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55% “권한·책임 밖의 일 수행”
간호사 55% “권한·책임 밖의 일 수행”
  • 이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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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8.05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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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수술 의사 응급실

[헬스코리아뉴스 / 이슬기] 의료기관 내 무면허 불법의료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직종간 업무 범위, 면허에 허용된 직무를 뛰어넘어 다른 직종이 업무를 대신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간호사의 절반 이상이 불법의료행위의 원인이 될 수 있는 권한·책임 밖의 일을 수행하고 있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이 지난 3월 12일부터 한달간 보건의료노동자들의 노동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실시한 업무 적절성에 대한 전수조사 결과다. 이번 조사에는 2020년 12월말 기준 조합원 7만 7092명 중 4만 3058명(55.9%)가 조사에 참여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 0.25%이다.

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절반 가량(45.8%)이 본인의 권한·책임을 벗어난 타 직종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구체적으로 업무가 과다하고(38.6%), 업무 구분은 체계적이지 않으며(35.8%), 업무 밖의 일을 수행(18.7%)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 중에서도 간호사의 업무 부적절성이 가장 높게 나타났는데, 권한과 책임을 벗어난 타 직종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응답이 전체적으로 55%를 넘어섰다. 특히 야간근무 전담자들의 절반(46.6%)이 업무 구분이 체계적이지 못하다고 응답해 부정적 평가가 높았다. 타 직종의 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자칫 불법의료행위로 당사자가 처벌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 차원의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업무량이 근무시간 내에 수행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는 데 대해서도 그렇다는 응답이 46%에 달했다. 근무형태별로는 3교대 근무자의 부정비율이 특히 높게 나타났다.

업무(직무) 범위가 명시된 문서(업무분장표, 직무기술서 등)가 ‘없다’고 응답한 비율도 14.8%로 직무 중심의 명확한 업무 분장(Role and Responsibility)의 부재한 기관이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는 무면허 불법의료행위의 주요한 원인이기도 하며, 낮은 업무(직무) 숙지로 인해 의료·안전사고, 고유업무와 상관없는 업무지시, 부당노동행위, 조직 구성원 간의 업무를 둘러싼 갈등 등 다양한 문제를 유발시키기는 원인이기도 하다.

업무(직무) 범위가 명시된 문서(업무분장표, 직무기술서 등)가 있다고 응답한 응답자를 대상으로 문서에 명시된 대로 잘 지켜지는지에 대해 조사한 결과, 23.5%가 부정적으로 응답하여, 네 명 중 한 명은 본인의 업무(직무)를 벗어난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직군별로 살펴볼 때 이러한 경향은 간호직(26.7%)이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의료기술직(24.3%) 등에서도 상대적으로 문서로 명시된 업무(직무) 범위를 벗어난 노동행위가 잦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간호사들, 업무 구분 체계적이지 않을수록 “직장생활·업무만족도 낮고, 의료서비스 질 떨어져”

업무 구분 엉망일수록 “소통과 협력체계 무너지고, 직무소진(번아웃) 높아져”

간호사를 중심으로 업무 구분의 체계성에 대한 태도를 바탕으로 직장생활 만족도, 업무만족도, 의료서비스의 질, 소통과 협업에 대한 평가 및 번아웃 등을 살펴본 결과 매우 유의미한 상관관계도 확인됐다. 간호사들이 의료기관 내 업무 구분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다고 느낄수록, ① 직장생활 만족도, ② 업무만족도가 현저하게 떨어지는가 하면, ③ 의료서비스의 질이 낮아지고 ④ 소통과 협업체계가 붕괴되며, ⑤ 직무소진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태조사 결과 부서 내 업무 구분이 체계적인지 비체계적인지에 따라 직장생활에 대한 만족도에 의미있는 차이가 확인됐다. 업무 구분이 체계적이라고 평가하는 간호사들의 직장생활 만족 응답은 평균이 56.2%인데 비해, 업무구분이 체계적이지 않다고 평가하는 간호사들의 직장생활 만족률 평균은 39.2%에 그쳤다.

