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리리카’ 통증 특허 무효 심판 9년 만에 뒤집혔다
[단독] ‘리리카’ 통증 특허 무효 심판 9년 만에 뒤집혔다
특허심판원, 1년 5개월 심리 끝 특허 명세서 기재불비 인정

해당 특허침해 이유로 손해 배상한 국내 제약사 10여 곳

심결 확정시 후속 법적분쟁 예상 … 화이자 적극 방어 전망
  • 이순호
  • admin@hkn24.com
  • 승인 2021.09.26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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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K이노엔 본사 전경
HK이노엔 본사 전경

[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화이자의 블록버스터 약물 ‘리리카’(프레가발린)의 통증 적응증 특허 무효 심판 결과가 9년 만에 뒤집혔다. 국내 제약사들은 해당 특허를 무효화시키기 위해 대법원까지 올라가 다퉜으나 고배를 마신 바 있다. 그런데, 이 중 한 회사가 끈질기게 법정 다툼을 이어온 끝에 결국 무효 심결을 이끌어 냈다.

‘리리카’의 통증 적응증 특허는 이미 기간이 만료돼 소멸된 상태다. 그러나, 특허 존속 당시 오리지널사인 화이자는 이 특허에 근거, 제네릭을 출시한 국내 제약사들에 손해배상을 청구해 승소했다. 당시 손해배상 청구 대상이 된 국내 제약사는 10여 곳에 이른다.

이런 가운데, 손해배상 판결의 근거가 되는 특허가 무효라는 심결이 나오면서 후속 법적 분쟁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특허심판원은 최근 HK이노엔이 제기한 ‘통증 치료용 이소부틸가바 및 그의 유도체’ 특허 무효 심판에서 청구성립 심결을 내렸다. 당초 중복된 심판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청구를 각하했으나, 특허법원과 대법원이 이와 배치되는 판결을 내놓자 심판을 다시 진행해 무효를 인정한 것이다.

HK이노엔의 ‘리리카’ 통증 적응증 특허 무효 심판의 시작은 지난 2011년 시작됐다.

화이자‘리리카’(프레가발린)
화이자‘리리카’(프레가발린)

‘리리카’의 적응증은 ▲성인에서 말초와 중추 신경병증성 통증 치료 ▲간질 ▲섬유근육통 치료 등 세 가지인데, 신경병증성 통증 환자에 대한 처방이 90% 이상을 차지한다. 이 때문에 국내 제약사들은 2011년부터 관련 특허(통증 치료용 이소부틸가바 및 그의 유도체) 무효화 도전에 나섰다.

당시 특허 무효 심판을 청구한 제약사는 CJ제일제당(현 HK이노엔)을 비롯해 한미약품, 동아제약, 유한양행, 한국유나이티드제약, 종근당, 동국제약, 삼진제약, 한국비엠아이, 삼일제약, 비씨월드제약 등 모두 11곳에 달한다.

이들 제약사는 ‘리리카’의 통증 적응증 특허가 명세서 기재 불비, 진보성 흠결 등을 이유로 무효화돼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특허심판원은 1년 뒤인 2012년 국내 제약사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이에 불복한 국내 제약사들은 특허법원에 항소했으나, 특허법원은 이를 기각했고 대법원 역시 화이자의 손을 들어줬다.

화이자는 특허 소송이 자사의 승리로 끝나자 국내 제약사들을 상대로 특허권침해 금지 및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 역시 화이자의 승소로 끝이 났다. 사실상 ‘리리카’ 통증 적응증과 관련한 모든 소송이 국내 제약사의 패소로 마무리되던 상황에서 HK이노엔이 유일하게 다시 특허 무효화 도전에 나섰다.

HK이노엔은 대법원에서 기존 ‘리리카’ 특허 무효 심판의 상고심이 진행되던 도중 특허심판원에 추가로 새로운 무효 심판을 청구했다. 당초 모든 특허 청구항이 무효라고 주장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핵심 청구항 3개만을 골라 명세서 기재불비에 따른 무효를 주장했다.

특허심판원은 이번에도 HK이노엔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명세서 기재불비 사안은 앞서 진행한 심판 및 소송에서 이미 다룬 내용인 만큼 중복 심판 청구에 해당한다는 화이자 측의 주장을 수용한 것이다.

그러나, 특허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HK이노엔의 새로운 무효 심판 청구가 중복 청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화이자가 이에 불복해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특허법원의 판결에 문제가 없다며 상고를 기각하고 특허심판원에 심판을 다시 진행하라는 취지로 사건을 환송했다.

사건이 특허심판원으로 되돌아왔지만, 심판부가 ‘리리카’의 통증 적응증 특허가 명세서 기재불비로 무효라는 HK이노엔의 주장을 받아들일지는 여전히 미지수였다. 앞선 심판과 소송에서는 명세서 기재불비가 인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허심판원은 약 1년 5개월 동안 심리를 진행한 끝에 앞선 기존 심결을 뒤집고 ‘리리카’ 통증 적응증 특허의 명세서 기재불비를 인정했다. 심결문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나, HK이노엔이 핵심 청구항에 대해서만 무효를 주장한 것이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심결이 확정될 경우, ‘리리카’ 통증 적응증 특허는 처음부터 없었던 것이 된다. 이때는 해당 적응증으로 ‘리리카’ 제네릭을 판매했다는 이유로 화이자에 손해배상을 했던 국내 제약사들이 법적 분쟁에 돌입할 수 있다”며 “따라서, 화이자는 특허법원에 항소해 적극적으로 방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도 소송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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