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신약 흑역사 ‘옛말’ ... 매출 1천억은 우습다
국산 신약 흑역사 ‘옛말’ ... 매출 1천억은 우습다
유한양행 폐암치료제 ‘렉라자’, 셀트리온 코로나치료제 ‘렉키로나’ 조단위 매출 기대
  • 이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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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5.31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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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트리온 연구원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국산 신약들이 존재감을 뽐내기 시작했다. 지난 1999년 SK케미칼의 항암제 ‘선플라주’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30개가 넘는 국산 신약이 탄생했으나, 이 중 대부분은 빛을 보지 못한 채 사장되거나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상황.

이런 가운데 연간 매출액이 1000억원을 넘는 품목이 조금씩 늘어나면서 국산 신약 역사에 전환점이 찾아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최근 등장한 국산 신약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긍정적인 신호를 받으면서 매출 1조원 이상을 기록하는 진정한 의미의 ‘블록버스터 신약’ 등장에도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보령제약 ‘카나브’ 처방액 1000억원 벽 돌파

복합제 개발 전략 적중 … 적응증 확대 집중

카나브 패밀리 제품 조합
카나브 패밀리 제품 조합

국산 신약 15호인 보령제약의 고혈압 치료제 ‘카나브’(피마사르탄) 패밀리는 시판허가(2010년 9월)를 받은 지 10년 만인 지난해 원외처방액 1039억원을 기록하며 1000억원 벽을 돌파했다. LG화학의 당뇨병 치료제 ‘제미글로’(제미글립틴)에 이은 두 번째 기록이다.

보령제약은 ‘카나브’ 단일제 출시 이후 고혈압, 고지혈증 등을 치료하는 약물을 ‘카나브’와 결합해 복용 편의성을 높인 복합제를 꾸준히 개발해왔다. 관련 시장에서 복합제 처방이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를 반영한 것이다.

보령제약은 현재 ‘카나브’ 단일제를 비롯해 ‘카나브플러스’(피마사르탄+히드로클로로티아지드), ‘듀카브’(피마사르탄+암로디핀), ‘투베로’(피마사르탄+로수바스타틴), ‘듀카로’(피마사르탄+암로디핀+로수바스타틴), ‘아카브’(피마사르탄+아토르바스타틴) 등 복합제 5종을 포함, 모두 6종의 ‘카나브’ 제품군을 확보하고 있다.

카나브 제품군 매출의 절반 이상은 복합제에서 나왔다. 지난해 ‘카나브’ 제품군 중 복합제 5종의 원외처방액은 567억원으로, 단일제(472억원)보다 많았다. 회사 측의 전략이 제대로 먹혀든 것이다.

보령제약은 적응증 확대와 추가 복합제 출시로 ‘카나브’ 패밀리의 실적을 지금보다 더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LG화학 ‘제미글로’ 첫 1000억 달성 국산 신약

화끈한 투자 및 파트너사 도움 ‘시너지’ 효과

LG화학 '제미글로'
LG화학 '제미글로'

국산 신약 19호인 LG화학의 당뇨병 치료제 ‘제미글로’(제미글립틴) 제품군은 지난해 1158억원의 원외처방액을 기록했다. ‘제미메트’(제미글립틴+메트포르민), ‘제미로우’(제미글립틴+로수바스타틴) 등 2개 복합제를 포함한다. 이 제품군은 지난 2019년 국산 신약 중 처음으로 1000억원이 넘는 원외처방액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 그 기록을 경신했다.

‘제미글로’는 출시 첫해 56억원 매출을 시작으로 2016년 500억원을 넘겼다. 지난해 1008억원을 기록하며 국산 신약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성장했다.

이러한 성장 배경에는 회사 측의 적극적인 투자가 있었다. ‘제미글로’는 LG화학이 약 500억원을 투자해 개발한 약물이다. 2003년 제품 개발을 시작해 2012년 말 출시했다. 제품을 발매한 이후에도 800억원 이상을 추가로 투자해 경쟁품과의 비교 시험, 복합제 개발 등을 진행해왔다.

