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질환, 환자와 가족이 겪는 고통 잘 알고 있다”
“희귀질환, 환자와 가족이 겪는 고통 잘 알고 있다”
100만 명당 1명에 발생하는 가족아밀로이드신경병

건국대병원 신경과 오지영 교수 “치료 최선 다할 것”
  • 임도이
  • admin@hkn24.com
  • 승인 2021.05.03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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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 임도이] 희귀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와 그 가족의 삶은 하루 하루가 살얼음판이다. 흔한 질환이 아닌 까닭에 마땅한 치료법이 없고 보험적용도 안되는 경우가 많아 고통이 더 크다. 설령 건강보험이 적용된다고 해도 평생을 안고 살아가야하는 경우가 많은 탓에 삶의 질은 크게 떨어지고 환자 본인이 느끼는 좌절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가족아밀로이드신경병’도 그런 질환 중 하나다. 병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질환은 아밀로이드가 말초신경에 쌓이면서 발생하는 유전질환이다. 아밀로이드가 말초신경에 축적되면서 해당 신체 부위가 정상적인 기능을 잃게 되는 질환이다. 손발 감각이 떨어지면서 통증과 저린감이 시작되고 점차 근육이 위축되며 근력이 떨어지는 등의 증상이 발생한다.

전 세계 추정 유병률은 인구 100만 명당 1명. 말 그대로 극희귀질환이다. 1952년 포르투갈에서 처음 환자가 보고된 이후 스웨덴과 일본에서 다수의 환자가 발견됐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전에는 특정 지역에서 발생률이 높았지만 질환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진단기술이 발전하면서 현재는 전 세계에서 보고되고 있다.

가족아밀로이드신경병이 발생하는 이유는 트랜스티레틴이란 단백질을 합성하는 유전자의 변이 때문이다. 트랜스티레틴은 우리 몸에서 호르몬을 수송하는 역할을 하며 간에서 만들어진다. 그런데 이 단백질을 합성하는 유전자가 변이를 일으키면 비정상적인 트랜스티레틴이 만들어진다. 비정상 단백질은 불안정해서 작은 조각으로 깨지게 되고, 깨진 조각들이 엉키면서 나일론실 같은 아밀로이드를 만들게 되는 것이다.

헬스코리아뉴스는 신경계 질환 명의인 건국대병원 신경과 오지영 교수로부터 ‘가족아밀로이드신경병’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치료하는지 들어보았다.

 

건국대병원 신경과 오지영 교수
건국대병원 신경과 오지영 교수

“유전적 요인 있지만 100% 영향 받는건 아냐”

오지영 교수는 “이 질환은 아밀로이드가 혈관을 타고 말초신경과 여러 장기에 쌓이면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며 “상염색체 우성으로 유전되기 때문에 부모 중 한 명이 환자인 경우 자녀가 변이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날 확률은 50%”라고 말한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이 질환은 변이 유전자를 갖고 태어나도 100% 모두 질환이 발생하지는 않는다. 어떤 요인이 증상을 유발하고 어떤 요인이 유발하지 않도록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아직 알려진 것이 없다.

유전적 배경은 있으나 100% 유전의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단백질 변이는 일어났으나 증상이 없을 수도 있는 복잡한 질환이기에 일반적인 유전질환과 달리 진단이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전질환은 보통 태어날 때부터 혹은 어려서부터 증상이 나타나는데 비해 가족아밀로이드신경병은 유전변이 종류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보통 40~50대에 시작됩니다. 따라서 가족력이 분명하지 않은 경우 환자나 의료진 모두 유전질환을 의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진단이 늦어지는 이유이기도 하죠.”

“증상만으로 진단할 순 없어”

가족아밀로이드신경병의 증상은 앞서 언급한대로 손발저림, 기립어지럼증, 원인 모를 설사나 변비, 체중감소, 양쪽 손목굴증후군 등으로 나타난다. 이 중 한 가지 현상이 나타난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가족아밀로이드신경병이라고 의심하기는 이르다. 다른 말초신경질환들의 경우에도 위와 같은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오 교수는 “손발끝의 저린감과 통증, 무딘감으로 인해 물건을 손에서 놓치는 현상, 발에 상처가 나도 잘 모르는 증상 및 가슴두근거림, 일어설 때 아찔한 느낌, 변비와 설사가 반복되는 증상, 배뇨 곤란, 입마름, 눈부심 등은 여러 원인에 의한 말초신경병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이라 단순히 증상만으로 가족아밀로이드신경병인지 아닌지를 진단할 수는 없다”고 설명한다.

