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박민주] 자외선이나 산화스트레스 등에 의한 DNA 염기손상이 축적되면 유전자 돌연변이를 낳아 암세포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신속한 손상복구가 모든 생명체에서 필수적이다. 그런데 국내 연구팀이 DNA 염기손상을 복구하는데 관여하는 핵산절단효소의 새로운 기능을 아주 작은 분자수준에서 밝혀내 관심을 끌고 있다. 핵산 절단효소가 DNA를 분해할 뿐만 아니라 복구를 위한 구조를 적극적으로 만든다는 것.
광주과학기술원 이광록 교수 연구팀은 DNA 손상을 복구하는 과정에서 AP 핵산절단효소가 손상부위를 단순히 절단하는 것이 아니라 연속적으로 분해해 DNA 틈새 구조를 생성, 복구과정을 조절하는 기전을 알아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핵산절단효소와 DNA 중합효소의 상호작용을 단일분자 형광관찰 기술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관찰했다. 단일분자 형광관찰은 FRET(Fluorescence Resonance Energy Transfer)라는 물리현상을 이용한 방법으로, 실제 개별 분자의 움직임을 나노미터 수준에서 관찰할 수 있는 형광기법을 말한다.
기존에는 전기영동(Electrophoresis)을 이용한 생산물 변화를 정량화해 결과를 유추했지만, 이광록 교수 연구팀은 염기손상복구 과정동안 일어나는 효소간의 상호작용과 DNA와 효소간의 상호작용을 실시간으로 단일분자수준에서 관찰하고 그 복구기전을 규명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DNA 손상의 복구는 핵산절단효소가 특정 부위(AP 부위)를 절단함으로써 시작된다. 그 후 AP 부위에 강하게 결합해 손상부위로부터 DNA를 빠르게 제거(~ 1초 이내)하며, 단일가닥 DNA의 강성(rigidity)에 의해 최소한의 DNA 틈새 크기로 조절된다.
무작위로 DNA를 분해하는 일반 핵산절단효소와 달리 AP 핵산절단효소는 AP 부위에 강하게 고정되어 해리되지 않고, 연속적으로 DNA를 분해해 빠르게 DNA 틈새를 만든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팀은 “일시적으로 생성된 DNA 틈새 구조는 DNA 중합효소가 작동할 공간을 제공하고, 이 과정이 정교하게 시공간적으로 조절되는 것도 규명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암세포에서 AP 핵산절단효소가 많이 생성된다는 기존의 보고에 더해, 이번 연구결과가 AP 핵산절단효소를 암 진단을 위한 바이오마커이자 약물개발의 표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연구의 결과는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7월 14일 온라인 판에 게재됐으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중견연구지원사업 및 기초연구실 등의 지원으로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