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동아제약이 간판 일반의약품(OTC)이자 블록버스터 여드름 흉터 치료제인 ‘노스카나겔’의 특허 방어를 포기했다.
본지 취재 결과, 특허심판원은 ‘노스카나겔’의 유일한 특허인 ‘흉터치료를 위한 국소용 약학적 조성물’ 특허에 대한 무효 심결을 최근 확정했다. 동아제약이 특허법원 항소를 포기한 결과다. 특허법원 항소, 대법원 상고 등 불복 절차가 아직 두 번이나 남은 상황에서 조기에 분쟁을 마무리한 것으로 미뤄 볼 때 회사 측은 승소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무효 심결 확정으로 ‘노스카나겔’의 특허는 처음부터 없었던 것이 됐다. 이에 따라 경쟁사들은 ‘노스카나겔’과 동일한 성분의 후속 제품을 개발해 판매하는 데 어떠한 제약도 받지 않게 됐다.
특허심판원에서 ‘노스카나겔’ 특허 무효 심결을 이끌어낸 주인공은 신신제약이다.
당초 신신제약은 ‘노스카나겔’의 특허를 무효화하는 것이 아닌 회피할 목적으로 지난 2019년 10월 동아제약을 상대로 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을 제기했다. 1심 격인 특허심판원은 신신제약의 손을 들어줬고, 이후 GC녹십자가 추가로 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을 청구하면서 이들 두 회사가 특허 회피 도전을 이어갔다. GC녹십자 역시 특허심판원으로부터 청구성립 심결을 받아냈다.
동아제약은 신신제약과 GC녹십자의 ‘노스카나겔’ 특허 회피를 인정한 특허심판원 심결에 불복, 곧바로 특허법원에 항소했다. 그러자 신신제약은 특허 회피에 그치지 않고 특허를 무효화하겠다며 지난해 12월 특허심판원에 아예 무효 심판을 추가로 청구했다.
동아제약이 자사 특허 침해를 주장할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전략인데, 그동안의 법적 분쟁 과정에서 ‘노스카나겔’ 특허의 무효 가능성을 엿본 것으로 풀이된다. 특허심판원은 특허 회피를 넘어 신신제약의 ‘노스카나겔’ 특허 무효 주장까지 받아들였다.
동아제약은 결국 ‘노스카나겔’ 특허를 포기했다. 무효 심판은 항소하지 않았고, 신신제약과 GC녹십자에 패소한 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은 특허법원에 항소 취하서를 제출했다.
그런데 신신제약은 소 취하에 동의한 GC녹십자와 달리 특허법원에 소 취하 부동의서를 제출했다. 특허 무효 분쟁이 진행 중인 만큼 이를 마무리한 뒤 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 항소심 취하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판단이었다.
신신제약은 법원으로부터 ‘노스카나겔’ 특허 무효 심결 확정 소식을 전달받은 뒤에야 동아제약의 소 취하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다만, 이미 소 취하 부동의서를 제출한 상황이어서 ‘쌍방 불출석’에 따른 자동 소 취하 방식을 선택했다.
‘쌍방 불출석’은 양쪽 당사자가 모두 기일에 출석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당사자 중 어느 한쪽 또는 양쪽 모두 참석했더라도 변론을 하지 않으면 출석하지 않은 것으로 본다. ‘쌍방 불출석’이 2회 이상 이어지면 법원은 당사자들의 소 진행 의지가 없다고 판단, 소를 취하한 것으로 간주한다.
동아제약과 신신제약의 항소심은 현재 ‘쌍방 불출석’이 2회 누적된 상태여서 조만간 자동으로 취하될 전망이다.
모든 제약사에 열린 ‘노스카나겔’ 시장
이번엔 신신제약이 특허 방어 나서
‘노스카나겔’의 특허 무효 소식은 관련 시장 진출을 노리던 경쟁사들에는 희소식이었다. ‘노스카나겔’은 매출이 100억 원을 훌쩍 넘는 데다, 짧은 기간 매출 성장을 이뤄낸 제품으로 시장 확대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이었다. 후속 제품을 출시하면 마케팅 전략에 따라 적지 않은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도 나왔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는 얼마 가지 못했다. 동아제약의 특허가 사라진 대신 신신제약의 특허가 새로이 자리를 잡은 것이다.
신신제약은 지난 6월 특허청으로부터 자사가 출원한 ‘흉터 예방 또는 치료를 위한 국소용 약학적 조성물’ 특허에 대해 등록 결정을 받았다.
이 특허는 동아제약 흉터치료제 ‘노스카나겔’의 특허와 유사하다. ‘노스카나겔’과 동일하게 헤파린, 덱스판테놀, 알란토인 등 3개 성분을 주성분으로 하는 약물에 관한 것으로, 실리콘 막을 형성하기 위해 실리콘오일을, 끈적임을 개선하기 위해 카보폴을 함유한 것까지 똑같다.
주성분의 함량이나 입자 크기, 제조 방법 등에서는 어느 정도 차이가 있지만, 전반적으로 청구항 구성이 유사하다는 점에서 신신제약이 일찌감치 ‘노스카나겔’ 시장을 겨냥해 특허 전략을 세웠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특히 신신제약은 해당 특허가 등록되자마자 같은 날 분할출원에 나섰다. 특허를 보호하기 위해 대표적인 특허 방어 수단인 에버그리닝 전략을 펼치는 것으로 해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신신제약이 처음 ‘노스카나겔’ 특허 무효 심판을 청구할 때는 ‘굳이 남 좋은 일을 왜 하는가’라는 시선이 있었다”며 “후발 제약사들의 시장 진입을 막을 수 있는 특허 방어 전략이 있었기 때문에 과감히 무효 심판에 나설 수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노스카나겔’의 명성과 동아제약의 영업력을 감안하면, 후발주자인 신신제약과 GC녹십자가 그 자리를 얼마나 파고들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