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제약 對 메디톡스, ITC 끝나자 국내 소송 급물살
대웅제약 對 메디톡스, ITC 끝나자 국내 소송 급물살
새로운 감정 절차 돌입 … 양사, 감정 내용 ‘함구’

염기서열 분석 추정 … 2019년 자료 제출 명령받아

증인 신청도 역대급 … 해외 석학 한자리에

대웅제약은 ‘바트 와이머’ 메디톡스는 ‘폴 카임’
  • 이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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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8.17 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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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제약 메디톡스
대웅제약 메디톡스

[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대웅제약과 메디톡스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 벌이던 소송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가자, 국내 민사 소송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국내 민사 소송은 양사가 보툴리눔 균주 출처와 관련해 벌인 다수 법정 다툼 중 가장 핵심 소송으로 꼽히지만, 미국 ITC 소송에 우선순위가 밀리면서 그동안 집중도가 다소 떨어졌다. 그러나, 대웅제약과 메디톡스가 국내 소송에 집중하기 시작하면서 다시 관심을 끌고 있다.

대웅제약과 메디톡스의 민사 소송을 담당하는 서울중앙지방법원 제61민사부는 최근 감정기일을 열었다. 이번 감정 절차는 양사 간 민사 소송에서 두 번째로 진행되는 것이다.

감정은 법관의 판단능력을 보충하기 위해 전문적 지식과 경험을 가진 사람에게 법규나 경험칙을 보고하게 하거나 구체적 사실판단을 하여 법원에 보고하게 하는 증거조사 방법이다. 감정기일에는 원고와 피고가 각각 지정한 감정인이 법원에 출석해 학력, 경력, 감정 경험의 유무 등 감정 업무를 수행하기에 적합한 능력이 있는지 확인받고, 감정 사항 등을 전달받는다.

감정인은 감정기일 이후 감정을 진행, 수개월 내 감정보고서를 제출한다. 감정 내용에 대한 보완 절차가 끝나면 감정 절차는 모두 종료된다. 따라서, 감정기일은 본격적인 감정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에 해당한다.

대웅제약과 메디톡스는 국내 민사 소송에서 이미 한 차례 감정 절차를 진행한 바 있다. 소송의 핵심 쟁점인 양사 균주의 동일성을 확인하기 위한 감정이었다. 당시 대웅제약은 균주의 포자 생성 여부를, 메디톡스는 전체 염기서열 분석 및 비교를 주장했으며, 치열한 주도권 싸움 끝에 법원은 포자 감정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대웅제약은 “대웅제약 균주는 토양에서 자연적으로 검출된 균주로 포자를 생성한다”고 주장했으나, 메디톡스는 “메디톡스의 홀A하이퍼 균주는 어떤 형태로든 포자를 형성하지 않는다”고 맞섰다.

감정 결과는 여전히 논란거리다. 처음부터 자사 균주는 포자를 생성한다고 주장한 대웅제약은 물론, 포자를 생성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던 메디톡스의 균주까지 포자를 생성했기 때문이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과 같은 방식으로 실험한 결과 홀A하이퍼 균주도 이례적으로 포자를 형성했다”며 “따라서, 두 회사의 균주 출처가 다르다는 대웅제약의 주장은 잘못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대웅제약은 “설득력이 떨어지는 거짓말”이라며 “이제는 메디톡스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신뢰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비난했다.

균주 출처를 밝히기 위해 진행한 감정 절차가 오히려 논란만 더욱 키운 셈이다. 이 때문에 법원은 이번 두 번째 감정 절차를 진행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감정과 관련해 대웅제약과 메디톡스는 모두 “확인이 어렵다”며 입을 닫고 있다. 감정 자체가 비공개로 진행하는 절차인데다 기존 재판 과정에서 비공개 소송 내용의 외부 발설을 삼가라는 주의를 받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감정 내용이 공개되지는 않았으나, 업계는 염기서열 분석 비교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미국 ITC 소송에서 양사가 자사 균주의 전체 염기서열 분석 자료를 제출해 평가받았기 때문이다.

국내 법원 재판부도 지난 2019년 열린 5차 변론기일에서 대웅제약과 메디톡스에 “ITC에 제출한 전체 염기서열 감정보고서를 참고하겠다”며 “쌍방 전문가 증언의 리포트, ITC 법정 진술을 제출하라”고 명령한 바 있다. 포자 감정으로 결론이 나지 않자 유전적 계통 및 균주 유래 등을 확인하기로 한 것이다.

