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박민주] 가계 재정 곤란이 커질수록 자살에 대한 생각이 커지고, 특히 65세 이상 남성에서 이같은 현상이 더욱 두드러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기명 교수 연구팀은 지난 1년 동안 경제적 곤란으로 △전·월세 미납 또는 강제퇴거 △공과금 미납 △겨울철 난방 사용 불가 △건강보험료 미납 또는 보험 급여 자격 상실 △가구원 중 신용불량자 존재 △의료서비스 이용 어려움 △균형 잡힌 식사의 어려움 이상 등 7가지 요소 중에서 한 가지 이상을 경험했다면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가정하고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가계 재정의 어려움이 커질수록 자살 생각이 강해지는 것이 전 연령층에서 확인됐으며, 이는 특히 65세 이상 남성에서 더욱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정적 어려움 요소 3가지 이상을 겪은 경우의 20.2%가 자살 생각을 했으며, 이에 비해 재정적 어려움이 없는 청장년층(20~49세)에서 자살 생각을 한 경우는 1.2%에 그쳐 극명한 대조를 보였다.
65세 이상의 경우를 살펴보면, 재정적 어려움 요소가 한 가지씩 증가할 때마다 여성은 23%, 남성은 39%씩 자살 생각이 증가했다. 65세 이상 남성에서 재정적 어려움 요소를 3가지 이상 겪은 경우 자살 생각이 3배 증가했으며, 2년 연속 재정적 어려움을 겪으면 자살 생각이 4.2배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우울증 소견이 있는 경우 자살 생각이 2.9배 증가하는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자살은 자살 생각, 우울증 등 정신·심리적 과정을 거치지만, 물질적인 구조에 의해서도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시사한다"며 "아울러 자살 생각이 자살 자체를 의미하지는 않지만 자살의 선행요인이며, 자살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높기 때문에 그 의미가 크다"고 연구 의의를 밝혔다.
연구책임자 기명 교수는 "이번 연구는 경제적 요인도 자살에 영향을 끼칠 수 있어 보건의료 정책 또한 사회경제적 접근을 병행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며 "재정적 어려움으로 인한 자살 예방 정책 마련에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정신의학 분야 국제학술지인 'Journal of Affective Disorder(Impact Factor=4.8)' 최신 호에 '경제적 어려움과 자살 생각: 연령 및 성별 차이(Financial hardship and suicide ideation: age and gender difference in a Korean panel study)'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