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사르탄 행정처분 과했나 … 法, 연이어 제약사 ‘손’
발사르탄 행정처분 과했나 … 法, 연이어 제약사 ‘손’
대봉엘에스, ‘품목 제조업무정지처분 취소’의 소 항소심도 승소

변론기일 단 한 차례 진행 후 판결선고 … 궁지 몰린 식약처

“대법원서 뒤집기도 장담 못 해 … 심리불속행 기각 가능성도”
  • 이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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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9.23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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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법원이 발암 추정물질이 함유된 발사르탄 원료를 공급한 제약사에 대한 뒤늦은 행정처분은 부당하다는 판결을 연이어 내놓았다. 이미 잠정처분을 받은 회사에 또다시 행정처분을 내리는 것은 가혹한 처사라는 결론이다.

수원고등법원 제1행정부는 대봉엘에스가 제기한 ‘품목 제조업무정지처분 취소’의 소 1심(수원지방법원)에서 패소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이에 불복해 제기한 항소를 최근 기각했다.

판결문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나, 보통 수차례, 많게는 수십 차례 진행되는 변론기일이 단 한 번만 열린 뒤 곧바로 판결이 선고된 것을 고려하면, 수원고등법원 재판부는 1심 판결에 문제가 없으며 항소심에서 다툴 만한 새로운 쟁점도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업계는 식약처가 이번 항소심에도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식약처가 먼저 소를 포기한 경우가 많지 않은 데다, 패소를 인정하면 유사한 사례를 겪은 제약사들이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며 추가로 소를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식약처의 승소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제약사 관계자는 “1심도 변론기일이 두 차례밖에 열리지 않았는데, 2심에서는 이보다도 적은 한 번의 변론기일로 판결에 도달했다”며 “그만큼 1·2심 재판부가 판결에 확신이 있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1·2심이 빠르게 끝난 만큼, 대법원에서도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며 “심리불속행기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심리불속행 기각은 원심 판결에 법 위반 등의 사유가 없다고 판단될 경우 법원이 심리 없이 소를 기각하는 제도다. 이번 소송은 대봉엘에스가 자사의 발사르탄(원료) 품목에 대해 내려진 6개월 제조업무정지처분이 부당하다며 제기한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2018년 중국 제지앙화하이(Zhejiang Huahai)가 제조한 발사르탄 원료에서 NDMA가 검출돼 논란이 커지자 국내 유통되는 발사르탄 완제품과 원료에 대해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대봉엘에스의 발사르탄 원료에서 NDMA가 검출됐고, 식약처는 같은 해 8월 6일 해당 품목의 제조와 판매를 잠정 중지시켰다. 이 조치는 9개월이 지난 뒤인 이듬해 2019년 5월 2일에야 해제됐다.

이로부터 약 5개월 뒤인 2019년 9월 30일, 식약처는 NDMA를 함유한 의약품을 제조·판매했다는 이유로 대봉엘에스에 추가로 발사르탄 품목 6개월 제조업무정지처분을 내렸다.

대봉엘에스는 식약처의 이 같은 행정처분에는 법적 근거가 없을 뿐 아니라 재량권의 일탈 및 남용이라고 주장했다. 당시에는 NDMA와 관련한 행정처분 기준이 없던 상태로 발사르탄 사태 이후 만들어진 ‘사후적’ 기준을 적용해 행정처분을 강행했다는 것이다.

1심인 수원지방법원은 식약처의 행정처분에 법적 근거가 없다는 대봉엘에스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해당 행정처분이 재량권의 일탈과 남용에는 해당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NDMA가 검출된 발사르탄은 비록 식약처가 기준을 설정하기 전에 제조된 것이라고 하더라도 약사법에서 정한 ‘국민보건에 위해를 주었거나 줄 염려가 있는 의약품’에 해당한다”며 “이에 해당하는 경우 행정처분 기준을 명시적·직접적으로 정한 부분은 없지만, 그 위반의 정도를 판단함에 있어 행정청에 재량권이 부여돼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행정처분에 법령 적용의 잘못은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대봉엘에스는 이미 2018년 8월 6일부터 2019년 5월 1일까지 (발사르탄의 제조가) 잠정 중지됐는데, 이는 식약처가 이후 내린 6개월 제조업무정지처분 기간보다 길다”며 “회사 측은 행정처분 사유 발생 이후 재발 방지를 위한 공정 검증 및 DMF 변경을 완료해 NDMA가 검출될 위험성은 상당 부분 제거됐고, 과거 생산한 발사르탄은 이미 회수됐거나 판매가 중지돼 더 이상 유통될 위험은 없어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어 “당시에는 NDMA 허용기준이 없었고, 식약처는 발사르탄 사태 이후 조사를 거쳐 관련 기준을 설정하고 관리하게 됐다”며 “약사법 위반 경위, 위반 사실 발생 당시의 법적 기준, 대봉엘에스가 잠정 (제조 및 판매업무 정지) 처분으로 받은 사실상 제재의 정도, 대봉엘에스의 잠정조치 준수와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6개월 제조업무정지처분으로 인해 대봉엘에스가 입게 될 불이익은 행정처분으로 달성하려는 국민 보건 향상이라는 목적을 감안하더라도 과중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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