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임도이] 보건복지부가 지난 3일 입법 예고한 ‘전문간호사 자격인정 등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두고 의료계내에서 직역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의사들은 적극 반대, 간호사들은 적극 찬성이다. 양측은 보건복지부 정부 세종청사 앞에서 연일 1인 릴레이 시위를 이어가며 대 복지부 압박과 함께 여론전을 펴고 있다. 일각에서는 양 직역간 밥그릇 싸움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의사 “전문간호사 자격인정 절대 불가”
의료계는 8월 31일부터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앞에서 1인시위를 펼치며, 전문간호사 자격인정 제도의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전문간호사 업무범위 확대가 이뤄지면 의사 고유의 의료행위까지 침범해 진료 현장에 혼란을 야기하고 이로 인해 환자 생명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펴며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7일부터 9일까지 1인시위에 참여한 박종혁 의협 의무이사는 “시급히 처리해야 할 의협 회무가 산적함에도 불구하고 이번 개정안이 초래할 문제가 우려스러워 3일째 1인시위를 이어가고 있다”며, “이번 개정안은 불법 무면허 의료행위를 조장하고 의료체계를 무너뜨릴 가능성이 매우 크다. 보건복지부는 의사들의 외침에 응답하라”고 촉구했다.
2일과 8일 1인시위에 나선 김경화 의협 기획이사는 “한의사는 주사, 처치 등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 그런데 이번 개정안은 한의사가 전문간호사를 지도하여 주사, 처치도 할 수 있도록 해 기존 보건의료체계에 혼선을 주고 있다”며, 개정안의 부적절함을 지적했다.
8일 1인 시위에 나선 박명하 의협 부회장(서울시의사회 회장)은 “‘진료의 보조’를 ‘진료에 필요한 업무’로 변경하는 등 개정안이 법령 체계에서 규정한 면허범위를 임의로 확대했다”며, “이는 보건복지부의 권한 남용”이라고 비판했다.
개정안에 대한 의사들의 반발은 시도의사회와 일선 의사사회로도 이어지고 있다.
어성훈 충청북도의사회 총무이사는 “개정안이 전문간호사의 업무범위를 포괄적으로 규정함으로서 의사의 면허범위를 침범하게 될 것”이라고 했고, 경상북도의사회 이우석 회장은 “전문간호사 업무범위를 애매모호하게 규정하여 현행 면허체계를 왜곡시키는 개정안”이라고 날을 세웠다.
대한마취통증의학회 전공의들도 9일 발표한 성명에서 “마취는 고도의 전문 지식과 기술을 요하는 고위험 의료행위로 전문간호사가 단독으로 시행할 수 없다”며 개정안 철회를 요구했다.
개정안에 대한 의사들의 반발이 심상치 않은 상황으로 치닫자, 그동안 전문간호사제 도입을 추진해왔던 간호사들도 개정안이 자칫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속에 개정안 사수를 위한 총력 방어전에 나서고 있다.
간호사 “전문간호사 자격인정 반드시 관철해야”
지난 3일부터 계속되고 있는 복지부 앞 맞불 1인 시위에 7일째 참여하고 있는 충청남도간사회는 “복지부가 ‘의사의 지도, 지도에 따른 처방 하에 진료에 필요한 업무’를 하도록 한 법 개정안 내용 중 ‘진료에 필요한 업무’만을 인용해 마치 전문간호사가 의사의 면허 범위를 넘어 불법의료행위를 하는 것으로 호도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며 의사협회를 비판했다.
충남간호사회는 이번 개정안과 관련, “‘진료에 필요한 업무’에 대해 ‘의사의 지도 하에’ 시행 가능한 진료 관련 행위로 ‘진료 보조’와 같은 의미를 갖는 것이지, 간호사들에게 단독 진료를 할 수 있게 바꾼 것은 아니다”며 전문간호사 자격인정법의 조속한 시행을 촉구했다.
