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흔히 개미들을 주식시장의 먹잇감이라고 부른다. 외국인이나 기관 투자가 입장에서는 그만큼 다루기 쉬운 상대다. 소문이나 시류에 휩쓸려 무리지어 몰렸다가 한꺼번에 빠져나가는 개미들의 습성을 너무도 잘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큰손, 나아가 말벌에 비유되는 외국인이나 기관들은 개미들의 이런 습성을 노려 떡밥을 던지고 주가를 끌어 올린다. 그리고 주가가 고점에 달했다고 판단할 때 집중 매도하고 개미들은 이것을 사들이는 패턴을 반복한다.
그래서 개미들은 말벌뿐 아니라, 대출을 해주는 금융기관 입장에서도 ‘훌륭한 고객’이다. 이들에게 개미들이 더욱 고마운 것은 다름 아니다. 한번 빠져든 주식에 대한 유혹을 쉽게 떨쳐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중독성이다. 흡연이 건강에 해롭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면서도 금연에 성공하는 것은 하늘에 별따기 만큼이나 어려운 것과 같다.
공인된 도박장에서 돈을 잃고 따는 것은 전적으로 개인의 책임이다. 누가 투자를 종용한 것도 아닌데, 공매도 세력을 몰아붙인다고 답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The devil is in the detail.)는 속담이 있다. 무언가를 할 때는 철저하게 따져보고 해야한다. 주식시장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 특히 투자 대상이 연구개발(R&D) 능력을 생명으로 하는 제약회사라면 더욱 그러하다. 지금 투자하는 이 회사가 과연 R&D 능력이 있는지, 또는 창업주나 경영진은 평소 어떤 행태를 보여 왔는지 등등 여러가지를 따져보고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개미들은 이런 부분에서 취약성을 드러낸다. 그냥 “소문 듣고 왔습니다.”라는 식이라면 곤란하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남아 있을 리 없다.
셀트리온이 오늘날 바이오 대장주가 될 수 있었던 것은 R&D 투자에 대한 경영진의 강한 의지가 있었고 이것이 실제 행동으로 옮겨져 결과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회사는 연간 매출액 대비 20% 이상을 R&D에 투자할 정도로 연구개발에 미친(?) 기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미약품과 함께 국내에서 R&D에 가장 많이 투자하는 기업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 결과로 웬만한 신약을 능가하는 블록버스터급 바이오 시밀러를 4개나 개발, 세계 시장을 주름 잡고 있다. 램시마(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 트룩시마(리툭산 바이오시밀러), 허쥬마(허셉틴 바이오시밀러), 유플라이마(휴미라 바이오시밀러) 등이 그것이다. 이밖에 현재 임상 중이거나 허가를 진행 중인 파이프라인도 다수다.
이 회사는 코로나19 치료제(렉키로나)도 국내에서 가장 먼저 개발, 보건당국의 승인을 받았다. ‘렉키로나’는 세계적으로도 세 번째로 규제당국의 검증을 받은 코로나19 항체치료제다.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은 이 회사의 오너인 서정진 회장이 직접 약속했던 사항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서 회장을 두고 “한다면 하는 사람” “약속한 것은 지키는 사람”이라고 믿는다. 그래서인지 셀트리온 주주들은 자부심도 대단하다.
코로나치료제가 거론되면 꼭 소환되는 기업이 녹십자다. “혈장치료제를 개발해 무상 공급하겠다”고 약속해 놓고 사과 한마디 없이 결국 포기해 버린 기업이라는 인식이 강해서다. 뿐만 아니라, 녹십자는 혈장치료제 개발과정에서 임상2a상을 임상2상 이라고 허위 공시하는가하면, 오너 일가 등 경영진이 허가불가라는 악재를 숨기고 코로나로 급등한 주식을 매도했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코로나19 수혜주가 된 신풍제약도 마찬가지다. 이 회사는 원래 신약개발보다 제네릭, 일명 복제약 사업에 주력했던 기업이다.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비율이 그리 높은 편도 아니다. 최근 수년전부터 R&D 투자비율(약 9.5%)이 상장제약사 평균에 근접하고 있으나, 연구개발력이란 하루 아침에 확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말라리아 치료 신약 ‘피라맥스’를 보유했다고 해서 상황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업계에서는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피라맥스’는 매출이 거의 없어 복제약보다 못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런 와중에 코로나19가 터졌고 치료제 개발 관련 임상소식이 나왔다. 이 소식은 결과적으로 말벌들에게는 호재였지만, “소문 듣고 달려 온” 개미들에게는 악재였다. 신풍에 투자했다가 험한 꼴을 당한 개미들이 부지기수다.
경영진의 주식 대량매각은 더 큰 실망감으로 다가왔다. 신풍제약은 지난해 9월 자사주 128만 9550주를 시간외 대량매매, 이른바 블록딜 방식으로 매도했다. 당시 시가 기준 2153억원 규모였다. 이어 올해 4월에는 최대주주이자 지주회사인 송암사가 역시 블록딜 방식으로 200만주를 매각하며 1680억 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결코 책임있는 경영진이라면 쉽게 할 수 있는 행동이 아니다.
그 덕분에 신풍제약 오너 일가는 막대한 시세차익을 올렸는데, 기대했던 ‘피라맥스’가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신풍제약측은 “확보한 현금을 연구개발 등에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당장 공시에 나오는 내용을 보면, 대출금 갚기에 바쁜 모습이다. 주식에 투자하는 개미들이 해당 기업의 경영진이나 오너의 평소 행태를 유심히 봐야하는 것은 투자의 기본이다. 이 기본을 망각하면 돈을 잃는 것은 순간이다.
이들 기업은 모두 주력 사업의 방향이 다르다.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셀트리온은 성공, 녹십자는 실패, 신풍제약은 진행 중이다. 같은 듯 다른 것은 물건이나 사람만이 아니다. 주식을 하는 사람이라면 기업의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한 비교·분석·평가는 물론, 기업의 장단점과 차이점까지 꼼꼼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개미들이 주의해야 할 또 다른 사항은 증권사 보고서나 금감원 공시, 블로그, SNS, 그리고 대중지와 같은 일반적인 언론 보도는 참고만 하라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접하는 정보는 이미 그 빛이 바랬다고 봐도 무방하다. 무엇보다 증권사 보고서를 언론이 앵우새처럼 받아쓰고 있다는 사실과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상장기업들이 신경쓰는 로비 대상 중 하나라는 사실은 염두에 둘 만하다.
남이 하니까 나도 하는 것은 위험을 자초하는 일이다. 차라리 보건의료계의 전문지 정보가 더 알차다. 전문지는 디테일한 업계 소식을 가장 잘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포털에도 잘 노출되지 않아 정보의 유효성이 대중지 보다 낫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속담을 명심해야한다. 이는 기업의 장기적 비전을 보고 투자하는 사람뿐 아니라, 단타를 노리는 개미일지라도 예외가 아니다. 독이 강한 말벌에 쏘이면 자칫 사망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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