특히 만족도의 차이가 크게 벌어지는 항목이 조직문화(25.1%p 차이), 안전보건(24.3%p 차이), 인사승진(22.0%p 차이), 워라벨(15.5%p 차이), 노동강도(14.8%p 차이) 순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이는 업무방식이 체계적으로 운영되지 않을수록 간호사들의 전반적인 직장생활 만족도가 확연하게 나빠지는 것을 확인시켜 주는 것이다.

부서 내 업무 구분이 체계적인지 비체계적인지에 따라 업무만족도에도 의미 있는 차이가 관측됐다. 전체적으로 업무 구분이 체계적이라고 평가하는 간호사들이 느끼는 4가지 업무만족도 항목에 대한 만족률의 평균이 77.7%인데 비해 업무 구분이 체계적이지 않다고 평가하는 간호사들의 만족률 평균은 55.9%에 그쳤다. 이와 같이 업무만족도의 차이는 모든 항목에서 유사한 수준을 보이면서 업무방식이 체계적으로 운영되는 의료기관일수록 간호사들의 전반적인 업무만족도도 증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무 구분이 체계적인지 비체계적인지에 따라 의료서비스 질에 대한 평가 역시 매우 차이가 컸다. 이는 업무 구분의 체계성 여부는 환자안전을 포함한 의료서비스 질의 전반을 규정하는 중요한 요소임을 시사한다. 전체적으로 업무 구분이 체계적이라고 평가하는 간호사들의 경우 32.5%가 의료안전사고 위험이 증가했다고 인식하는데 반해 구분이 체계적이지 않다고 평가하는 간호사들은 60%를 상회하고 있다. 또한 업무 구분이 체계적이지 않을수록 친절도가 떨어지며 제반 의료상담서비스의 질이 저하되고 있다는 응답이 2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한편, 간호사들의 부서 내 업무 구분이 체계적인지 비체계적인지에 따라 의사와의 소통·협업 수준에 차이가 나타났다. 소통·협업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공통적으로 중요하게 평가한 반면, 업무 구분이 체계적인 의료기관일수록 그렇지 않은 곳에 비해 더 높은 수준으로 의사와의 소통과 협업이 잘 이루어지는 것(60%의 긍정적 응답률)으로 파악되어, 업무 구분이 체계적일수록 소통·협업이 잘 이루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부서 내 업무 구분이 체계적인지 비체계적인지에 따라 직무소진(번아웃) 상황에도 차이가 관측됐다. 전체적으로 업무 구분이 체계적이라고 평가하는 간호사들에 비해 업무 구분이 체계적이지 않다고 평가하는 간호사들의 번아웃 상태가 더 심각했다. 번아웃 상태는 일반적이고 공통적인 상황이지만 업무 구분 체계성 여부에 따라 ‘집중하는데 어려움(19%p)’과 ‘자주 그만두고 싶다15.3%p)’는 항목에서 차이를 드러냈다.  즉 업무 구분의 비체계성으로 인해 집중의 어려움과 이직의향에 좀 더 많은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판단된다.

 

간호사들, 타 직종 업무수행 빈도 커질수록 “직장생활·업무만족도 낮고, 이직 고려 높아져”

타 직종 업무 수행할수록 “의료서비스의 질 하락과 소통과 협력에 대한 차이도 커”

간호사를 중심으로 타 직종 업무수행 여부를 바탕으로 직장생활 만족도, 업무만족도, 이직 태도, 의료서비스의 질, 소통과 협력에 대한 평가 등을 살펴본 결과 매우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확인되었다. 간호사들이 타 직종의 업무수행이 커진다고 느낄수록, ① 직장생활 만족도, ② 업무만족도가 현저하게 떨어지며, 이에 따른 ③ 이직을 고려하게 만들고 ④ 의료서비스 질을 하락시킨다는 점이다.