이미 ITC의 최종 판결이 나온 상태이지만, 현재 판결 무효 절차를 밟고 있는 만큼, 국내 법원이 별도로 감정을 진행해 결론을 도출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ITC는 최종 판결문을 통해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균주는 서로 일치하는지 확정 지어주는 독특한 DNA 지문과 6개의 SNP(단일염기다형성 : 염기서열 중에서 하나의 염기의 차이를 보이는 유전적 변화 또는 변이)가 같다. 서로 관련이 없는 두 개의 보툴리눔 균주가 370만 개에 달하는 뉴클레오티드의 DNA 서열을 따라 정확히 동일한 위치에서 동일한 6개의 SNP를 공유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유전적 증거를 통해 볼 때 대웅제약의 균주가 메디톡스로부터 유래했다는 것은 거의 확실하다(Indeed by near certainty)”고 밝힌 바 있다.

대웅제약은 이 같은 ITC의 최종 판결에 불복해 연방순회항소법원에 항소했으나, 메디톡스·에볼루스·애브비의 3자 간 합의로 소송을 진행할 실익이 사라지면서(MOOT) 항소는 기각됐고, 이에 따라 ITC 최종 판결은 현재 무효화 절차를 밟고 있다.

 

증인신청 ‘장군멍군’ ... 신문 기일은 미정

대웅제약과 메디톡스는 자사에 유리한 증언을 해줄 증인 신청에도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먼저 증인 신청을 한 것은 대웅제약이다. 이 회사는 지난 6월 미국 UC 데이비스(캘리포니아대 데이비스캠퍼스)의 바트 와이머(Bart Weimer) 교수와 경기대학교 정유진 교수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바트 와이머 교수는 미생물 유전체(게놈) 분야 권위자로, 미생물 포렌식(microbial forensics) 기술을 공중보건에 활용하는 ‘1000K 병원체 게놈 프로젝트’(100K Pathogen Genome Project)의 대표로 활동 중이다.

대웅제약과 메디톡스가 진행한 ITC 소송에서 메디톡스 측의 증인으로 나선 폴 카임(Paul Keim) 미국 노던애리조나대 교수의 분석과 진술에 공식적으로 반박 의견을 제시한 인물로도 유명하다.

폴 카임 박사는 “대웅제약과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균주가 다른 모든 보툴리눔 균주에서는 발견되지 않는 6개의 SNP를 똑같이 보유했다. 이는 오직 메디톡스 균주와 대웅제약의 균주만 공유하는 유전자 변이”라며 “대웅제약 균주가 메디톡스 균주로부터 유래한 것이 아니라면 약 370만 개의 염기로 구성된 균주의 DNA 염기서열 중 정확하게 동일한 6개 위치에서 다른 보툴리눔 균주들과 구분되는 독특한 SNP가 독립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는 분석 결과를 ITC에 내놓은 바 있다.

ITC는 폴 카임 박사의 이 같은 분석 결과를 수용해 대웅제약의 균주 도용을 인정했다.

이에 바트 와이머 교수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링크드인과 트위터를 통해 ITC 예비판결의 판단 근거로 사용된 SNP 분석의 한계를 지적했다.

당시 바트 와이머 교수는 “SNP는 정확한 계통 관계(genealogical relationship)와 광범위한 관련 메타데이터 없이는 관련성을 정확히 나타내지 못한다. WGS를 통한 유전적 거리에 따른 분석 방법이 몇 개의 공통되는 SNP 분석보다 훨씬 더 정확하다”며 “SNP 분석은 판결의 근거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유진 교수는 계통수 추정 방법을 연구하고 있는 국내 통계학 분야 전문가로 계통분석 결과 해석과 관련해 높은 전문성을 보유한 인물이다. 서울대에서 통계학과 석사 과정을, 위스콘신대학에서 박사 과정을 마쳤다.

대웅제약이 바트 와이머 교수를 증인으로 신청하자 메디톡스는 지난달 29일 ITC에서 염기서열 분석을 직접 진행했던 폴 카임 교수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폴 카임 교수는 유전체 분석을 사용해 병원균의 기원과 진화를 추적하는 미생물유전학 분야의 최고 권위자 중 한 명이다. 지난 2001년 미국에서 발생한 9·11 테러 당시 DNA 분석을 통해 테러에 사용된 균주(탄저균)와 그 출처를 밝혀낸 바 있다.

바트 와이머 교수와 폴 카임 교수의 증인 신문 기일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세계적인 석학 간의 과학적 논쟁이 국내 법원에서 펼쳐지게 된 것은 분명하다.

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감정 절차 진행과 해외 석학을 증인으로 신청한 것은 지지부진했던 대웅제약과 메디톡스의 국내 소송이 가열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앞으로 ITC에서보다 더욱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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