이를 통해 우수한 혈당강하 효능 및 안전성, 혈당 변동폭 최소화를 통한 저혈당 위험 감소 등을 확인했다. 또한 신장 기능 손상 환자를 대상으로 단일 용량 처방 가능에 따른 편의성을 입증했다. 복합제의 경우, 약의 크기를 축소해 환자 복약 순응도를 높였다.

‘제미글로’의 성장은 파트너사의 역할도 컸다. LG화학은 지난 2016년 당뇨 질환 분야 선두인 대웅제약과 공동 판매 파트너십을 체결해 영업력을 확대했다. 그 결과, 4년 만에 원외처방액이 2배 성장하며 1000억원 고지를 선점했다.

 

HK이노엔 ‘케이캡’ 역대급 성장 속도

출시 3년 만에 1000억 돌파 기대감

HK이노엔 '케이캡정'
HK이노엔 '케이캡정'

국산 신약 30호인 HK이노엔의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테고프라잔)은 국산 신약 역사를 새로 쓴 제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케이캡’은 국내 최초의 칼륨 경쟁적 위산분비 차단제(P-CAB) 계열 약물이다.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시장은 그동안 프로톤 펌프 억제제(PPI) 계열 약물들이 장악하고 있었지만, 지난 2019년 ‘케이캡’ 등장 이후 구도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국내 출시와 동시에 돌풍을 일으키며 첫해에만 297억원의 원외처방액을 찍었다. 국산 신약 역사상 이런 매출은 처음이다. 지난해에는 725억원에 달하는 원외처방액을 기록하며 소화성궤양용제 시장에서 1위를 기록했다.

올해는 1분기에만 전년 동기(145억원) 대비 54.68% 성장한 225억원의 원외처방액을 달성, 연간 원외처방액 1000억원 돌파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캐이캡’의 원외처방액이 올해 1000억원을 넘어설 경우, LG화학 ‘제미글로’, 보령제약 ‘카나브’에 이어 세 번째로 1000억원 고지에 오르는 국산 신약이 된다.

‘제미글로’와 ‘카나브’는 출시 이후 원외처방액이 1000억원을 넘어서기까지 각각 7년과 10년이 걸렸다. 출시한지 불과 3년 밖에 되지 않은 ‘케이캡’은 최단기간 국산 신약 역사에 한 획을 그을 수 있는 성과에 근접했다는 평가다.

‘케이캡’은 글로벌 시장도 정조준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이미 지난 2월 ‘케이캡’에 대한 품목허가 심사가 시작됐으며, 미국에서는 임상1상 시험을 진행 중이다. 이 밖에도 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등 아시아권의 여러 국가에서 허가 절차를 밟고 있으며, 유럽 현지 시장 진출도 추진하고 있다.

 

유한양행 ‘렉라자’ 국산 항암신약 새역사

의료진도 호평 … 다국적사 오리지널 위협

유한양행이 개발해 18일 식약처의 시판허가를 받은 31번재 국산 신약 '렉라자' 정.
유한양행 '렉라자'

국산 신약 31호인 유한양행의 ‘렉라자’(레이저티닙)는 출시 전부터 업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렉라자’는 폐암 세포 성장에 관여하는 신호전달을 방해해 폐암 세포의 증식과 성장을 억제하는 표적항암제다. 이전 세대 항암제들과 달리 정상 세포에 독성이 적은 것이 장점이다. EGFR(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TKI로 치료받은 적이 있는 EGFR T790M 변이 양성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치료에 효능·효과를 인정받았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3분기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렉라자’에 대한 조건부허가 신청서를 제출해 올해 1월 18일 시판 승인을 받았다. 식약처는 통상 소요되는 일정보다(180일) 신속하게 허가를 내주었다. 그만큼 이 약물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의미로 읽힌다.

현재 보험급여 절차가 진행 중인데,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업계는 이르면 오는 7월께 약가를 받아 출시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사용 가능한 3세대 EGFR T790M 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는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오시머티닙)가 유일하다. 이 때문에 새로운 치료 옵션에 대한 미충족 수요가 매우 크다.

