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바이오의약품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전쟁과 감염병이 현대 의학과 의약품 산업의 발전을 이끈 것은 대표적인 아이러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역시 어김없이 의약품 산업을 한 층 더 발전시켰다. 특히 바이오의약품 분야의 발전이 급속도로 이어지고 있는데, 코로나19 메신저RNA(mRNA) 백신이 이를 주도하고 있다.
mRNA 백신은 몸속에 바이러스 설계도를 넣어 체내에서 자체적으로 바이러스 단백질을 생성,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방식의 백신이다. mRNA가 그 설계도 역할을 하는데, 단백질 생산 공장인 리보솜이라는 세포 소기관이 mRNA의 유전정보를 읽어서 코로나바이러스 단백질을 만들어낸다.
바이러스 단백질의 유전정보가 새겨진 mRNA만 투약하면 되므로 기존 방식처럼 외부에서 재조합 방식을 통해 바이러스 단백질을 따로 만들 필요가 없다. 따라서 감염병 창궐 시 기존 백신보다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이번 코로나19 상황에서도 mRNA 백신이 가장 먼저 만들어져 보급이 이뤄졌다.
그런데, 이러한 장점에도 mRNA 백신이 상용화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독일의 바이오 기업인 바이오엔테크(화이자 공동개발)가 최초, 미국의 바이오 기업 모더나가 두 번째로 개발에 성공했다.
mRNA 백신이 연구되기 시작한 것은 10년 안팎으로 역사가 길지 않다. 개발사례도 그리 많지 않아서 장기 안전성에 대해서는 아직 검증이 부족한 상황이다. 특히 설계도인 mRNA에 잘못된 유전정보가 새겨졌을 때는 돌연변이 단백질이 생성돼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알 수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럼에도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mRNA 백신 접종은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그만큼 상황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이 백신에 관한 연구가 부족했던 만큼 각국 정부와 제약사들은 mRNA 백신 접종을 서두르면서 후속 연구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최근 국내 mRNA 백신 개발 기업들의 의약품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mRNA 백신 특허분석 정보를 공개했다. 이 보고서에는 mRNA 백신과 관련된 플랫폼 기술과 회사별 특허를 종합 분석해 도출된 691건의 특허가 담겨 있다.
특히 연구자들이 mRNA 백신 관련 특허정보를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연구자 시각에서 기술별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놨다. 향후 기업과 연구소에서 mRNA 백신을 개발할 때 중요 참고 자료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는 또 한국제약바이오협회와 국산 mRNA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목표로 K-mRNA 컨소시엄을 출범했다. 한미약품, 에스티팜, GC녹십자, 동아에스티, 이셀 등 5개 제약·바이오 기업이 참여한 이 컨소시엄은 현재 mRNA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인 ‘STP2104’을 개발 중이다. 올해 안으로 임상1상에 진입, 내년 상반기 조건부 허가에 이어 상용화하는 것이 목표다.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와 백신안전기술지원센터(백신센터)도 15일 ‘백신안전기술지원센터 인프라 활용 mRNA 바이오벤처 컨소시엄’을 출범한다. 이 컨소시엄에는 국내 바이오벤처 큐라티스, 아이진, 진원생명과학과 백신 생산업체인 보령바이오파마가 참여한다.
이들 4개 기업은 컨소시엄을 통해 공공 인프라를 활용하고 바이오벤처 간 기술협력 등을 통한 mRNA 백신 개발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mRNA 기술, 항암제로 확대
인도선 DNA 백신도 등장
mRNA 기술은 예방백신에 국한하지 않는다. 최근에는 항암제 개발 분야에서도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해외의 경우, 모더나는 머크와, 큐어백·바이오엔테크는 로슈·제넨텍과 힘을 합쳐 고형암을 대상으로 mRNA 항암백신과 면역항암제의 병용 임상연구를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는 에스티팜과 테라젠바이오가 신항원(Neo-antigen) mRNA 항암백신의 공동 연구 개발 및 CDMO(위탁개발생산) 협력에 나섰다.
테라젠바이오는 인공지능(AI) 유전자 서열분석을 통한 신항원 예측법으로 mRNA 항암백신 후보물질을 도출하고, 에스티팜은 mRNA 개발에 핵심적인 5프라임-캡핑(5’-Capping) 및 지질나노입자(LNP) 전달 플랫폼을 제공할 예정이다. 임상부터 상업화 이후 mRNA-LNP 백신 원액의 CDMO는 에스티팜이 맡는다.
신항원 mRNA 항암백신의 원리는 암 환자로부터 추출한 암세포 유전자의 주요 변이와 특성을 분석해 최적화된 신항원을 예측한다. 이후 신항원을 만들어내는 mRNA를 암 환자에게 투여, 암세포에만 특이적으로 반응하는 면역반응을 유도해 암을 치료하는 방식이다.
최근에는 mRNA를 넘어 DNA를 이용한 백신도 등장했다. 인도 제약사인 지두스 카딜라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ZyCoV-D’이 그 주인공이다. 최근 인도 정부로부터 긴급사용승인을 받아 세계에서 처음으로 상용화된 DNA 백신이 됐다.
국내에서도 제넥신, 진원생명과학 등이 코로나19 DNA 백신을 개발 중인데, 전 세계적으로 백신 접종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어 임상 피험자 모집과 대조 백신 확보 등에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항체치료제 제형 변경 촉진
셀트리온, 흡입형 ‘렉키로나’ 개발 중
코로나19는 항체치료제의 제형 변경도 촉진하고 있다. 현재 상용화된 항체치료제는 모두 주사제다. 이는 코로나19 치료제도 마찬가지여서, 환자들은 최소 60분 이상 정맥투여를 해야 한다.
현재로서는 사실상 유일한 치료 방식인데도 상대적으로 낮은 편의성과 접근성 때문에 아직 개발이 진행 중인 경구제와 비교당하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코로나19 항체치료제를 보유한 제약사들은 제형 변경을 시도하고 있다. 항체치료제 ‘렉키로나’(레그단비맙)를 자체 개발한 국내 기업 셀트리온도 흡입형 제형 개발에 나섰다.
이 회사는 지난달 호주 TGA(Therapeutic Goods Administration)로부터 ‘렉키로나’ 흡입제형에 대한 임상1상 시험계획(IND)을 승인받았다.
이번 임상1상은 셀트리온과 계약을 체결하고 흡입형 ‘렉키로나’를 개발하고 있는 미국 바이오기업 인할론 바이오파마(Inhalon Biopharma)가 건강한 피험자 2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다. 인할론은 임상1상을 마친 뒤 연내 임상2상을 개시해 흡입형 ‘렉키로나’의 유효성을 평가하겠다는 계획이다.
셀트리온과 인할론은 지난해 7월부터 흡입형 ‘렉키로나’의 개발을 논의해왔다. 양사는 흡입형 약물의 호흡기 전달 여부가 약물 입자 크기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에 중점을 두고 연구를 진행, 흡입기를 통해 발생한 ‘렉키로나’의 에어로졸 입자 크기가 호흡기 전달에 적합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흡입형 ‘렉키로나’는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된 기도 점막에 항체를 전달하는 방식의 치료제다. 호흡기를 통해 폐에 약물을 직접 전달하는 만큼, 항체치료제에 대한 환자들의 접근성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셀트리온은 기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의약품이 코로나19 방역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만큼 관련 분야에 대한 투자가 더욱 강화될 것은 분명하다“며 “전 세계 제약사들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할 것이다. 앞으로 의약품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