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코로나19 혈장치료제 '지코비딕주'(항코비드19사람면역글로불린)의 조건부 허가를 신청한 GC녹십자가 허가 신청의 근거가 되는 임상2a상 결과를 별도로 공개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셀트리온을 비롯해 코로나19 치료제의 허가를 신청한 다수 제약사가 최소한 탑라인 결과를 공개한 것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GC녹십자 관계자는 최근 헬스코리아뉴스와 통화에서 "('지코비딕주'의 임상2a상) 데이터 발표와 관련해 아직 구체적으로 (계획이) 잡힌 것은 없다. 학회 등을 통해서도 발표할 계획은 아직 없다"며 "식품의약품안전처 자문위원회 논의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임상 데이터 발표와 관련한 내부 검토 여부에 대해서도 "지금은 결정된 바 없다"고 짧게 답했다.
임상시험 결과 발표 계획이 없다는 GC녹십자 측의 입장은 사실상 조건부허가의 주무부처인 식약처를 제외한 외부에 데이터 공개를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국내 최초의 코로나19 치료제 '렉키로나'를 개발해 조건부허가를 받은 셀트리온은 대한약학회 주최 심포지아에서 임상2상 결과를 발표했다. 셀트리온은 또 추가로 온라인 기자 간담회를 열어 임상시험 데이터를 비롯해 국민과 업계의 궁금증을 해소했다.
대웅제약도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 중인 '호이스타정'(카모스타트메실레이트)의 임상2상 중간결과를 발표했으며, 최종 데이터는 분석을 거친 뒤 학술지를 통해 공식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종근당 역시 코로나19 치료제인 '나파벨탄'(나파모스타트)의 조건부허가 획득에는 실패했으나, 이 과정에서 임상2상 결과를 비교적 상세하게 발표했다.
이들 제약사 중 일부는 기대 이하의 데이터가 도출되기도 했지만, 임상 결과 발표를 회피하지 않았다. 이와 달리 GC녹십자는 처음부터 '지코비딕주'의 임상2a상 결과 발표 계획이 없다고 밝힌 것이다.
다른 제약사들은 이 같은 GC녹십자의 행보가 이상하다는 반응을 보인다.
국내 굴지의 A제약사 관계자는 "다른 치료제도 아니고 코로나19 치료제다. 학술지가 됐든 학회가 됐든 임상 결과를 공공에 발표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례"라며 "코로나 펜데믹이라는 엄중한 상황에서 국내뿐 아니라, 다국적제약사도 그렇게 하고 있다. GC녹십자의 행보는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B제약사 관계자는 "임상2b상도 아닌 2a상 결과만으로 조건부허가를 신청한 것도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국민적, 국가적 관심이 쏠린 임상시험의 결과를 공개하지 않는다는 것을 누가 이해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지코비딕주'의 임상2a상 피험자수는 총 60명이다. 용량별로 3개 시험군과 대조군 등 총 4개 시험군으로 나뉜다. 시험군별 피험자 수는 각각 15명이다.
의약품은 용량에 따라 효과와 안전성이 다를 수 있다. 임상 설계가 동일하더라도 용량에 따라 시험 결과가 다를 수 있다는 의미다. 이를 고려하면 '지코비딕주'는 특정 용량마다 불과 15명, 대조군을 포함해도 최대 30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실시한 셈이다.
이 때문에 임상시험 결과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특히 '지코비딕주'는 다른 코로나19 치료제보다 공공재의 성격이 더 강한 만큼 임상시험 결과 공개가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이동근 사무국장은 본지에 "GC녹십자는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과정에서 수많은 확진자가 헌혈을 통해 혈장을 제공했고 정부가 긴급사용승인을 계속 해주면서 관련 내용을 지원해주는 등 공공이 기여한 바가 매우 크다. 임상시험에 정부 지원금 58억원도 투입됐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상결과 발표를 하지 않겠다는 것은 모든 것이 회사의 이윤이고 성과라고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이동근 국장은 "국민이 헌혈을 하면서까지 기업의 치료제 연구개발에 심적으로나 물리적으로 지원을 해 온 것이 있는데, GC녹십자가 (임상시험 결과 발표 계획이 없다고) 밝히는 것은 현재 코로나19 상황에서 다 같이 감염병을 이겨내자는 국가적인 인식과 상반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식약처 자문회의 결과를 지켜보면 된다고 하는데, 식약처 자문회의 결과가 매우 투명한 것이 아니다. 회의록을 전면적으로 공개하지도 않고, 어떤 논의 안건지를 가지고 논의했는지도 알 수가 없다"며 "자문회의 결과를 보자는 GC녹십자 측의 발언은 조건부허가의 '가부'만 보자는 것이다. 이는 임상결과 공개라고 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 국장은 "만약 연구 성과가 뚜렷하게 좋지 않더라도 공적 지원이 많았던 만큼 기업의 의사에 상관없이 임상 결과는 최대한 공유해야 한다"며 "설사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또 다른 연구자들이 그 결과로 새로운 연구를 할 수 있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 반드시 공개를 통해 공론화, 사회화할 수 있는 고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혈장치료제를 개발 중인 GC녹십자가 적십자와 맺은 코로나19 완치자 공여혈장 공급 협약을 종료했다고 밝힌 전봉민 의원실 측도 '지코비딕주'의 임상결과는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봉민 의원실 관계자는 "'지코비딕주'는 허가 절차에 돌입한 세계 최초의 코로나19 혈장치료제다. 임상결과를 발표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정부 예산도 58억원이 투입됐다. GC녹십자는 세금이 들어간 임상2a상 시험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