업무 구분이 체계적인지 여부와 함께 타 직종 업무수행 여부에 따라 직장생활에 대한 만족도에 의미 있는 차이도 관측됐다. 타 직종 업무수행을 하지 않는 간호사들이 느끼는 8가지 직장생활 항목에 대한 만족률의 평균이 59.3%인데 비해 타 직종 업무를 수행하는 간호사들의 직장생활 만족률 평균은 42.6% 수준으로 낮았다.

타 직종 업무수행 여부에 따라 업무만족도에서도 의미 있는 차이가 관측됐다. 타 직종 업무수행을 하지 않는 간호사들이 느끼는 업무만족도 항목에 대한 만족률의 평균이 79.9%인데 비해 타 직종 업무를 수행하는 간호사들의 직장생활 만족률 평균은 61.6% 수준으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만족도 차이가 큰 항목이 ‘업무의 장래성과 비전’으로서 미래를 바라보는 시각에 특히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편, 타 직종 업무수행 여부에 따라 이직 고려 태도에 의미 있는 차이가 관측됐다. 타 직종 업무수행을 하지 않는 간호사들의 이직 고려율은 68.1%인데 비해 타 직종 업무를 수행하는 간호사들의 이직 고려율은 82.6%로 약 15%p 가량 더 높은 비율로 이직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타 직종 업무수행 여부에 따라 의료서비스 질에 대한 평가에 의미 있는 차이가 존재했다. 업무 구분의 체계성 영향력보다는 다소 낮은 영향력을 보이기는 하나 전반적인 의료서비스 질 저하에 타 직종 업무수행이 끼치는 부정적 효과는 명백히 관측됐다. 타 직종 업무수행을 하지 않는 간호사들이 느끼는 의료서비스 질 하락에 대한 동의율 평균이 23.2%인데 비해 타 직종 업무를 수행하는 간호사들의 경우에는 47.4%로 2배 가까이 부정적 인식이 높았다. 

 

보건의료인력지원법 제정되고 2년 지났지만 글쎄?!

보건의료노조 총파업 배수진으로 노정교섭 진행 중 … 불법의료근절, 업무범위 명확화 요구

실태조사에서 확인된 것처럼, 의료현장에서의 직종간 업무 범위가 체계적이지 않고, 명확하지 않을수록 개개인의 책임과 권한을 벗어나는 업무가 늘어나게 되며, 이는 종종 무면허 불법의료행위를 양산하게 된다. 그런만큼 업무범위 명확화는 불법의료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요소라는 것이 보건의료노조의 지적이다.

한편, 업무방식이 체계적으로 운영되며 의료인간의 업무가 명확할수록 보건의료노동자들의 전반적인 직장생활 만족도는 더 높게 나타난다. 실태조사 결과 업무 구분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진 곳의 간호사들이 조직문화, 인사승진, 노동강도 등의 항목에서 느끼는 만족도가 의미 있게 높았다. 

문제는 대부분의 보건의료노동자들이 자신의 업무 성격, 범위를 명확히 알고 있음에도 다른 업무도 수행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즉 자신의 업무 자체를 면허 범위내에서 적절히 관리, 수행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현재 의료계의 불편한 모습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결국 불법의료의 근절과 의료서비스 질을 높여내기 위해서는 의료기관 내 각 직종별 업무 범위를 제도적으로 명시하고 이를 철저하게 관리 감독해야 한다고 보건의료노조는 강조했다. 

특히 면허의 책임과 권한을 벗어나는 불법의료행위는 명백히 근절토록 하는 한편, 진료보조업무 등 다소 그 범위가 명확하지 않은 업무에 대해서는 이를 법적으로 명시토록 규정하여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이 같은 무면허 불법의료행위 근절을 목표로 직종간 업무 범위를 명확히하는 제도화를 요구하며, 9월 총파업을 배수진으로 보건복지부와의 노정교섭을 진행 중에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특히 최근 무면허 불법의료행위에 대한 사회적 고발, 수술실 CCTV 설치 등이 사회적 이슈로 되고 있는 만큼, 직종간 업무 범위를 명확히 하는 한편, 이를 제도화하여 환자안전 및 노동환경 개선에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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