을 해볼수있었더라면 저는 이 자리에 서있지 않았을 수도 있는데, 그 기계가 없어서 저는 지금 코로나19 유가족 대표로 여러분 앞에 서있습니다. 또 제가 간호사가 아니었다면, 제 아버지가 투석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한채 저희 아버지의 죽음을 맞이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여러분들은 현재 정부로부터, 또 의료기관으로부터 코로나19 감염의 위험성에 대해 충분히 고지받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또 이로 인한 가족 및 본인의 사망을 경험할 경우 확진 중에 사망했는가 또는 격리해제 후 사망했는가에 따라 장례절차, 치료비용, 치료범위 등이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 또한 알고 계셨습니까? 저는 현 정부 및 의료관계자게 다음과 같이 요구합니다. 첫째, 단순히 국민들의 경제적 일상회복을 위한 위드코로나 슬로건을 외치는 것이 아닌 실제 치료 현장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들을 함께 해결할 수 있는 위드코로나 정책을 펼쳐주십시오. 둘째, 격리해제 유무와 상관없이 코로나19로 인한 폐렴증상을 가진 환자들이 증상 수준에 따른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주십시오. 셋째, 코로나19로 인해 사망한 환자들에 대한 인간적 존중, 그리고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해주십시오.

마지막으로 여러분들께 다음과 같은 말씀을 드리고 마무리 하겠습니다. 코로나19는 기저질환유무와 상관 없이 건강히 정상생활, 직장생활을 유지하던 사람도 한순간에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위험한 감염병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정부는 코로나19 감염병 위험등급을 2-3단계로 낮추려는 방안을 검토중에 있습니다. 이는 여러분들께서 코로나19 감염병에 대한 위험성을 깨닫지 못하신다면, 앞서 말한 유가족들이 정부로부터 받은 최소의 최소도 안되는 지원조차 받지 못한 채 가족의 죽음을 경험하게 될 수 있는 중요한 사안임을 전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발언5=의료현장의 상황과 돌봄공백 : 김민정(행동하는 간호사회) (대독 랑희 인권운동공간 활)

 

인권운동공간 활의 한 관계자가 23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민정 간호사(행동하는 간호사회 소속)의 '의료현장의 상황과 돌봄공백'에 대한 의견을 대독하고 있다.
인권운동공간 활의 한 관계자가 23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민정 간호사(행동하는 간호사회 소속)의 '의료현장의 상황과 돌봄공백'에 대한 의견을 대독하고 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건강권실현을 위한 행동하는간호사회의 김민정간호사 입니다.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떨어질 줄 모르고 이로 인해 사망하는 사람은 매일 300명이 넘습니다. 이제 화장할 곳이 부족하다는 이야기 마저 들려옵니다.

지난해 'K-방역' 을 외치며 다른 나라는 화장할 곳이 없다더라 이야기 하던 것이 이제는 우리나라의 모습이 되었습니다.

이 현실을 목도하고 있는 의료진으로서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요양원, 요양병원 등 시설 내 집단감염 상황입니다. 요양원, 요양병원에는 대부분이 고령의 노인환자인데다가 기저질환 3-4개쯤은 기본으로 가지고 있는 분들이 입원해 계십니다.

이 분들이 코로나에 감염된다면 중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실제로 현재 발생하고 있는 사망자의 4분의 3이 기저질환을 가지고 있는 분들 이었습니다.

게다가 요양원, 요양병원은 인력, 시설 상황도 좋지 않아 한 명의 의료진, 요양보호사가 많은 환자를 담당하고 있고 응급상황이 발생해도 적절히 대처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환자의 상태가 안좋아 지더라도 빠른 대처가 어려워 적절히 치료받지 못하고 사망하기도 합니다.

최근 환자, 의료진 가릴 것 없이 코로나 19 감염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고 한 병원은 전체의 80%가 코로나 확진이 되어 환자, 의료진이 다같이 코호트 격리에 들어가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코로나에 감염된 의료진이 코로나에 감염된 환자를 돌보고 있는 상황입니다.

적절한 치료를 받을 상급병상이 부족해 코로나에 감염된 환자를 이송하지도 못하고 요양병원에서 병상을 기다리다가 돌아가시는 너무나 익숙한 이 상황이 또 반복되고 있는 것입니다.

왜 대유행이 발생할 때 마다 취약계층, 노인, 아이들, 임산부와 같이 가장 의료적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피해를 감당해야 하나요?

그리고 이들을 두고 떠날 수 없는 의료진들이 언제까지 희생하며 이 피해를 막아내야 하나요?

정부에게 묻고 싶습니다. 코로나 2년동안 도대체 어떤 노력을 했습니까? 사람들이 계속해서 죽고 있는 동안 말입니다.

