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박민주] 자기 세포를 공격하는 면역세포의 과도한 활성을 줄여주는 펩타이드가 국내 연구팀에 의해 소개됐다. 이번에 소개된 펩타이드는 면역세포의 과도한 활성을 제어하는 조절 T세포의 분화를 도와, 지속적인 자가면역질환 및 재발 억제에 유리한 전략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양대학교 생명과학과 최제민 교수 연구팀은 다발성 경화증과 같은 자가면역질환에서 둔화된 조절 T세포의 분화를 촉진할 수 있는 펩타이드를 설계하고, 동물모델을 통해 펩타이드의 분화촉진 효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 21일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에 게재됐으며, 저널의 표지로 선정됐다.
면역세포의 과도한 활성은 자기 세포를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는데, 실제 이들 질환에서는 면역세포의 활성을 조절하는 조절 T세포의 수와 기능이 저하되어 있다. 환자의 혈액세포에서 조절 T세포를 분리해 체외에서 증식하고, 다시 체내로 주입하는 치료법이 적용되고 있지만 체외에서 증식된 세포가 체내에서 기능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체내에서 조절 T세포의 분화를 도울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었다.
연구팀은 조절 T세포에 많이 존재하는 ‘CTLA-4’ 단백질을 이용했다. ‘CTLA-4’는 면역 활성 조절에 필수적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조절 T세포의 분화를 유도하는 능력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었다. 연구팀은 ‘CTLA-4’의 신호전달 도메인에 세포막을 잘 통과하는 펩타이드 조각을 연결한 펩타이드를 설계했다. 혈액 등에 ‘CTLA-4’를 노출하면 세포 및 조직 내에 효과적으로 들어가 조절 T세포의 분화를 도울 것으로 기대했다.
연구팀은 실제 다발성경화증 환자 유래 세포 및 다발성 경화증 생쥐모델에 이 펩타이드를 투여하고, 생체 내에서 조절 T세포의 분화가 촉진돼 그 수가 늘어나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투여를 중단하더라도 약 100일까지 효과를 보였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한편 조절 T세포를 없애는 항체를 투여하자 펩타이드 투여에 따른 염증 완화 효과가 사라져, 펩타이드의 작용 표적이 조절 T세포임도 확인했다.
다만 실제 응용을 위해서는 안전성과 안정성을 고려한 최적화된 펩타이드 서열 도출을 위한 추가 연구 및 실제 환자에서의 임상연구 등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 중견연구자지원사업, 뇌과학원천기술개발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