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박민주] 단백질을 만들지 않는 '긴 비암호화 RNA' 중 하나가 Y염색체를 가진 정자를 촉진하고, 출생 성비 균형에 관여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긴 비암호화 RNA'(long non-coding RNA)는 전령 RNA처럼 단백질을 만들기 위한 정보를 가지고 있진 않지만, 분화와 발달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정소에서도 긴 비암호화 RNA가 많이 만들어지는데, 그 기능은 잘 알려지지 않은 상황이었다.
광주과학기술원(GIST) 생명과학부 조정희 교수와 홍성현 대학원생 연구팀은 정소에서만 생성되는 특이한 비암호화 RNA가 Y염색체를 가진 정자의 기능을 도와 출생성비 균형에 관여한다는 것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 비암호화 RNA를 테쉴(Teshl; testis-specific HSF2-interacting long non-coding RNA)이라고 명명했다.
사람을 포함한 포유류의 성별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정자가 X염색체를 가졌는지 또는 Y염색체를 가졌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따라서 각 염색체를 가진 정자의 양과 질은 출생 성비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000여 개의 정소 특이 유전자는 정자의 생성과 기능에 관여한다고 추측되고 있는데, 주로 전령 RNA를 매개로 하기 때문에 단백질로 번역되는 유전자에 대한 연구가 이뤄져 왔다.
연구팀은 긴 비암호화 RNA가 정소에 많은 점에 주목하고 생쥐에서 26개의 정소 특이적 비암호화 RNA를 발굴했다. 이 중에서 사람에서도 존재하면서도 발현양이 높은 테쉴에 특히 주목, 테쉴 유전자를 제거한 동물모델을 제작했다.
연구팀은 테쉴이 결여된 수컷 생쥐가 가진 정자의 머리 형태는 비정상적이었고, 이 생쥐로부터 태어난 자손에서 수컷의 비율이 더 낮다는 것을 확인했다. 나아가 테쉴이 특정 전사인자에 결합해 Y염색체에 존재하는 유전자의 발현을 돕는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Y염색체를 가진 정자를 촉진해 성비균형에 관여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출생 성비 불균형이 유전적인 원인으로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긴 비암호화 RNA는 다양한 구조 및 기능을 가지고, 조직이나 세포에 미치는 영향이 크며 조직 특이적인 발현을 보이기 때문에 진단 마커 및 치료제로 개발할 수 있는 좋은 소재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9일 게재됐으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기초연구사업(중견 연구)과 지스트 연구원 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