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박민주] A형 혈우병 치료제 '헴리브라주'의 급여 기준 개선을 혈우병 환자 단체가 지속적으로 촉구하고 있는 가운데, 환자들이 급여 적용을 위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측에 의사 소견서를 제출했지만 이 또한 무용지물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A형 혈우병 환아 임시환 군의 어머니 배한애 씨는 지난 4일 심사평가원 측 담당자로부터 3일 재개최 된 헴리브라주 관련 분과위원회 결과를 통보받았다. 이번 분과위원회는 심사 보류된 A형 혈우병 환자에게 투여한 '헴리브라주' 요양 급여의 인정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열린 회의였는데, 회의 결과는 '급여 적용 사례로 인정되지 않음'이었다.
'헴리브라주'의 현행 급여 기준에 따르면, 만 1세 이상 만 12세 미만 환자의 경우 면역관용 요법(ITI)에 실패했거나 성공 후 항체가 재출현한 경우 또는 ITI 대상자 기준에 부합하지만 시도할 수 없음이 투여소견서 등을 통해 입증되는 경우 급여가 인정된다. ITI란 혈우병 항체 환자에게 일정 기간 지속적으로 혈액응고 인자를 주입, 면역관용을 유도하고 항체를 제거하는 혈우병 치료 방법을 말한다.
어린 환아의 경우 정맥혈관 확보가 어려워 ITI 시행이 쉽지 않다. 이에 임 군을 비롯한 A형 혈우병 환아들은 현행 급여 기준을 적용받기 위해 의사 소견서를 심사평가원 측에 제출했다. 임 군의 담당의는 "정맥혈관 확보가 어렵고 항체로 인해 중심정맥도관 삽입 및 유지가 어려워 ITI 시행이 불가능하다"는 내용의 소견서를 작성, 심사평가원 측에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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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번에 열린 분과위원회에서는 모든 환아의 의사 소견서를 반려했다. '정맥혈관 확보가 어렵다는 것에 대한 객관적 자료가 없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소견서를 제출한 B 환자는 정맥주사에 따른 스트레스와 언어발달 지연이 있다는 심리 검사 결과까지 제출했지만, 분과위원회는 연관성에 대한 의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급여 적용의 타당성이 인정되지 않았다.
또한, D 환자의 경우 학회 내용을 근거로 함께 제출했으나 심평원 분과위는 “제출한 근거자료는 그 당시 ITI를 시행하기 어렵다는 의미이지, 그것이 이후에도 계속 ITI를 시행할 수 없다는 것은 아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역시 인정을 거부했다.
배 씨는 "결국 정맥에 대한 접근이 불가하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한다는 것"이라며 "이런 결과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게다가 이번 분과위원회의 심사평가원 측 담당자는 회의 결과 서류를 모바일 메신저(카카오톡)를 통해 전달했다는 것이 배 씨의 설명이다.
앞서 지난 4월 29일, 심사평가원과 환자 단체가 참여한 가운데 진행된 '헴리브라'의 급여 기준 관련 면담에서 심사평가원 측 관계자는 "전문의 논의를 기다려 달라"는 입장을 고수하며 "실무진이 아니기 때문에 결정권이 없다"는 답변만 되풀이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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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단체의 끊임없는 호소와 갖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A형 혈우병 환아들은 '헴리브라주'를 투여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 4월 초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헴리브라주'의 급여 관련 논란이 시작된 이후 약 두 달이 지난 현재까지도 그 어떤 변화도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