이번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처음 대구경북에서 이후 바이러스 변이가 계속되며 대유행은 반복됐고 많은 사람들이 그때마다 죽어야 했습니다.

변하지 않는 현실을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의료진들의 무력감, 소중한 사람을 잃은 유가족들의 슬픔과 분노는 보이지 않는 것입니까?

2년이라는 시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정부는 이제 사람이 죽어도 '기저질환' 때문이라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 안타까운 죽음이 반복되지 않도록 정부는 눈가리고 아웅하는 대책은 그만하고 제대로 된 대책을 지금이라도 시행하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발언6=추모와 애도가 필요한 이유 : 고운 (애도와 기억의 장, 서울인권영화제)

3월 21일, 중앙안전재난대책본부는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주간 평균 321.9명이라고 발표했다. 0.9만큼의 죽음이란 어떤 것일까. 2020년 2월 코로나19로 인한 첫 사망자가 발생한 이후로 지금까지 방역대책은 수도 없이 바뀌어왔으며 확진자와 위중증 환자, 사망자의 숫자가 실시간으로 띄워졌다. 그러나 지금까지 1만 명이 훨씬 넘는 이들을 떠나보내며 우리 사회는 온전한 추모와 애도를 다하지 못했다.

사망자가 발생하면 존엄한 죽음에 앞서 바이러스 전파 위험이 고려되어야 했다. 임종을 지킬 수도 없고 유품을 인도받을 수조차 없었다. 올해 1월까지만 해도, 적절한 장례 절차 이전에 먼저 시신을 화장해야만 했다. 시신은 누출 방지 비닐백에 넣어져 밀봉된다. 이 비닐백을 다시 시신백에 넣고, 시신백 외부를 표백제로 소독해야 한다. 당연히 고인에게 수의를 입힐 수도, 얼굴 한 번 마지막으로 쓰다듬을 수도 없다. 고인을 떠나보내 이미 비통한 마음이었을 유족은 코로나19 사망이라는 이유 아래 찍힌 낙인의 자국을 지우느라, 이미 포화상태인 화장터와 장례식장 사이를 헤매느라, 더 힘겨운 시간을 보내야만 한다.

‘엔데믹’ 선언에 대한 기대가 크다. 재난 상황 속에서 일상을 유예한 채 나의 이웃을 전파매개체로 보아야만 했던 나날을 끝내고 싶은 마음은 우리 모두 굴뚝같을 것이다. 방역 당국에서도 확진자 대비 사망자가 점점 줄어들고 있음을 강조하며, 지금 이 시기는 엔데믹을 위해 꼭 거쳐가야 할 단계라고 말한다. 매 브리핑마다 낮은 치명률을 강조한다. 지난달 김부겸 총리는 코로나19 사망자가 “7.8%에 불과”하다고 표현한 바 있다. 7.8%에 “불과”한 죽음이란 무엇일까. 고인을 기리고 기억하고 살아남은 이들과 애도의 마음을 나누지 않아도 된다는 것일까. 걱정해도 되지 않을 수치에 지나지 않는 죽음들이기에 말이다.

그러나 그 어떤 사람이든 존엄한 죽음을 맞이할 권리가 있으며, 우리 모두는 고인을 추모하고 애도하며 기억을 나눌 수 있어야 한다. 더군다나 국가와 사회의 책임이 명징하게 드러나는 감염병 상황에서 이 권리는 더욱이 지켜져야 한다. 온전한 추모와 애도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존중하지는 못할망정 확진 후 일주일이 지난 사망자는 코로나19 사망자에 포함시키지 않고 치명률을 낮추는 데만 급급하다면, 떠난 이를 기억하지 않고 다음 단계로 가는 것에만 급급하다면, 정부가 재난으로부터 지키고자 하는 사회는 과연 무엇인지 묻고 싶다.

보건복지부의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사망자 장례관리 지침’ 목적은 다음과 같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사망자에 대한 신속하고 원활한 시신처리 및 장례지원으로 감염 확산 방지 및 사회 불안 요인 차단.” 감염 확산만이 사회의 불안 요인이 아니다. 우리 곁을 떠난 이를 가슴 깊이 애도하며 추모의 마음을 나눌 수 없는 상황, 코로나19에 감염되어 세상을 떠난다면 존엄한 죽음을 맞이할 수 없을 것이라는 공포도 불안을 더한다. 정말 감염병과 공존하고자 한다면, 진정 ‘엔데믹’ 시대를 맞이하고자 한다면, 더 이상 죽음을 숫자로 치환하여 깎아내릴 게 아니라 유족이, 사회가 함께 온전한 추모와 애도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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