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 2위’에서 최대주주 구속까지 … 신라젠의 몰락사
‘시총 2위’에서 최대주주 구속까지 … 신라젠의 몰락사
‘꿈의 항암제’ 펙사벡 기대감에 코스닥 시총 2위

미국 임상 중단 권고 이후 경영진 비리 드러나

상장 폐지 위기 넘기고 회생 시도 중
  • 정우성
  • admin@hkn24.com
  • 승인 2021.08.31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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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젠 CI
신라젠 CI

[헬스코리아뉴스 / 정우성] 삼국시대 신라 귀족들은 온천욕으로 천연두를 다스렸다. 신라 51대 진성여왕은 어릴 적 천연두를 앓았는데 지금의 해운대인 구남 온천에서 온천욕을 한 뒤 나았다는 기록도 있다.

여기서 신라와 천연두 백신(우두법)을 처음 발견한 에드워드 제너(Edward Jenner) 박사의 이름을 합쳐 신라젠이라는 사명이 지어졌다. 바이러스를 통해 항암제를 개발하는 회사의 정체성을 드러낸 것이다.

항암제 펙사백(JX-594)은 미국 토머스 제퍼슨 대학교 연구실에서 개발됐다. 악성 흑색종 환자들을 대상으로 첫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펙사백의 가능성을 알아본 제네렉스(Jennerex)가 펙사백의 라이선스를 인수하여 1상 2상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2014년 3월 제네렉스를 인수한 때부터, 신라젠의 사실상 거의 유일한 파이프라인(신약 프로젝트)은 펙사벡이었다.

부산대 치의과대학 교수 출신인 문은상 대표는 “러시아 모스크바 제1 의과대학 재학 당시 바이러스를 활용한 면역요법과 항암 바이러스 관련 논문을 접한 뒤 펙사벡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됐다”고 했다. 이후 문은상 교수는 임상시험수탁기관(CRO)으로서 부산대와 인연이 있었던 신라젠에 투자를 늘리면서 최대주주 자리에 오른다.

 

문은상 대표(사진 가운데)가 2016년 상장 기념식에 참석했다. [사진=한국거래소]
문은상 대표(사진 가운데)가 2016년 상장 기념식에 참석했다. [사진=한국거래소]

 

꿈의 항암제 ‘펙사벡’ 기대감에 코스닥 시총 2위로

신라젠은 2016년 코스닥에 상장하면서 시장의 주목을 한몸에 받았다. 기술특례 상장이란 방식을 통해 매출 실적이 거의 없음에도 상장 과정에서 1500억 원을 조달했다. 기술 특례 상장은 기술력을 가진 기업에 대해 상장 절차를 완화해주는 것이다.

당시 신라젠은 펙사벡 관련 특허 등록을 확보했고, 외부 기관 평가에서 기술성 평가 AA등급을 획득했다. 상장 이후에는 간암(HCC) 3상 임상시험을 시작했다. 투자자들은 펙사벡이 ‘꿈의 항암제’라며 열광했다.

펙사벡은 종양세포에 침투해 증식해서 이 세포를 터뜨리고 주변 면역세포의 활성도는 높이는 기전의 약물이다.

2016년 12월 상장 당시 1만 3500원이었던 주가는 2017년 11월 종가 기준 13만 1000원(장중 기록은 15만 2300원)까지 올랐다. 상장한지 1년도 되지 않아 10배 이상 오른 것이다.

하지만 헛된 꿈이었을까. 당시 코스닥에 있었던 셀트리온에 이어 시가총액 2위까지 올랐지만 이내 몰락하고 말았다.

 

신라젠 주가 흐름 [자료=네이버 증권]
신라젠 주가 흐름 [자료=네이버 증권]

 

美 당국, 펙사벡 임상 중단 권고

2019년 8월 신라젠 주주들에게는 충격적인 소식이 날아든다. 미국 내 임상을 관리하는 독립적인 데이터 모니터링 위원회(Independent Data Monitoring Commitee, DMC)가 펙사벡의 임상 3상 중단을 권고한 것이다. 신라젠이 이 사실을 공시하자 주가는 하한가까지 떨어졌다.