그래서 더욱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고 오 교수는 말한다. 다만 부정맥 또는 심장비후 같은 심장관련 이상 증상이 함께 있으면 가능성이 높고, 특히 가족 중 이 질환을 진단받은 사람이 있다면 바로 병원을 방문해 신경과 전문의의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는 게 오 교수의 조언이다.

오 교수에 따르면 이전에는 진단이 되더라도 치료방법이 없어 가족들은 검사받는 것 자체를 꺼렸지만, 최근 치료가 가능해 지면서 증상이 없더라도 성인이 됐을 때 유전자검사로 변이 유전자를 갖고 있는지 확인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자신이 보인자(保因者)인 것으로 나타났다면 적절한 치료 시점을 놓치지 않도록 정기적인 상담과 진찰이 필요하다.

“완치없는 질병 … 지속적인 치료로 인자 억제해야”

그렇다면 가족아밀로이드신경병은 어떻게 치료할 수 있을까. 오지영 교수는 “약물치료로 진행하며 수술로는 치료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간이식 방법도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유전변이의 경우에는 큰 도움이 안 된다는 게 오 교수의 설명이다.

대표적인 약물로는 경구 투약 약물인 ‘빈다켈’이 있다. 이는 변이 트랜스티레틴이 깨지지 않게 안정적으로 잡아주는 역할을 함으로써 더 이상 아밀로이드로 변화되지 않게 도와준다. 과거에는 환자의 비용부담이 큰 치료약이었지만 지난해부터 국내에서 보험적용이 가능해져 환자의 부담을 덜었다.

“빈다켈 외 정맥주사 유전자치료제인 ‘온파트로’ 라는 약물도 있어요.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식약처 인증을 받지 못했지만 온파트로를 3주마다 한 번 씩 정맥주사를 놓으면 약제가 간으로 흡수돼 트랜스티레틴 유전자에 붙어 유전자를 잘라버립니다. 이렇게 해서 트랜스티레틴이 아예 만들어지지 않게 하는 거죠. 현재 제가 국제 임상시험을 통해 5명의 환자분을 이 방법으로 치료하고 있는데 매우 효과적인 치료방법이에요. 다만 비용이 천문학적인 가격이어서 우리나라에서 사용하게 될 때까지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 같아요.”

한번 침착된 아밀로이드는 쉽게 제거되지 않고 영구적이며 점차 진행되기 때문에 완치는 어려운 것으로 전해진다. 단, 조기에 발견해 약물치료를 진행하면 여러 장기와 신경에 아밀로이드가 침착되는 것을 최대한 막을 수 있는 만큼 낙심할 필요는 없다는 게 오지영 교수의 이야기다.

“극희귀질환을 겪는 환자는 물론 가족까지도 고통을 겪으시는 걸 옆에서 지켜보면서 의사로서의 한계도 느낍니다. 하지만 치료약제의 보험급여인정을 위해 노력하고 어려움을 함께 해드리면서 보람도 느끼고 있어요.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극희귀질환임에도 불구하고 최신 기법을 이용한 치료약제들이 계속해서 개발되고 있다는 점이에요.”

오 교수는 “이미 신경병이 진행된 경우라도 보행이 가능한 상태라면 치료약물을 시작할 수 있다”며 “무증상의 변이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적절한 치료 시점에서 약물 투약을 시작하면 증상의 진행을 최대한 늦출 수 있다”고 환자와 가족을 위로했다.

그러면서 “전신 장기를 침범하기 때문에 힘든 증상들이 너무나 많고 또 그것을 옆에서 지켜봐야 하는 가족은 무력감과 언젠가 나도 저렇게 된다는 공포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안다”며 “환자와 가족들이 외롭지 않도록 곁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오지영 교수는?

건국대병원 신경과 오지영 교수

2005년 8월부터 건국대학교병원 신경과에서 진료하고 있다.

질병의 특성상 희귀질환이 많은 신경근육질환, 자율신경계질환을 전공하면서 자연스럽게 신경계 희귀질환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현재 가족아밀로이드신경병, 급성간헐포르피린증, 중증근무력증, 다발성경화증 및 시신경척수염의 신약 임상연구에 참여중이다. 대한신경면역학회 총무이사와 대한신경근육질환학회및 대한통증자율신경학회 이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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