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정우성] 유독성 약물을 마신 채 발견된 A씨, 가족들은 인근 종합병원으로 그를 데리고 갔다. 하지만 “약물 중독은 더 큰 병원으로 가야한다”는 말에 119 구급대를 불렀다. 119구급대는 심폐 소생술을 하며 A씨를 치료할 응급실을 찾아다녔다. 하지만 응급실마다 “당직 의사가 1명 뿐이라 어렵다”는 식으로 진료를 거부했다. 결국 A씨는 치료를 받지 못하고 숨졌다.
현행법에서는 응급환자 등을 이송하는 자는 이송하고자 하는 응급의료기관의 수용 능력을 확인하여야 하고 응급의료기관은 응급환자 수용이 불가능한 경우 수용곤란 통보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응급의료기관의 수용곤란 통보 기준, 방법, 절차 등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었다. 개별 응급의료기관은 자체 판단에 따라 수용곤란 통보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그래서 A씨 사망 사례처럼 수용곤란 통보에 대한 문제 제기시 타당성을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었다.
이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은 29일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법안은 응급의료기관의 응급환자 수용의무를 명확히 하는 한편, 이송시 응급의료기관에 대한 수용능력 확인 및 응급의료기관의 수용곤란 고지 기준, 절차 등을 규정했다.
이와 함께 권역응급의료센터에 방문한 경증 및 비응급환자를 다른 응급의료기관으로 이송할 수 있도록 해 중증응급환자 중심 진료를 수행하는 권역응급의료센터가 경증 및 비응급환자로 인한 과밀화로 중증응급환자에 대한 수용곤란 통보를 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규정했다.
이밖에도 보건복지부장관 및 지방자치단체장이 응급의료체계 운영에 대한 지도·감독을 위하여 응급실에 출입하거나, 응급의료종사자 및 응급의료기관등에게 필요한 사항을 보고 또는 관계 서류 검사 및 관계인 진술 확인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김 의원은 “수용곤란 통보로 인한 이송지연으로 환자 피해가 발생한 경우 그 책임 소재가 명확하지 않은 문제가 있었다”면서 “응급의료기관 역시 수용곤란 통보의 타당성 여부와 무관하게 응급환자를 수용하지 않았다는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며 법안 발의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의료기관이 산모의 낙태 수술 요구를 거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법안도 발의됐다. 현행법은 의료인이 진료 등 의료행위 요청을 받은 경우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이를 거부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에 예외를 두겠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승원 의원이 28일 대표 발의한 의료법 개정안에 따르면, 종교적 내지 양심상의 이유로 인공임신중절수술을 거부하는 의료인과 의료기관의 개설자는 사전에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인공임신중절수술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는 의견을 제출하고 수술을 거부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다만 국공립 상급종합병원의 경우에는 상시적으로 인공임신중절수술을 실시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도록 법제화하여 임신한 여성이 1·2차 병원을 거치지 않았더라도 바로 상급종합병원에서 수술받을 수 있도록 대안을 마련했다.
김 의원은 “낙태는 태아의 생명권 보호와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 등이 충돌하는 의료행위”라며 “의료인과 의료기관 개설자의 종교관 혹은 양심에 따라 임신한 여성과 입장이 다를 수 있으며, 그 입장은 헌법상 종교·양심의 자유와 행복추구권에 의하여 존중받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한편, 2019년 4월 헌법재판소가 형법의 낙태죄에 대해 위헌 결정을 하면서 낙태 시술은 사실상 합법화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