위원회는 글로벌 임상 3상의 유효성 및 안전성을 중간 평가하는 단계인 무용성 평가에서 펙사벡이 치료제로서의 가치가 있는지를 평가했는데 그 결과가 좋지 않았던 것이다.

이후 주주들은 문은상 당시 대표가 이 정보를 사전에 알고 주식을 팔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한국거래소는 신라젠의 상장 폐지 여부를 검토하겠다면서 거래를 정지시켜놓은 상태다.

 

펙사벡 작용 기전 모식도 [자료=신라젠]
펙사벡 작용 기전 모식도 [자료=신라젠]

 

문은상, 페이퍼컴퍼니로 지분 늘리고 … 임상 중단 권고 공시 전에 주식 팔고 

문 전 대표가 신라젠 최대주주이자 대표로 재직하면서 저지른 경제 범죄는 이외에도 다양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4부(부장판사 김동현)는 30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문 전 대표에게 징역 5년에 벌금 350억 원을 선고했다. 문 전 대표와 함께 기소된 피고인들도 각각 2년 6월∼3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구속 중 보석으로 나와 있던 문 전 대표는 이날 다시 법정 구속됐다.

문 전 대표는 ‘자금 돌리기’ 수법을 이용했다. 페이퍼컴퍼니 ‘크레스트파트너’도 등장한다. DB금융투자에서 350억 원을 빌린 페이퍼컴퍼니는 이 돈으로 문 대표 등이 가진 신라젠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인수한다.

BW는 채권이지만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다. 페이퍼컴퍼니는 그렇게 1000만 주 가량 신주인수권을 확보해 부당이득 1918억 원을 벌어들인다. 그런 다음 신라젠에서 빌린 돈으로 DB금융투자에서 빌린 350억 원을 갚은 것이다.

당시 문 대표는 최대주주로서 이 같은 활동 전면에 드러날 수 없으니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활동을 숨기고, 그 페이퍼컴퍼니에 부여한 혜택을 차지한 것이다.

문 전 대표 일당은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해 사실상 자신들의 지분을 늘려 회사에 피해를 준 것이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신라젠 대표이사이자 대주주로서 ‘자금 돌리기’ 방식에 의한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을 주도함으로써 신라젠과 시장에 심각한 피해와 혼란을 야기했다”고 밝혔다.

문 대표는 신라젠이 관계사에 지급해야할 특허 대금을 29억 3000만 원가량 부풀려 지급한 혐의, 지인 5명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하고 매각이익 중 38억 원 가량을 돌려받은 혐의 등도 받고 있다.

신라젠 문은상 전 대표
신라젠 문은상 전 대표

신라젠,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한편 신라젠은 새 최대주주를 맞아 거래정지에서 벗어나고 상장 폐지 위기를 모면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우선 과거 경영진의 범죄, 회사 내 자금 문제 등이 상장 폐지 원인이 됐으므로 경영진 교체와 자금 확충으로 상당 부분 문제가 해결됐다는 입장이다. 

신라젠 김상원 신임 대표는 이달 23일 임시주주총회를 마치고 “저희 신라젠 구성원 모두는 당사의 최우선 과제인 거래 재개를 우선적으로 추진하고, 아울러 현재 진행 중인 임상과 차세대 항암 바이러스 플랫폼 SJ-600 및 향후 도입될 신규 파이프라인 확보 등을 차질 없이 진행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신라젠은 펙사벡을 이용하여 간암, 창자암, 신세포암종, 고형암에 대해 여러 해외 제약사 및 정부기관들과 협력하여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관련 기사=경영 정상화 시도하는 신라젠 … 전 직원 스톡옵션 잡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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