지난 3일부터 시작된 간호계의 1인 시위에는 첫 주자로 대한간호협회 곽월희 제1부회장과 조문숙 병원간호사회장이 나섰고, 신경림 회장과 서순림 대의원회 의장도 동참했다. 이어 간협 산하단체인 보건간호사회, 병원간호사회, 마취간호사회, 산업간호사회, 가정간호사회, 정신간호사회, 노인간호사회, 한국호스피스간호사회, 대한감염관리간호사회 등 전문간호사 관련 단체의 참여와 지지가 잇따르고 있다.
대한간호협회 정신간호사회도 10일 성명에서 “‘전문간호사 자격인정 규칙 개정령안’ 입법예고는 전문간호사의 업무범위 규정을 통해 간호사가 할 일을 명확히 다루는 것”이라며 “의협이 불법의료행위를 조장한다는 자의적이고 시대착오적인 주장을 하며, 의료현장에서 자행되고 있는 불법진료행위에 대한 책임을 정부와 간호사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신간호사회는 그러면서 “의사의 지도하에 일하는 간호사가 왜 단독의료행위의 근거가 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의협이 엉뚱한 논리로 국민들에게 불안과 혼란을 조장하고 개정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고 일갈했다.
“美, 의사 지도아래 이뤄지는 전문간호사 행위 불법 아냐”
한편, 미국 가정전문간호사인 강선화 재외한인간호사회 총회장은 지난 8일 대한간호협회를 방문해 “미국에서 의사의 지도아래 이뤄지는 전문간호사의 행위는 불법이 아니다”라며 전문간호사 자격인정법에 반대하는 대한의사협회에 일침을 가했다.
강 총회장은 이날 간호사TV와 가진 인터뷰에서 “의사의 지도아래 전문간호사가 진료에 필요한 업무를 하는 것은 불법의료행위가 아니다. 또한 의사의 처방에 따라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다만 의사의 지도를 따르지 않고 전문간호사가 자기 행동을 했다면 이것이 불법이다”라고 말했다.
강선화 총회장은 지난 2일 고흥 소록도에서 한센인을 위해 43년여간 봉사한 마리안느·마가렛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정한 제1회 ‘마리안느·마가렛 봉사대상’ 간호부문 수상자로 선정돼 시상식 참석을 위해 방한했다.
강 회장은 16세때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로 건너가 대학에서 간호학 공부를 한 뒤 일반 간호사를 거쳐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고, 2001년부터 가정전문간호사로 활동했다.
강 회장은 “한국에서 입법예고된 ‘전문간호사 자격인정 등에 관한 규칙’에 대해 의사의 면허를 침범해 불법의료행위를 조장한다는 의협의 주장에 전혀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강 회장은 그러면서 “미국은 주마다 전문간호사의 업무에 차이가 있다. 의사의 지도아래 환자를 케어하는 경우도 있고, 주의 간호법에 의거해 전문간호사 단독으로 처방을 내는 경우도 있다. 무엇보다 ‘의사의 지도아래’라는 전제조건 하에서 행해지는 전문간호사의 업무는 불법이 아니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히 강 회장은 “한국에서 의사와 간호사의 관계가 상하-수직적이라면 미국은 지시하고 아래로 쳐다보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존중하며 협업한다. 협업을 통해 좋은 결과를 얻으려고 노력하는 관계”라고 설명했다.
강 회장은 한국에서도 미국처럼 남을 위해 헌신하고 봉사하는 간호사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으면 좋겠다는 소망도 밝혔다.
강 회장은 “미국 사회에서 간호사는 소방관과 함께 존경받는 직업으로 꼽힌다. 일반 신규간호사의 연봉은 6000~7000만 원, 전문간호사의 경우에는 1억~1억 3000만 원을 받는다”며 간호사의 위상을 소개했다.
강 회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전문간호사의 전문성을 인정하고 존중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전문간호사 제도가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간호법이라는 큰 틀이 있어야 한다”며 최근 공청회를 거친 간호법의 국회 통과 필요성도 역설했다.
서로 ㅠㅠ 으르렁거리지 마시고.
ㅎ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