특히 현장 의료진들이 ‘렉라자’의 효능과 안전성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어, 1차 치료제로 급여를 인정받을 경우 ‘타그리소’는 물론, 1세대 EGFR-TKI 약물인 아스트라제네카의 ‘이레사’(게피티닙)와 로슈의 ‘타쎄바’(엘로티닙), 2세대 약물인 베링거인겔하임의 ‘지오트립’(아파티닙) 등 기존 항암제 시장까지 빠르게 잠식할 것으로 전망된다.

‘렉라자’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기대주로 꼽힌다. 지난 2018년 11월 글로벌 제약사 얀센에 기술수출된 것이 그 방증이다. 총 계약 규모는 12억5500만달러(한화 약 1조4000억원)로, 단일 신약 기준으로 국내 제약업계 최대 규모다. 반환 의무가 없는 계약금만 5000만달러(560억원)에 이른다.

시장에서는 향후 ‘렉라자’의 글로벌 시장 매출이 조단위를 넘어설 것이란 장밋빛 전망도 나온다.  

 

셀트리온 ‘렉키로나’ 유일한 국산 코로나19 치료제

글로벌 공급 초읽기 … 조단위 매출 기대감 증폭

셀트리온이 개발한 세계 첫 코로나19 항체치료제 '렉키로나'
셀트리온 코로나19 치료제 '렉키로나'

국산 신약 32호인 셀트리온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 ‘렉키로나’(레그단비맙)는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상황에서 급한 불을 끄는 ‘소방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렉키로나’는 국내에서 처음이자 현재까지 유일하게 품목허가(조건부허가)를 획득한 코로나19 치료제다. 지난 2월 5일 식약처로부터 허가받은 이 제품은 현재 의료현장에서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이달 21일 기준으로 ‘렉키로나’는 73개 병원, 3336명의 코로나19 환자에게 투여됐다. 이 중 2781명은 격리가 해제됐고 536명은 아직 치료를 받고 있다. ‘렉키로나’를 사용하고도 사망한 환자는 19명으로 0.6% 수준이었다.

일선 병원에서는 ‘렉키로나’ 사용 후 중증으로 악화하는 환자가 크게 줄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일례로 ‘렉키로나’를 가장 많이 처방한 부산의료원은 ‘렉키로나’ 투여를 시작한 지난 2월 19일부터 이 달 5일까지 중증으로 진행한 환자가 1명에 불과했으며 사망자는 1명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렉키로나’는 글로벌 공급도 초읽기에 들어섰다.

유럽의약품청(EMA)은 지난 26일(현지시간) 유럽 각국에 ‘렉키로나’의 정식 품목허가 전 사용을 권고했다. 이에 따라 현지 국가들은 셀트리온과 ‘렉키로나’ 공급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EMA는 ‘렉키로나’의 정식 품목허가를 위한 ‘롤링 리뷰’(Rolling Review) 절차를 진행 중이다.

셀트리온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요르단, 이라크, 모로코 등 주요 아랍권 국가에도 ‘렉키로나’의 품목허가를 신청한 상태다. 앞서 이달 초에는 파키스탄 국영 기업과 ‘렉키로나’ 10만 바이알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등 중동 지역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증권가는 ‘렉키로나’의 글로벌 판매 가격이 적어도 100만원 이상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회사 측의 올해 ‘렉키로나’ 생산 계획은 150~300만명분이다. 이 물량이 모두 해외에 공급될 경우, 셀트리온은 ‘렉키로나’ 한 품목으로 최소 1조5000억원~3조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국산 신약의 역사는 22년으로 짧은 편이어서 상용화에 실패한 사례가 많다. 이 때문에 ‘무늬만 신약’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며 “그러나, 이제는 불과 22년 만에 글로벌 시장에 내놓을 만한 블록버스터급 신약이 등장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국내 제약사들은 ‘베스트-인-클래스’를 넘어 ‘퍼스트-인-클래스’ 신약을 개발 중인데, 긍정적인 임상 결과가 이어지고 있어 기대감이 커지는 상황”이라며 “국내 제약업계의 신약 개발 역량은 확실히 강화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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